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동래구 수안동 '밥도둑 1번지'
무한 리필 돌게장에 밥 한 그릇 '게눈' 감춰
입맛을 돋우어 밥을 많이 먹게 하는 반찬을 '밥도둑'이라고 한다. 부산 동래구 수안동의 '밥도둑 1번지'는 한번 들으면 쉽게 기억이 나니 좋은 이름이다. 자리에 앉으려니 방석에 돈이 그려져있다. '돈방석'이다. 손님들이 돈방석에 앉으라는 배려인데 어쨌든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벽면에는 '우리 아버지가 직접 딴 거제도 자연산 돌미역 팝니다!'라고 붙어 있다. 이쯤 되면 어떤 사람이 사장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조정열 사장의 고향은 경남 거제. 조 사장의 부친은 거제에서 양식업을 하고 있다. "5월에 한번 따는 거제산 돌미역은 기장 미역보다 싸고 맛이 있다."(이건 조 사장의 생각이다)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와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를 잇는 거제대교의 아래 쪽에 위치한 좁은 해협인 견내량(見乃梁)에서 딴 미역이다. 이순신 장군이 그를 믿고 몰려온 사람들 중에 장정은 군인으로 삼고 나머지는 농사를 짓거나 미역을 따거나 물고기를 잡게 해 모든 걸 자체 조달했다는, 기록에도 나오는 미역이다.
이 집의 밥도둑은 돌게장. 돌게장 정식(6천원)을 시켰다. 잠깐, 돌게가 뭘까? 돌게는 돌 밑에서 크는데 꽃게처럼 작고 껍질이 단단하다. 충청도 위쪽 태안이나 인천 소래포구에서는 '박하지'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접두사로 '돌'이 붙은 녀석들은 못생기고, 불규칙하고, 작고, 단단한 게 많단다. 돌배, 돌감, 돌쇠(?)….
통발로 잡아 집에서 담가 먹던 자연산 돌게장을 음식점에 한번 접목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단다. 돌게로 담근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나란히 나왔다. 게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양념게장, 마니아들은 간장게장을 주로 찾는다. 간장게장이 짜지도 않고 입에 착착 감긴다. 간장게장의 활용도는 다양하다. 간장게장 국물에 김으로 쌈을 싸서 먹었더니 밥 한 그릇이 어느새 없어졌다. 밥도둑이 맞다. 게가 비리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맛있게 잘 먹는다. 여자들도 밥 두 공기를 거뜬하게 먹고 간단다. 돌게장은 무한리필. 미역 냉국도 시원하다. 그렇게 자랑하던 거제산 돌미역으로 만들었다. 어느새 게 껍질이 수북하게 쌓인다. 소는 한 마리를 잡아도 표가 안 나지만 게 먹은 자리는 표가 난다는 말이 실감이 간다.
90% 이상을 생물을 쓰는 해물탕은 술안주로도 좋다. 해물탕 속 전복이 살아서 숨을 쉬니 야릇하다. 수산회사를 갖춰 생물을 손님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단다. 이렇게 팔아서 안 남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남는단다. 솔직한 게 마음에 든다. 간장게장에서는 깊은 맛이 난다. 연중 무휴 24시간 영업. 수안교차로 동래경찰서 뒤편, 동래구청 들어가는 입구이다. 051-552-2230. 글·사진=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