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하루 3천원 위한 쓰레기 더미 속 몸부림
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 / 신명직
여기 네팔의 아이들이 컨테이너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플래시를 받은 아이의 저 해맑은 얼굴…. "주로 폐비닐을 모아요. 1킬로에 6루피쯤 하거든요. 많이 할 땐 15킬로에서 20킬로까지 주워요." 1루피가 25원 정도. 아이들이 비닐 20kg을 주우면 3천원을 버는 꼴이다. 이 아이들은 시골에서 올라와 도시에서 필사적으로 살아간다. 지은이 신명직은 "소작료가 50%가 넘는 네팔 농촌, 먹고사는 것이 고단한 그곳에서 아이들은 뿌리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버려진 비닐'과 '되살려지는 비닐'. '버려진 아이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으려는 아이들'의 몸부림이, 컨테이너 안에서 뒤엉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고 지은이는 적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 자는가? 길거리에서 '버려진 비닐'처럼 구개져 잔다. "고향에서 도망치듯 나온지 벌써 5년이 지났네요. 동네 사람들이 카트만두에 가면 좋은 게 많다고 해서 말도 않고 나왔어요. 집이요? 가끔 생각은 나죠. 하지만 별로 가고 싶지도 않고 갈 수도 없어요." 고향에 가봐야 이를테면 코흘리개 꼬마도 하루 평균 10시간쯤 앉아서 돌을 깨는 노동을 해야 한다. 깬 돌은 도로 공사 따위에 사용된다. 지은이는 "나는 소녀의 손에 돌 깨는 망치 대신 하얀 꽃을 쥐어 주고 싶었다"고 썼다.
'네팔의 어린이 노동자들을 찾아 떠난 여행'이란 부제가 붙었고 140여장의 사진과 동영상 DVD CD가 들어 있다. "열네 살 이하는 일하면 안된다고요? 누가 그래요." 플래시를 받은 해맑은 표정의 아이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마라"고 말하는 듯 하다. '거멀라마 자이'는 '흙 그릇 속에 핀 꽃'이란 뜻이다. 신명직 지음/고즈윈/192쪽/1만1천500원. 최학림 기자 th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