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질서 교란" 지역상인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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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도매업 진출 논란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대용량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창고형 매장으로 이클럽을 통한 도매업 진출과 맞물려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울산의 이마트 학성점 앞에서 열린 트레이더스 전환 반대 시위. 연합뉴스

'유통공룡'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이 확인되자 지역 상인들은 대기업이 상생을 팽개치고 지역 상권 전체 장악에 나섰다고 판단하고 전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가 도매업 진출의 채널로 삼은 온라인 법인몰 '이클럽'은 개인 슈퍼 사업자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이마트 상품을 도매가격에 주문할 수 있는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이다. 결제는 현금이나 삼성카드로 가능하다. 현재는 공산품만 취급하지만 8월부터는 냉장·냉동 신선식품까지 품목을 확대한다고 밝힌 상태다.

부산·경남 150개 슈퍼와 계약
울산 상인, 중기청 사업조정 신청


8일 전국유통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이클럽의 판촉을 시작했다. 해운대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박길준 이사는 "이클럽 판촉 직원으로부터 보름 사이 부산 경남 지역 150여 개 슈퍼가 계약했다고 들었다. 1회 80만 원 이상을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슈퍼가 대부분이고 이미 상당수 슈퍼에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 측은 이와 같은 도매업 진출에 대해 "이마트 물품을 싼 가격에 동네 슈퍼에 공급하면 동네 슈퍼의 경쟁력과 이마트의 바잉 파워(구매 협상력)를 함께 키우는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세 도매상인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마트가 구매 협상력을 내세워 싼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하면 기존 도매상인들은 퇴출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일단 장악을 끝내면 단숨에 동네 슈퍼를 SSM화 할 수 있고, 도매를 망라한 구매협상력을 내세워 제조업체를 틀어쥘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는 유통 질서 전체를 교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은 이마트가 지난해 5월 중소기업청과 맺은 상생협약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마트는 당시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을 통해 중소 슈퍼의 공동구매와 물류설비를 지원하고 향후 중소 슈퍼와 상생을 바탕으로 SSM을 선별적으로 출점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일단 지역 상인들의 대응은 지난달 30일 리뉴얼 공사에 들어간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면점에 집중될 전망이다. 서면점은 이마트가 추진하고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전국 4호점이 된다. 이마트는 부인하고 있지만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올해 내 대구, 경남 등에 추가로 들어설 트레이더스는 이마트 도매업 진출의 물류센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울산의 이마트 학성점 트레이더스 추진과 관련해 울산 지역 상인들은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해 결과가 주목된다. 부산울산중기청 관계자는 "트레이더스 전환이 사업조정신청 요건인 매장 확장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의뢰한 상태로 회신 결과에 따라 향후 트레이더스 개점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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