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치 대풍, 이유가 있다
입력 : 2010-02-08 10:50:00 수정 : 2010-02-08 14:50:34
최근 부산공동어시장에 양륙돼 경매를 마치고 육상 수송을 기다리고 있는 쥐치 모습. 사진제공=부산공동어시장한때 '국민 주전부리'였던 쥐치 어획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어획량 격감으로 위판장에서 구경하기 조차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의 쥐치가 그물에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작년 부산 위판량 6배↑
수온 등 자연적 요인 덕
해파리 억제용 방류도
치어량 증가 한몫한 듯

지난 2008년 한해동안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된 쥐치는 불과 462t. 아예 위판장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랬던 쥐치가 지난해 11월 한 달간만도 112t이 잡혀 어시장에서 위판됐다. 12월에는 무려 2천517t까지 어획돼 수산업계를 놀라게 했다. 누계로 보면 지난 한 해 2천765t이 위판돼 전년에 비해 6배가 뛰었다. 공급 증가로 가격은 좀 떨어졌다. 전년의 64% 수준인 ㎏당 1천570원에 거래됐다.
이런 추세는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까지 누계가 358t.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쥐치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8천290t이 어획돼, 전년 대비 3배가 늘었다.
이 많은 쥐치는 다 어디에서 왔을까.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이진우 이사는 "어군탐지기로는 구체적인 어종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쥐치를 겨냥하기 때문에 어획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며 "수온 등 자연적인 변화로 증가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마디로 잡고 보니 쥐치였다는 얘기다.
자연적 조건이 좋아졌다는 분석이 있다. 산란 환경이 나아지고 단계별 먹이도 풍족하며, 수온 상승 등 쥐치의 생육에 맞게 됐다는 것이다. 어선 감척도 어족 자원이 보호될 여지를 만들었다고 본다.
여기에다 수년 전부터 해파리 억제 효과를 노린 치어 방류사업도 한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제 해운대구청은 2007년 5만 마리, 2008년 20만 마리, 지난해 23만 마리를 방류했다. 울산시도 방류 사업을 했다.
이와 관련, 해운대구청 해양수산팀 관계자는 "어획 되는 쥐치를 보면 25㎝나 되는 큰 놈도 있다"며 "방류 사업 목표는 어업자원을 늘리는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는 이미 지난해 9월 쥐치 개체수 증가를 예상했다. 이동우 센터장은 "동해안 일대를 잠수해서 보니 확실히 치어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쥐치는 수명이 10년 이상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산과학원은 이런 경우를 '탁월연급군'이라고 부른다.
이유야 어찌됐건 수산업계는 신이 났다. 한동안 시들했던 가공 공장들이 재미를 보고 있다. 새로운 가공 제품도 등장했다. 메가마트에 따르면 구워먹는 '반건쥐치저염' 제품이 경남 삼천포에서 생산돼 새로 출시됐다. 동래점에서는 하루에 300만원 어치가 팔리기도 했다고 한다. 수산물이 풍부한 부산에서는 국내산이 잘 나간다.
독도수산연구센터 이동우 센터장은 "앞으로 자원 관리를 잘 하면 10년 이상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본다"며 "쥐치 어획량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트롤 어선들이 남획을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