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부산 물꼬 트자] 하. 대승적 접근을
입력 : 2011-07-08 10:46:00 수정 : 2011-07-08 15:23:24
맑은 물은 생존 문제… '상생 테이블'로 함께 다가서야
지난달 27일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 시·도지사들이 해운대 APEC누리마루하우스에서 만나 상생을 다짐했다. 20년째 물꼬를 못 트고 있는 경남·부산권 광역상수도 사업도 상생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일보DB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지역에 던진 메시지는 강력했다. 서로 다투면 결국에는 공멸한다는 것, 중앙의 논리에 맞서려면 뭉쳐야 한다는 것, 경쟁하되 판이 깨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등등. 광역상수도 문제도 비슷하다. 일방의 양보만을 강요하면 또 물 건너 간다.
■우정수·낙동강 같이 의논하자
광역상수도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과연 부산과 동부 경남에 줄 만큼 남강댐 물이 충분하냐와, 상수원을 옮기면 낙동강 수질보전은 어떻게 할 것이냐다.
경남의 입장은 완강하다. 하루 65만t은커녕 남강 유지용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내놓은 대안이 우정수. 낙동강 변에 만든 습지에 물을 걸러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한쪽 양보만 강요하면
물갈등 해법 물 건너가
남강댐·우정수 같이 고민
속전속결식 추진보다
충분한 대화 선행돼야
남강댐 여유 수량과 우정수의 타당성에 대해 정부와 부산시, 경남도의 평가가 서로 다르다.
경남도 낙동강사업특위 박창근 위원장은 "여러 방안 중에서 어느 것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자연스레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현실적 대안으로 강변여과수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우정수와 남강댐 취수의 타당성은 계속 경남도와 검증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달 중 대한하천학회 주관으로 광역상수도 관련 토론회도 열릴 예정이다.
낙동강 보존도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4대강 사업이 광역상수도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우정수 구상에 참여했던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교수는 "나도 특별법이 제정된 2000년 이후 낙동강 수질이 개선되면서 이제는 남강댐 물 논의를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했던 사람이다"며 "지금은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생기고 수질이 나빠질 게 뻔하니까 부산을 의식해 광역상수도를 다시 추진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강댐 물을 끌어와도 낙동강 취수 기능은 유지된다. 국토해양부도 "강변여과수도 낙동강 물을 쓰는 것이다"고 말한다. 낙동강 수질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환경 보존과 먹는 물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점에는 환경단체들도 대체로 동의한다.
■남강댐 물, 경남 먼저
줄 물이 없다고 하는 데 대해 부산시는 있을 때만 받겠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여유가 있을 때도 기존 7개 시·군이 쓰고 난 물을 동부경남에 우선 공급하고, 그래도 남는 것을 쓰겠다고 한다.
남강댐 수위도 현재 운영수위인 41m를 그대로 유지한다. 댐 안전성, 사천만 어업 피해가 없게 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1월 국토부가 하루 107만t을 남강댐에서 끌어오기로 했다가 65만t으로 줄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일방적 양보 내지 희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나 국토부도 경남 지역 주민들에게 득이 되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맑은 물 공급에 대한 보답이다.
낙동강특별법을 개정해 연간 430억 원에 달하는 물이용부담금 중 일부를 남강댐 수계에 지원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국비 1조5천억 원이 들어가는 공사 중 일부도 경남 지역 업체에 할당토록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또 남강댐 상류에 치수 사업을 진행하고, 경남의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부산에 열어 주민 이익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경남에 상수도 사고가 났을 때 부산에서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광역상수도 물꼬를 트기 위해 재부 경남향우회가 나섰다. 재부경남향우연합회 이철훈 회장은 "물 확보는 생존의 문제고, 정치·종교·국경을 떠나서 접근해야 한다"며 "하물며 같은 뿌리인 부산·경남이 대립해서야 되겠느냐"고 밝혔다.
향우회는 8일 경남 지역 주요 일간지 2곳에 상생 방안을 찾자는 요지의 의견 광고를 실었다. 부산 시민 중 경남 출신은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깨끗한 물은 생존의 필수조건
물값으로만 치면 댐 물이 더 비싸다. t당 원수값은 낙동강 물이 48원인 반면 댐 물은 213원. 그런데 왜 굳이 남강댐 물을 고집하는 걸까. 그 것은 안전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함이다.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경남·부산권 광역상수도 문제는 이 본질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부산시도 시민을 설득해 이 문제를 좀 더 공론화할 필요가 있고, 경남도도 이런 필요성을 인정하고 논의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초기 성급한 추진과 뒤이은 계획 변경,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 탓에 갈등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 광역지자체 차원의 실행 전략 부족, 정부의 미진한 자료 공개 등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산의 한 환경단체 관계자도 "같은 국민인데 부산·경남만 더러운 물을 원수로 쓰는 게 억울하다. 깨끗한 물을 먹자는 데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시가 실행전략 없이 감성에만 호소하는 것은 문제다"고 덧붙였다.
광역상수도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낮은 음용률을 문제 삼기도 한다. 어차피 부산에서 수돗물을 식수로 쓰는 비율이 10%(지난해 말 기준 순수 음용율 2.9%)도 안 되는데 1조5천억 원이나 되는 돈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물론 비율이 낮은 것은 원수를 못 믿는 이유가 크다. 그래도 부산시에서는 먹는 물에 대한 시민 신뢰와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달 27일 영남권 5개 광역시의 시장·도지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갈등을 접고 상생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 참에 상생의 물꼬를 광역상수도에서 한 번 터 보는 것은 어떨까.
정상섭·김마선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