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배춧값 파스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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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바른말 광' 끄트머리에 '이제 웬만하면 '값'이 붙는 합성어에는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하는 세상이 됐다'고 했더니 좀 더 자세히 알려 달라는 의견이 있었다. 똑같은 '갑(匣)'과 결합하는데 왜 '우유갑, 담뱃갑'으로 사이시옷 표기가 달라지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도 계셨다.

먼저 '우유갑, 담뱃갑'부터 보자. 이게 헷갈리지 않으려면 사이시옷을 언제 받쳐 적는지 알아야 한다. 여러 조건 가운데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합성어'이다. 이 규정에 따라 '나룻배, 냇가, 맷돌, 모깃불'로 쓰는 것이다. 또 다른 조건은 '한자말은 두 음절로 된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에만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는 것. 이 여섯 낱말'에만' 받쳐 적는다는 건, 두 음절로 된 다른 한자말(치과, 이과)은 물론이요, 세 음절 이상인 한자말(총무과, 전세방)에도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원칙을 알고 보면 '우유(牛乳)+갑(匣)'에 왜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지, '담배+갑'은 왜 '담뱃갑'이 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유갑'은 세 음절 한자말이라 아예 사이시옷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고, '담배갑'은 [담배깝]으로 소리 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받쳐서 적는 것이다. '문어과 뱀장어과/고등엇과 숭엇과'로 써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다음은, 왜 웬만하면 '값'이 붙는 합성어에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하는지 보자.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누리집(홈페이지)의 '온라인 가나다'(국어생활종합상담)에 실린 답변 중에서 사이시옷 받친 말을 찾아보니 이렇다.

'고깃값 과잣값 굴빗값 목홧값 배춧값 붕엇값 비룟값 비행깃값 사괏값 사룟값 영홧값 우푯값 원자잿값 장솟값 지우갯값 집겟값 찻값 채솟값….'

어디 이뿐일까. 재벌에게 폭행 당하고 받은 돈은 '맷값'이요, 개를 살 때 준 돈은 '갯값'이 된다.

게다가 '가격, 대금, 비용'을 뜻하는 '값'뿐만 아니라 '수치'의 뜻을 나타내는 '값' 앞에도 '결괏값 변숫값 상숫값 소릿값 실횻값 절댓값 최댓값 최솟값'처럼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값이 붙는 합성어에는 무조건 사이시옷을 넣어야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커핏값 컴퓨텃값 파슷값'은 안 된다. 외래어와 결합한 합성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진원 기자 jinw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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