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첨단기술, 농부 웃게 하다
비닐 하우스 난방비 절감에 생산성 향상·품질 개량까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에 사용되는 첨단기술을 활용, 비닐하우스의 숙원인 겨울철 난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관심을 끈다.
부경대 기계공학부 김종수 교수 연구팀과 강동토마토연구회의 조석남씨는 열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히트파이프를 양액재배 배지에 까는 뿌리(根圈) 난방으로 난방비 절감에서부터 생산량 향상, 품질 개선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어 화제다. 이들의 도전과 열정을 살펴본다.
부경대 김종수 교수 연구팀·강동 토마토연구회 조석남씨
인공위성 '히트파이프' 토마토 뿌리 난방 활용 '일석삼조'
·뿌리난방으로 '비닐하우스 숙원' 해결
강서구청을 지나 녹산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강서구 강동동 딴치마을로 접어들면 좌우로 토마토 비닐하우스가 즐비하다.
부경대 김 교수팀과 함께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강동토마토연구회의 조석남씨가 수확한 토마토를 박스에 한창 담고 있었다.
취재팀이 '토마토 정말 좋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조씨는 "물건은 좋은데 시세가 없다"며 괄괄한 목소리로 반겼다.
조씨는 "일반적으로 토마토는 수확한 토마토의 60~80% 정도만 상품화할 수 있는데 비해 우리는 울퉁불퉁하게 생긴 '불량 토마토'가 거의 없어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자랑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져 2m가 훨씬 넘어 보이는 토마토 '나무(조씨는 취재 내내 나무라고 표현했다)'가 숲을 이루고 있었고 가지마다 탐스런 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공학과 농학이 만나면?
강동토마토연구회의 조씨와 김 교수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말 평소 겨울철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고민하던 조씨는 우연히 친지로부터 김 교수의 연구내용을 접하게 됐다. 그는 당장 부경대 용당캠퍼스에 위치한 김 교수 연구실로 달려갔다.
조씨의 사연을 전해들은 김 교수는 박사과정 연구원 공상운씨(한-베트엔지니어렁㈜의 대표)와 함께 현장을 직접 방문한 다음 사비를 틀어 토마토 밭 일부(길이 50m 정도)에 히트파이프를 설치했다. 온돌처럼 양액재배 배지 하단에 히트파이프를 까는 방식이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히트파이프는 우주선 내부에서 발생한 열을 우주 밖으로 신속하게 내보내기 위해 개발된 장치. 구리 파이프 속의 히트파이프액체가 직접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초고속으로 열전달이 가능하다. 김 교수팀은 히트파이프를 이용해 차세대 온돌난방장치를 개발, 실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 '"히트파이프는 기존 온수온돌장치에 비해 필요한 관수량이 5분의 1에 불과할 뿐 아니라 더 낮은 온도로 가열해도 우수한 난방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럼 이런 히트파이프를 토마토 뿌리난방에 활용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고 한다.
조씨는 "히트파이프로 뿌리 온도를 섭씨 18도 정도 유지하자 비닐하우스 실내 온도를 3~4도로 유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이런 방식으로 겨울철 난방비를 거의 4분의 1 정도로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뿌리난방으로 뿌리가 튼튼해져 기존 방법에 비해 토마토가 30% 정도 더 많이 달리며 알도 꽉 차고 성장속도도 2주 정도 빠르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농사는 □□이다
조씨는 부경대 김 교수를 만나기 전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별의 별짓'을 다 해봤다고 털어놓았다. 폐목보일러를 구해 밤새도록 폐목을 태우다가 피곤해 낮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 심야전기를 이용하다 한 달 전기비가 100만원이나 나오기도 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전체 난방은 비효율적이며 뿌리난방이 효과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조씨는 "토마토는 고온을 오랫동안 요구한다. 그러나 비닐하우스 전체를 난방할 경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고민 끝에 뿌리만 난방하면 어떨까 착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온돌침대 발열재료를 깔았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또 기존 온돌난방재료인 엑셀파이프도 깔았지만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차세대 온돌난방장치로 개발된 히트파이프는 지금까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농사는 품종선택에서부터 생산, 판매서비스까지 아이디어와 첨단과학 기술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부산·경남지역 과학기술자들이 기업체와의 산학협동 연구 못지않게 '농부와의 농학협동'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