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만든다고 친환경 밀양강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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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관리청 4대강 사업 일환 제방에 인공구조물 설치 비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이미 7년 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밀양강 제방을 파헤치고 메트리스 등 인공 구조물 설치 공사를 하고 있는 현장 모습. 강태봉 기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생태하천을 만들겠다며 멀쩡한 밀양강 제방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해 비난을 사고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하 국토관리청)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밀양강 제2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국토관리청은 밀양강 하천을 보존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한다며 지난해 7월부터 밀양강 제방 11.24㎞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하고 있다.

2013년7월 완공 예정인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145억 원에 이른다.

NH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용평·예림·삼문·가곡지구 등 4개 지역으로 나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사는 제방 위에 메트리스를 깔아 못으로 고정한 뒤 철망태를 설치하고 그 곳에 잡석과 흙을 채운 뒤 수초 씨앗을 뿌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밀양의 도심지를 에워싸고 있는 이 제방은 지난 2004년 밀양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친환경적으로 조성해 밀양시민들의 문화 휴식공간으로 각광을 받던 장소다.

시민단체인 밀양시 관급건설토목 시민감독위원회(위원장 이영식)는 "불과 7년 전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연 친화적으로 만든 밀양강 제방을 파헤쳐 철망태 등 인공물을 설치하는 것은 생태계 파괴일 뿐만 아니라 혈세 낭비"라고 비난했다.

시민감독위원회는 "최근 많은 비가 오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토사가 유실된 채 철망과 돌덩이만 남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며서 "적합한 자재를 사용하지 않은 부실시공으로 강변 경관을 더욱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양강 산책로에서 매일 걷기운동을 한다는 박모(58·여·밀양시 삼문동)씨도 "제방 위에 수초들이 건강하게 자라 산책로를 걸을때마다 즐거웠는데 갑자기 수초들을 걷어내고 철망태에 흙을 채워 넣는 공사를 벌여 의아했다"면서 "자연을 걷어내고 인공적인 조성물에 씨앗을 뿌려 수초를 키우는 것이 과연 생태하천 사업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토목기술인협회 건설토목기술사인 이 모씨도 "자연친화적으로 잘 정비돼 있는 제방을 굴삭기를 동원해 표면을 긁어내고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일은 한심한 발상인데다 정말로 비효율적인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밀양시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밀양강생태하천 정비사업은 호안을 정비하고 다목적 광장과 징검다리, 어도 설치 등을 통해 친수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일부 구간에서 유실 사고가 있었지만 곧 다시 정비해 친환경 호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태봉 기자 momen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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