[독자위원 9월 좌담회] "'동구청장 선거' 중립성 잃어… '최동원 박물관' 지역 언론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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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는 9월 창간 65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다양한 기획 시리즈를 실었다. 그 중 '해양수산부 되살리자'와 '부산 R프로젝트 공단에 새 일자리를' 등이 독자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6일 오후 부산일보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10기 부산일보 독자위원회 9월 좌담회에는 강경수 동명대 언론영상광고학부 교수, 김현정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강사, 마키노 히로야 부산외국어대 비즈니스일본어학부 교수,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 성인심 부산YWCA 생활협동조합 상무이사, 이연주 변호사, 최창도 시인 등 7명의 독자위원이 참석했다. 사회는 임성원 독자여론팀장이 맡았다.

-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로 9월 정가가 요동쳤습니다. 희망제작소의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를 양보했지만 그 파장은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산일보 창간 65주년을 맞아 9일 특집호가 나왔습니다. 부산 뉴스로는 불세출의 무쇠팔로 불리던 최동원의 타계와 추모 열기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해 본보는 야구박물관 건립을 의제화했습니다. 




'해양부 부활 기획' 시의적절

△최창도 위원=현 정부가 실기한 정책 중 하나가 해양수산부 폐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일보는 9일 창간 65주년 기념호에서 '해양수산부 되살리자' 시리즈를 내보냈습니다. 이후 '바다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성난 현장 목소리', '고물어선 모는 수산업' 등 26일까지 3편의 기획기사가 실렸습니다. 적기의 보도였습니다.

△김현정 위원='S&P, 이탈리아 신용 등급 강등' 기사가 중앙지에 크게 실렸습니다. 지나친 복지 때문에 빚어진 사태라는 분석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부산일보는 20일 이 같은 뉴스를 인터넷 뉴스판에서 사실 관계만 간략하게 내보냈습니다. 비중은 적었지만 초점을 잘못 맞춘 것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6일자 1면에 '경남·경성·고신·한국국제 등 부실대학 43곳 재정 지원 중단' 기사가 실렸고 뒤이어 '명신대·성화대 사실상 학교 폐쇄'(7일 8면), '부산교대·강원대·충북대 등 국립대 5곳 구조개혁 대상'(23일 인터넷판), '부산교대, 구조개혁 대상 포함 강력 반발'(24일 2면) 등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부실대학 선정 과정이 납득하기 어려웠는데도 기사는 이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습니다.



주요 이슈 부산일보 입장 없어

△강경수 위원=9월 부산일보 1면을 간단히 열거하면 이렇습니다. 안철수 현상, 정전 사고, 최동원 별세, 경전철 잦은 사고, 부산대 총장 선거 후유증, 온천천의 달밤 체조, 금융 위기 등입니다. 그런데 주요 이슈가 대부분 갈등 관계를 갖습니다. 해결책을 찾는 노력은 없고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평면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말입니다. 부산일보의 입장도 없습니다.

△이연주 위원=동물원과 하야리아 시민공원 기사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동물원 기사는 여러 차례 나왔지만, 20일자 5면은 '장기 표류 '더 파크' 부산시 직접 추진 검토'를 다뤘습니다. 같은 날 사설 '동물원 한 곳 없는 제2도시 더 이상 안돼'와 21일 '부일시론-부산에는 동물원이 없다', 22일 '독자마당-동물원은 부산의 숙원 사업' 등의 보도가 더해졌습니다. 사실 사자가 보고 싶을 때 부산 사람이 서울이나 대전까지 가야 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이왕 동물원에 대한 부산일보 입장이 정해졌다면 다른 지역의 공영 동물원 운영 실태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물론 대전동물원이 흑자인 반면에 전주동물원은 적자라고 합니다. 하야리아 시민공원도 단순 보도에 그치지 말고 세계 유수의 공원을 벤치마킹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보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시를 채찍질해야 합니다.



동물원·시민공원 시에 채찍질

△성인심 위원=신문은 제공된 뉴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뉴스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부산일보는 그동안 안철수 현상, 최동원 별세 등에 더 큰 관심을 뒀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미디어렙 기사를 더 즐겨 읽었습니다. 미디어렙은 신문이나 방송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미디어렙을 통해 지역신문과 방송이 피폐화된다면 그것은 곧 지역과 지역민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부산일보는 9월에만 미디어렙 관련 기사와 칼럼을 모두 16차례 내보냈습니다. 같은 언론사로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는데 다행이라고 봅니다. 아직 사태가 끝나지 않았으니 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집권화가 심각한데 지역언론까지 쇠퇴하면 지역의 몰락은 불가피할 겁니다. 왜 지역언론이 살아야 하는지, 우리 삶은 미디어렙 이후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상세히 다뤄주기 바랍니다. 단지 종편에 따른 광고시장의 격변이 우려된다는 단순 분석에 그치지 말고 말입니다.

