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있고, 자유 있고… 여름과 정열에 취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젊음의열기 속으로 클럽 기행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지하 클럽 '엘룬'. 수많은 인파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도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음악을 즐기는 젊은이의 열정과 활기가 낯설면서도 부럽다. 또하나의 묘미는 바로 레이저 조명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레이저의 현란함이 클럽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해준다.

여름 한낮의 뜨거움. 어둠이 내렸건만 부산의 밤은 식을 줄 모릅니다. 올해는 유독 더 뜨겁습니다.

서울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원정'을 올 만큼 부산의 밤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무엇 덕분이냐고요. 바로 '클럽'입니다.



1990년대 초 공연 클럽으로 첫선을 보인 부산대 앞의 라이브클럽 '몽크'로 거슬러 올라가면 부산의 클럽 문화도 어언 20년에 가깝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울 홍대 앞 카페 골목을 중심으로 DJ와 래퍼, 비보이 등의 공연을 즐기며 맥주나 칵테일을 마시는 청년 문화, 즉 홍대 인디 문화가 부산에서도 얼추 비슷한 시기에 형성됐네요. 원래 클럽은 유럽의 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여하튼 그동안 유행과 지형이 쉴 새 없이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클럽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인식'이 완전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클럽이 어엿한 놀이문화 공간으로 대접받고 있으니까요. '클럽=퇴폐'만 기억하고 있다면 이미 구세대라고 타박받으니 조심. 자신을 '클러버'라고 밝히는 것은 기본이요, 카메라를 들이대도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할 만큼 자유롭습니다. 음악에 취해 클럽에서 '마감찍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클럽=편견 없이 자신과 타인을 받아들이는 자유의 공간'이라는 새 공식, 밑줄 다시 긋습니다.



DJ의 영역도 한결 넓어진 건 당연합니다. 단순히 곡을 섞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레이블까지 운영하는 실력 탄탄한 DJ가 늘고 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한 실력파 DJ 제이미는 "힙합이나 일렉 등 다양한 음악이 용인되고, DJ의 역량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디제잉 문화도 더불어 발전했다"고 말합니다. 10년 차 경력의 DJ 모리 역시 "싱글 앨범까지 내는 지금, DJ는 아티스트에 가깝다"고 강조했습니다. 음악에 취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 내친김에 동참해보기로 큰맘 먹었습니다. 안하던 짓 하려니, 처음에는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양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근데 이게 웬걸요. 쭈뼛거림도 잠시. 단 몇 시간 만에 몸치라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나도 클러버'라는 말,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클럽이란 무엇이든 놀이가 되는, 억압과 고통의 해방구'라던 한 클러버의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한 번 느끼고 나니 자꾸 가 보고 싶습니다. 콜라 한 잔으로도 밤을 지새울 수 있는 클러빙의 세계, 신선하고 재미납니다.



못 믿겠다고요. 여름의 끝자락, 아쉬움이 많은 당신! 용기 한 번 내보는 건 어떨까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단, 중독은 책임 못 집니다. 항의 금물입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사진=최성훈 기자 noonwara@

영상=이동민·서병문 대학생 인턴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