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 조례' 넷째 낳아도 "지원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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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를 발족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시행 중인 출산장려 정책이 현장 적용과정에서 일선 지자체들의 경직되고 형식적인 규칙과 충돌을 빚으며 효과를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

특히 출산장려금 지원제도는 지자체들마다 천차만별이어서 특정인에게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진해시, 거주기준 따라 넷째출산 가정 지원 거부
남편 일자리 위해 이사 사정도 규정 내세워 외면


지난달 5일 넷째 아이인 딸을 출산한 유모(44·여·경남 진해시 용원동)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출산장려책이 너무 좋아 넷째는 힘들지 않게 키울 수 있겠다'고 한마디씩 건네는 바람에 일일이 대꾸하기도 싫어 속만 태우고 있다"면서 "한달에 20만원 이상 들어가는 우윳값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씨는 둘째나 셋째도 아닌, 넷째 아이를 낳고도 진해시의 출산양육지원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거주하던 유씨는 사업에 실패해 새 직장을 구하려는 남편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지난 3월 23일 진해시로 이사했다. 유씨는 관할 웅동2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했다.

전입신고 당시 유씨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안 담당 공무원은 "셋째부터는 모두 150만원의 출산양육지원금을 2차례에 나눠 지원하니 아이를 낳으면 꼭 신청하라"며 출산장려 시책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유씨는 진해로 옮겨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 후 유씨는 넷째를 출산한 뒤 다시 주민자치센터를 찾아가 출산양육지원금 지원을 신청했으나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담당 공무원의 답변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진해시 출산양육지원금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3조(지원대상의 범위)는 '둘째 아이 이상 출생한 가정으로서 영아 출생일을 기준으로 3개월 전부터 신청일 현재까지 계속해서 진해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고 있는 가정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유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도 하고 시청 업무담당 부서에 문의도 해 봤으나 허사였다. 유씨는 "일용직인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는 아이 네명을 키우기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진해시 관계자는 "출산양육지원금 지원에 따른 각종 폐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거주기간 등을 조례로 규정하고 있어 유씨의 경우 안타깝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시·군마다 지역 실정에 맞추다 보니 지원금액과 조건 및 지원시기 등에 다소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해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현실에 맞지 않아 구호에 그치고 있는 출산장려 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기여하고 출산 및 양육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편의가 아닌 주민편의 위주로 바뀌고, 지자체별 지원사업에서 일률적인 적용이 가능한 국가 지원사업으로 하루빨리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훈 기자 lee77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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