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수놓는 인공조명 생체리듬 교란 '부메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새로운 공해, 빛] <상> 얼마나 해롭나

어둠을 몰아내는 빛, 이젠 공해의 주범이 됐다. 과도한 조도의 광고물이나, 마구 쏘아대는 경관조명으로 인해 사람과 동식물들이 이상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부산 도시철도 범내골~서면역 터널벽에 설치된 광고가 인체에 극히 해롭다는 환경단체와 의사들의 지적(부산일보 2일자 1·3면 보도)을 계기로 빛 공해의 실태와 대책을 살펴봤다.


생태계 해치고 불면·우울증 유발
관광도시 부산 '빛공해' 심각
국민 65% "법적 규제 필요" 지적



·빛 때문에 잠 못자는 매미와 사람들

지난해 8~9월 국립환경과학원은 매미 소리를 조사했다. 밤에도 그치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 소음이 얼마나 심한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전국적으로 16개 지점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야간 매미 울음소리는 평균 72.7㏈(데시벨)로 나타났다. 웬만한 도로변 자동차 주행소음(67.9㏈)보다 컸다.

이렇게 매미가 우는 곳은 공통적으로 가로등 불빛이 강했다. 조도(照度)가 153~212럭스나 됐다. 매미가 울지 않는 곳보다 평균 2~3배 정도 강한 것이었다.

가로등 조명이 매미의 생태를 바꾼 셈이다.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댔던 곳 중 하나가 부산 동래구 H아파트 주변. 야간 말매미 소리가 75.9㏈까지 치솟았다. 조사 대상 중 제일 심했다.

과도한 빛이 주는 피해는 다양하다. 에너지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생태계까지 교란시킨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빛 공해 탓에 새들은 진로를 이탈하고, 포유류는 번식능력이 떨어진다. 작물은 빨리 피거나 늦게 피어 작황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사람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달라지면서 불면증, 우울증,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아기가 자는 방에 불을 켜 두면 16세 이전에 근시가 될 확률이 55%로 높다.

부산도시철도 터널에 설치된 광고를 계속 보면 백내장이나 광선황반병증에 걸릴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빛 공해는 자연을 흔들고 있다.

·빛 공해 유형

국립환경과학원은 빛 공해를 5가지로 세분한다.

△강한 빛이 집으로 들어오는 빛의 침입(Light trespass) △필요 이상의 과도한 조명(Over-illumination) △차량 전조등에 의한 눈부심(Glare) △여러 조명으로 인한 혼란(Light clutter) △빛에 의한 밤하늘 영향(Sky glow) 등이다.

특히 조명 영역을 벗어난 누광(漏光)은 밤하늘을 보기 어렵게 하고 동식물의 생장을 교란하는 대표적인 빛 공해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행정 기관에서도 빛 공해를 핵심 환경 이슈로 생각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구진회 연구원은 "현재 환경부를 중심으로 빛 공해 방지를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에서 단속한 해운대 일대 러브호텔 조명도 일종의 빛 공해다. 다양한 조명들이 뒤섞이면서 오히려 간판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 역효과를 내는 측면도 있다.

부산시가 도시를 바꾸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관 조명도 자칫 빛 공해가 될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가로수에 거는 조명, 자동차 전조등, 요즘 유행하는 아파트 옥상 조명도 마찬가지다. 경관과 공해 사이의 경계도 모호하다.

·국민 64.9% "빛 공해 관리 시급"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서울·부산 등 전국 6개 광역시 시민 3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빛 공해에 대한 것이다. 그 결과, 64.1%가 과도한 인공조명은 환경오염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64.9%는 이를 관리하기 위한 법률 등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불편함은 이랬다. △눈이 부시고, 무질서해 불쾌하다 44.6% △에너지 낭비 17.7% △수면 방해, 생체 리듬 변화에 따른 건강 염려 12%로 나왔다.

특히 부산은 관광도시를 지향하면서 해운대 지역을 중심으로 빛 공해가 심한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환경부 조사 결과, 부산 해안지역의 조명 휘도는 기준값보다 7~2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같은 부산의 환경단체는 빛 공해를 막기 위해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빛 공해에 대한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