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동래구 온천동 '게판'
해산물 가격 파괴…세 명 이상 가면 무조건 이득
야구장에서 시원스럽게 날아가던 2루타 공의 행방을 지켜보던 누군가는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다. 역시 공을 쫓다 "나는 낚시 가서 고기를 잡는 게 더 재미있는데…"라고 생각한 야구선수가 있었다. 그는 낚시의 손맛에 미쳐 야구를 그만뒀다. 때로는 아무 상관없는 야구공이 인생을 가르는 모양이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문을 연 해산물 가격파괴점 '게판'의 최유영(48) 대표가 낚시에 빠졌던 그이다. 처음 보면 덩치나 인상이 험악해 보이는데 몇 번 보면 사람이 좋아 보이기도 한다. 이 집을 다시 찾는 손님들이 많은 걸 보니 볼수록 정이 가는 사람인 모양이다. 부산 중구 부평동에서 같은 이름을 내걸고 2년8개월간 장사를 했다. 좁은 가게에 손님이 늘 넘치다 보니 미안한 마음에 확장이전했단다.
3만원짜리 자연산 모듬회를 시켰다. 소면에 성게알, 고둥, 그라탕, 해파리냉채, 연어조림, 고래고기, 회무침, 탕국, 생선초밥 등이 끝도 없이 나온다. '게판'에서는 1인당 3천원의 초장값을 따로 받아 이렇게 15∼20가지의 안주를 제공한다. 뽀얀 튀김이 기억에 남는다. 좋은 기름으로 깔끔하게 튀겨낸 새우나 고구마 튀김이 웬만한 일식집보다 훨씬 낫다. 주문한 모듬회가 나왔다. 얼음 위에는 장미꽃이 피었고, 살이 벗겨진 돌돔은 꼬리를 흔든다. 잔인하지만 아름답고, 또 잔인하지만 군침이 넘어간다. 돌돔, 도다리, 삼식이(쏨뱅이), '빼도락지'가 얼음 위에 철퍼덕 누워 있다. 그 뽀얀 살결을 젓가락으로 희롱하다 입에 넣었다. 맛있다. 이날 일행 3명은 회와 소주를 입에 털어넣기에 바빴다.
기왕 온 김에 제대로 먹기로 했다. 2만원 하는 전복회를 하나 추가했다. 전복도 양이 만만치 않다. 최 대표는 "세 사람 이상이 오면 우리집이 확실히 가격이 싸다는 걸 느낀다. 술을 안 마시면 우리는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세 사람이서 5만9천원에 마음 놓고 바다에서 난 녀석들을 즐겼다. 최 대표와 소주를 몇 잔 주고받았다. 이 집의 저렴한 가격은 발품에다 현금거래가 빚은 결과란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하단에서 장사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IMF로 홀라당 날렸다. 그 뒤에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고기를 떼 와 시골 5일장으로 2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했다. 뇌수술을 받은 직후에도 시골장으로 떠돌아다녔다. 거기도 텃세가 심해 한 번은 당근 장사와 시비가 붙었는데 고등어를 당근 위에다 확 다 엎어버리고 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생선뼈를 버무려 온 탕수육이 새콤달콤하다. 점심특선 회정식 매운탕 7천원, 회비빔밥 매운탕 5천원. 오전 10시30분∼오전 4시 영업. 온천장 금강공원 입구에서 일방통행 길 조금 내려가면 우측편. 051-554-0042.
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