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북구 화명동 중국집 '금룡'
막 뽑은 짬뽕 면발, 기다린 수고까지 후루룩
아뿔싸, 하필이면 오늘이 셋째 화요일이구나. 첫째, 셋째 화요일에 가게가 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깜빡했다. 술 마신 다음날 가봐야지하고, 어제 들입다 마셨는데…. 낭패다! '짬뽕 공장'이란 별명을 가진 부산 북구 화명동의 중국집 '금룡'이 아쉬워 하는 이야기이다. 얼마나 짬뽕을 찾는 손님들이 많으면 '짬뽕 공장'일까. 보름쯤 전에 먹었던 짬뽕 맛을 머리 속에 기억하려 애를 써본다. 머리는 아프고 속은 쓰려온다. 이 짬뽕 한 그릇만 먹으면 되는데…. 간절하다, 짬뽕!
금룡의 짬뽕을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어, 짬뽕이 와 이렇노?" 국물 색깔이 흔하게 보던 뻘건색이 아니라 고운 주황색이어서 나오는 말이다. 잘 익은 감의 빛깔 같다. 이 국물은 은은하면서도 참 시원했다. 색깔이 시뻘게져야 더 시원한 것은 아니다. 면발도 국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면은 살아서 춤을 춘다. 자동 면기계를 두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바로 뽑으니 신선도가 좋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뽑은 면을 잘 삶으면 수타면보다 맛이 있다. 짬뽕에 무슨 약을 넣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겨울에는 굴과 중국산 부추를 넣어 굴짬뽕을 한다니 또 얼마나 시원할 지 궁금하다.
이 집에도 단점이 있다. 예약을 하지않으면 점심시간에 40∼50분은 기다려야 한다. 불과 30초 차이로 늦게 왔는데 30분을 더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배는 고파오고 또 얼마나 신경질이 날까.
"와 빨리 안주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임대순 대표가 혼자 요리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즉석요리이다 보니 손님이 자리에 앉아서 시켜야 볶기 시작한다. 혼자서 여러 종류를 만들 시간이 없다.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다. 짬뽕 한 그릇 먹고나면 어느새 화가 풀린다.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특히 사람이 많다. 탕수육(1만5천원)은 깔끔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유산슬(2만5천원)에는 해물이 가득하다. 올해 52세라는 임 대표는 피부가 여자보다 곱다. 이유를 물어봤다.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렇단다. 물론 밀가루 음식 좋아한다고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다른 집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도 새로 물었다. 임 대표는 "좋은 기름을 써서 좀 오래 볶는다. 시간이 걸려도 음식은 완벽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집을 피우니 시간이 걸린다. 용당 마을이어서 상호를 '와룡'으로 할까하다 '금룡'으로 지었단다. 임 대표는 중국집 배달부터 시작해 설거지, 영업장 지배인을 거쳐 장사를 시작한 지 22년째 되었단다. 요리에 대한 고집이 마음에 든다. 기다리기 싫으면 예약부터 해야겠다. 짬뽕 4천500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북부경찰서 정문서 북쪽 세번 째 골목. 051-364-5001∼2. 글·사진=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