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김해시 이동 칠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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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술로도 족한 꾸밈없는 밥상


장유IC에서 내려 김해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을 지나면 조만강(여기 말로는 '조마이강')이 있다.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가 있는데 이름이 '마찰교'다. 그 다리를 건너는 바로 왼편에 강과 인접한 동네가 있다. 김해시 이동. 여기에 '음식갤러리'라 이름 붙인 '칠산고가'가 있다. 고가처럼 기와를 올린 집인데 도시 사람들의 숨통이 터이는 풍경이다. 가마솥, 장독대, 황토방…. 특히 여성 화장실의 내벽 일부는 옛 돌담처럼 인테리어를 해 놓았다. 본채에 들어서니 안쪽에 깔끔한 마당이 있다. 벌써 배가 부르다. 윤종식 사장은 "집 뒤쪽의 숲속에서 나는 풀벌레소리를 들으면서 풀 벨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원래 이곳은 12채가 있던 터. 그곳에 '칠산고가'를 세운 것이다.

"정직한 음식, 착한 밥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음식의 원류를 찾아가는 뭔가 제대로 된 음식을 밤낮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윤 사장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인스턴트 음식 한 번 먹여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 깃든 음식들이었다. 한쪽의 상에 앉았는데 안동의 한 사찰을 뜯으면서 나온 나무로 만든 밥상이다. 기와집의 나무 서까래, 나무 기둥, 나무 바닥, 나무 상, 온통 나무다. 그는 "나무가 참 좋다"고 했다.

'게장 옹기밥'(1만3천원). 밥을 하는 옹기솥은 이중 뚜껑이다. 직접 주문 제작한 것. 밥이 고슬고슬했다. 게장은 달고 향긋했다. 간장을 3번 달여 한 달간 숙성한 것인데 16가지 약재를 넣은 것이다. 연근 된장찌개 꽁치구이 나물무침 깍두기 배추김치 도라지무침….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소금으로 맛을 냈다. "조미료를 쓰지 않으니 '맛이 없는 집'이에요." 그 말 사이로 시원한 창밖에서 풍경이 댕그랑 댕그랑 천천히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마당의 돌확에서는 물이 방울방울 듣고 있다. "반찬 수를 더 줄이려고 해요. 집중도가 떨어지거든요. 간단하고 소박한 밥상. 수식이 없는 힘있는 음식을 내고 싶습니다." 집과 주인, 음식이 좀 닮은 구석이 있었다. 쌀가루와 우리 밀을 배합한 '파전'(1만원)에서는 해물의 향이 강하게 훅 하고 끼쳐왔다. 입속이 출렁거렸다. 딱 두 점으로 흡족할 정도였다.

이 집의 음식은 간단하다. 화려한 음식에 길들여진 이들은 부족함을 느낄 정도다. 한두 점으로, 한두 숟가락으로 족한 여유로 먹는 음식들이다. "간과 맛, 메뉴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어요." 한쪽의 황토방에서는 밥 먹고 나서 쉴 수 있단다. 연잎밥 1만1천원, 유황오리불고기 1만원. 예약요리로는 한방백숙 4만원, 옻백숙 4만5천원, 유황통오리탕 3만원.

송 사장이 소개해준 '조마이강'의 둑길을 따라 자동차를 몰고왔는데 가을이 넘실댔다. 진풍경이었다. 서김해IC로도 갈 수 있다. 055-323-2566. 최학림 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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