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경남 양산시 덕계동 '본가아구찜'
22가지 재료로 낸 맛 소문 끊이지 않아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사람들이 저 혼자 먹기에 아까우면 소문을 낸다. 혹은 저 혼자 꼭꼭 숨겨놓고 먹고 싶어도 저절로 소문이 난다. "아, 맛있더라"라고 발설한 것이 꼬리를 물면서 소문이 나는 것이다. 경남 양산시 덕계동의 '본가아구찜'은 그런 입소문의 집이다. 소문은 양산에서 부산까지 7번 국도를 타고 왔음이 틀림없다. 아귀찜 하나로 양산과 부산이 슬쩍 내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아귀찜을 맛면에 소개한 적도 있어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먹어 보고서 그 부담이 확 줄었다. 외려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즐거운 부담이다.
"와, 정말 맛있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값싼 말이다. "괜찮다"고 무덤덤하게 말하는 것이 차라리 값진 찬사다. 그래, 이 집 아귀찜, 괜찮았다. 음식은 주인의 손이 아니라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자에게 소개한 지인은 "이 집 음식은 정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근처에서 장애아 보육시설의 원장을 맡고 있는 최혜림씨가 그 지인에게 소개를 했다. 최씨는 부산의 민주화운동에 또렷한 이름을 새기고 있는 최성묵(92년 작고) 목사의 딸이며, 김영수(2002년 작고) 목사의 부인. 그녀는 "처음에 '아구지리(아귀맑은탕)'가 있어 들렀는데 역시 좋았고, 결국 아구찜에 빠졌다"고 했다.
정원석(57) 김현숙(52) 주인 부부는 '여, 유, 있, 게' 객들을 대했고 그게 보기 좋았다.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여주인 김씨는 "아구찜의 양념에만 스물두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고 했다. 생조갯살을 믹스에 갈아서 넣고, 버섯가루 당근분말 찹쌀가루 들깨가루 홍초가루 등등을 넣는다. 식객들은 "이 양념의 맛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시원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인 김씨는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 양념과 아구, 콩나물의 양을 g수로 정확하게 따져 넣는다"고 했다. 눈대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배경과 이유가 있는 음식의 맛이었다.
이 집 아귀찜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생아귀찜이라는 점. 덕계에서 자갈치시장을 이틀에 한 번꼴로 오르내린다. 비올 때는 당일치기로 왕래한다. 그래서 문이 잠겨 있는 경우도 없지 않다. 싱싱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나는 '왜'가 양념과 어울려 고소했다. 콩나물은 두툼하고 방아향은 적당한 가운데 싱싱함과 고소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생아귀찜이다. 우동면 감자면 쫄면을 넣어먹는 맛이 꽤 있다.
김씨는 어릴 적 식당을 한 고향의 어머니에게서 손맛을 익혔다. "음식을 손님들이 맛나게 잘 드시고 가니까 재미있어요. 왠지 음식을 적게 내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아귀찜 2만, 2만5천, 3만원. 아귀수육 2만, 3만, 3만5천원. 아귀매운탕, 아귀지리, 돌솥추어탕 각 6천원. 추어탕 5천원. 배달도 한다. 오전 10시~오후 10시 영업. 노포동 지나 7번 국도를 타면 된다. 덕계지하차도 빠져나오면 바로 보이는 육교 근처. 055-388-5753.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