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옛 살림살이가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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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친절한 생활문화재 학교 /이재정

사진은 층별 분리가 가능한 이층농. 길벗어린이 제공

"증조 할머니가 시집오실 때 가져왔다고 들었습니다. 노리개 몇 개랑 장도인데요. 할머니가…."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출연자가 물건에 대한 사연을 소개한다. 이어 출연자가 생각하는 물건의 감정 금액이 공개된다. 대부분 소박하게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이다. 그리고 전문가 위원들이 물건을 한참 들여다본 후 최종 감정 금액을 전광판으로 공개한다. 시청자들은 '저런 물건들은 집에 한두 개쯤은 있었던 건데…. 뭐 그리 가치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금액을 알리는 숫자는 1백만 원대에 돌입한다. '어! 어! 뭐가 저리 비싸지?'. 제시된 가격에 놀라고 가치를 설명하는 전문가의 말에 또 한 번 놀랄 때가 많다.

일반인들이 조상의 유물을 가지고 나와 전문가들에게 가치를 묻는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유물을 돈으로 환산시킨다는 비난도 만만찮지만 이 프로그램 덕분에 많은 가정이 '혹시 우리 집에도 오래 된 물건이 있나'라는 기대감과 함께 창고를 뒤지게 만들었다.

사실 '문화재'라고 하면 화려한 금관, 이름을 떨친 명망가들의 작품을 떠 올리게 된다. 그런데 요즘 박물관에 가면 낡은 나무 궤짝, 녹슬고 오래된 숟가락처럼 볼품 없어 보이는 물건도 전시돼 있다. 우리 조상의 삶과 지혜가 담긴 이들 물건 역시 '생활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보존되어야 할 귀한 유물이기 때문이다.

'친절한 생활 문화재학교'는 조상이 살았던 집부터 집 안에 있는 가구, 옷, 모자, 장신구, 밥상, 식기에 이르기까지 옛 살림살이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180여 점의 생활 문화재들은 220장의 사진과 삽화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다가간다. 재미난 일화를 담은 삽화들은 어린이들이 흥미를 갖고 생활 문화재를 탐방하게 만들 것 같다.

특히 작가는 문화재의 이름을 쓰임새, 생김새와 관련지어 풀어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양반의 평상복이자 예복인 '도포'는 '유교의 도리를 잘 알고 지키는 사람들이 입는 두루마기'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식이다.

아울러 생활문화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친절하게 보여준다. 붓으로 글씨를 쓸 때 필요한 '먹'은 나무나 기름을 태울 때 나오는 그을음과 아교를 섞어 만들고 놋쇠로 만든 그릇 '유기'는 11명이 한 조가 되어 만드는 힘든 작업임을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일하는 저자는 스쳐지나갈 수 있는 옛 물건들의 귀한 가치를 알리고 집 안 어딘가에 숨어있는 보물들을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옛 사람들의 삶이 역사로 남았 듯이 우리가 사는 현재의 하루하루도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초등학교 4~6학년용. 이재정 글·신명환 그림/길벗어린이/160쪽/9천5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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