△박민성 위원=15일자 1, 3면 '부산시 고위 간부 해양스포츠 보조금 5천만 원 빼돌려'와 '예산 감시해야 할 공무원이 혈세 빼돌리기 주도'는 잘 다뤄졌습니다. 예산은 언론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대상입니다. 내년도 예산이 한창 신청되고 있으니 부산일보도 미리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8일자 5면 '부산 동구청장 선거, 한나라 "安風 막아라"' 제목과 기사는 중립성을 잃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작성됐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8일자 5면 '박근혜도,안철수도 아차… 실수?'도 마찬가집니다. 동구청장 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입니다. 지역 이슈가 주목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정작 부산일보 정치면은 부산에 내려온 중앙당 인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창간 기획 '부산 R프로젝트 공단에 새 일자리를'는 흥미로운 기획입니다.

△마키노 히로야 위원=저는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에 관심이 많습니다. 8월 22일자 1면 '우익들 덩치 불리는 일본 '반한류' 시위', 9월 21일자 14면 '싼 가격에 인기 보장… 아사히신문, 日 TV 한류 프로그램 증가 분석' 기사가 실렸습니다. 두 내용은 그때 처음 알았는데 놀랐습니다. 대학생 시절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한류와 관련된 반대 시위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기사처럼 일본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는 더 밀접해진 반면 경쟁도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반한류 시위는 이런 시점에서 일어났습니다. 부산일보는 거꾸로 한국 내의 일류(日流)를 알렸으면 합니다. 일본 드라마, 연예인에 대해 이미 많은 한국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내 일류(日流)도 알렸으면

△최창도 위원=내년부터 초등학생의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됩니다. 큰 사건입니다. 이에 대해 토요일 여가 활용 정보를 알려준다면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문학란 신설도 제안합니다.

△김현정 위원=독자위원이 되고 난 뒤 부산일보를 꼼꼼하게 읽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산일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습니다. 특히 부산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창사 특집인 '부산 R프로젝트 공단에 새 일자리를'은 흥미로운 로컬 기사였습니다. 7일 10면 기획 시리즈 '넌 할 수 있어-25.부산 성도고 김재후 군'도 좋았습니다. 판사가 되고 싶은 소년과 실제 판사를 연결시켜 꿈을 구체화한 계기가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에서는 지역민 자녀가 지역 대학에 갈 때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는데, 그것처럼 부산에 살면 부산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도록 부산일보가 앞장서면 어떨까요?

△강경수 위원=아, 이것은 발로 뛴 기사라는 느낌이 올 때가 있는데, 부산일보 기사는 비교적 그런 편입니다. 취재원이 기본적으로 두 명 이상이고 관점도 비판적이고. 하지만 여론 선도자로서 주장과 색깔은 불분명합니다. 22일자 1면 '대기업 일자리 얼마나?'는 사진물로만 다뤄졌는데 청년 실업률이 중요한 이슈라는 점에서 상세한 보도가 요구됩니다. 아울러 청년 실업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온도차가 심한데, 지역 중소기업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취업과 연계된 기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최동원 기념 야구박물관 건립 주장은 매력적인 의제 설정이었습니다. 정부의 부실 대학 발표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산일보는 이보다 부산대 총장 선거의 후유증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한 개 대학의 총장 선거가 지방대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구조 조정 의혹보다 과연 더 중요한 일이었습니까?



지방대 구조조정 소홀히 다뤄

△이연주 위원=24일자 1면 '온천천 달밤 체조 와 이래 좋노'는 사진과 제목이 독자의 기분을 좋게 했습니다. 부산일보만이 건질 수 있는 기사였습니다. 가을인데 책을 소개하는 코너도 더 늘려야 합니다. 부산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난의 신설은 어떨까요?

△성인심 위원=최동원 기사가 지나치게 많았지만 전혀 넘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가 부산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처럼 같은 부산 사람이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안철수도 다양한 소재와 관점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정전 대란은 예고되지 않은 대형 사고였습니다. 이 참에 다른 공공재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박민성 위원=따뜻한 기사는 언제나 주목 받습니다. 21일자 3면 '부산일보·어린이재단 프로젝트- 42개 가정 엄마손 잡고 개별 여행'이 그랬습니다.

정리=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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