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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 열풍

'애플 아이폰' 카페의 한 회원이 스마트폰으로 '애완견 키우기' 게임을 즐기고 있다. 아래 사진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지난 연말 국내에도 아이폰이 본격 상륙하면서 '스마트폰 열풍'에 불을 댕겼다. 발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갈아 탄 이들 중 일부는 '이동통신의 빅뱅'이니 '패러다임의 전환'이니 하는 온갖 극찬을 갖다대면서 스마트폰 복음 전파에 열심이다. 도대체 스마트폰이 뭐기에 그토록 호들갑들인지, 스마트폰이 실생활에 정말로 유용하기는 한 건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부산지역 얼리 어댑터들을 만났다.



지난 8일 저녁 서면의 한 음식점에서 회원수 17만명을 자랑하는 네이버 카페 '애플 아이폰'의 부산지역 정기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아이폰 이용자 25명이 모였다. 카페에는 50~60대 회원도 제법 된다고 한다. 회원들은 매달 모임을 통해 스마트폰의 여러 부가 기능들에 대해 배우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스마트폰에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전화기 하나 쓰자고 공부까지 해야 하나?

아이폰 부산지역 정기모임

젊은층은 물론 40대도 참가


기능 학습에 정보 공유도

"패러다임 전환" 한 목소리


스마트폰 이용자들인 만큼 모이는 방식부터 달랐다. 통상 어느 모임이든 회합 장소를 찾지 못해 헤매는 '길치'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게시판에 올라온 공지문을 출력해서 손에 들고도 약도를 제대로 읽지 못해 결국 누군가를 마중나오라며 불러 내기 일쑤다. 모임의 맥이 수시로 끊기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이 모임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게시글에 2차원 바코드인 QR 코드를 이용하기 때문.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기만 하면 게시글과 관련 사진, 모임 장소의 위치, 전화번호가 스마트폰에 일목 요연하게 저장된다. 모임 장소를 누르면 위치기반서비스를 활용한 전자 맵 서비스가 위력을 발휘한다. 현재 위치에서 특정 장소까지의 거리, 예상 소요시간, 교통편, 배차 시간까지 친절하게 안내된다. 말 그대로 '손 안의 내비게이션'이다.

스마트폰 마니아라는 김기현(35)씨에게 명함을 건넸다. 김씨가 기자의 명함을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하자 이름, 전화번호, e-메일 주소 등이 목록별로 한번에 스마트폰에 저장된다.

"명함에도 QR 코드를 인쇄해 다니세요. 기본 인적 사항부터 사진, 동영상, 생년월일, 경력까지 명함 한장에 다 넣을 수 있어요. 실시간 수정도 가능해서 전화번호가 바뀐다고 새로 명함을 만들 필요도 없죠."

철판 가공 공장에서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김씨는 스마트폰 덕분에 웬만한 업무를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동 중이라도 메일이 오면 스마트폰으로 확인해서 곧바로 답신이 가능해요. 특히 거래처에서 인증서나 도면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문서 스캔' 애플리케이션이 정말 유용해요.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영역만 지정해주면 자동으로 문서 형식으로 저장돼 곧바로 보낼 수 있죠."

공장 내 CCTV를 셋톱박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링크 시키면서 '24시간 감시'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기존 휴대전화의 '친구 찾기' 기능이 이용자가 있는 인근 기지국 반경 수㎞ 이내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나타냈다면 스마트폰의 위치기반서비스는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콕 찍어 보여준다. 스마트폰 이용자끼리 링크만 시켜놓으면 현재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빅브라더'에서 묘사한 세상이 어느순간 다가왔구나 하는 생각에 으스스한 마음마저 든다. 직장인들 '농땡이' 부리기 갈수록 힘들어진다.

'파워 블로거' 이성민(41)씨는 스마트폰을 쓰면서부터 넷북은 방 구석에 처박아두고 있다고. 넷북 못지 않은 기능에 이동성과 휴대성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사고가 나거나 흥미로운 장면을 접하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곧바로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곤 한다. 실시간 중계가 가능한 셈이다.

대학생 구경남(24)씨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영어 회화 프로그램이나 외국 유명 대학 강의를 듣고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다운 받아 본다. 수업시간의 프레젠테이션도 스마트폰을 TV와 연결시키기만 하면 된다고.

스마트폰에서 특히 돋보이는 기능은 '증강 현실'이라 불리는 첨단 기능.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로봇의 눈에 사물의 모습과 함께 관련 정보가 디지털 문자로 줄줄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 상품, 건물 등에 다양한 정보가 담긴 그래픽 효과를 더해 확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전망 좋은 아파트를 발견했다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대기만 하면 매매가, 도면 등 관련 매물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음식점 모습을 비추면 주요 메뉴와 이용자들의 평가가 뜨고, 영화 포스터를 비추면 그 자리에서 좌석 예매까지 할 수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의 등장이 이동통신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폰의 강점은 다양한 첨단 기능과 함께 사용자 중심의 열린 서비스에 있어요. 예전에는 '컬러링' 하나를 다운받는데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데이터 통신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스마트폰이 이용하는 Wi-Fi(무선 인터넷)는 무제한 공짜예요. 전화, 게임, 카메라, GPS, 컴퓨터…,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들어 있어요."

글=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사진=문진우 프리랜서 moon-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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