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효황후(조선 마지막 임금 순종의 비 윤비) 백납병풍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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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 채용신 作 12폭 60점 그림 중 9점 발견

조선시대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 윤비가 소장했던 12폭 백납병풍 중 일부 화폭. 강원태 기자 wkang@


100여년 전 조선시대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 윤비가 소장했던 백납병풍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병풍은 조선 말기 초상화 화가로 유명했던 채용신 선생의 작품으로 추정되며, 채용신 작품으로는 보기 드문 산수화 등을 담고 있어 작가 연구의 새로운 사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비 6·25때 해운대 피란
선물로 준 것 후손이 보관
향토사학자 주영택씨 확인


20일 가마골역사연구원 주영택(71) 원장에 따르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윤비가 부산 해운대구 우1동 장지마을에 2년간 머무른 적이 있었는데 윤비가 자신을 돌봐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이 12폭 병풍을 건넸다는 것. 이후 병풍은 그의 딸이 서울로 시집갈 때 딸에게 건네졌으며 딸이 병풍에 있던 60점의 그림 중 9점의 그림을 소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주 원장이 그림을 입수하게 됐다. 이후 주 원장은 소지자에게 병풍의 부산박물관 기증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병풍 소지자 김남숙(72·여·경기도 성남시)씨는 아버지로부터 병풍을 건네받은 뒤 운반이 어렵자 대형 병풍을 폭마다 잘라 두루마리 형식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집에 귀한 손님이 올 때마다 그림 한 장씩을 오려줘 현재 그림은 9점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한때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이 병풍 그림을 집 한 채 값을 주고 사겠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고 한다.

병풍에 담긴 그림 60점은 꽃, 개, 풍경 등 제각각 다른 소재를 다룬 산수화, 화조화, 풍속화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다복과 풍요,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병풍은 1907년께 순종 즉위 후 동궁계비 윤비가 순정효황후가 되는 것을 축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납병풍은 병풍 한 폭에 여러 장의 그림을 마치 옷을 깁듯이 붙여 놓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병풍은 김씨에게 건네지기 전까지는 해운대 장지마을에서 잔치 때마다 마을사람들이 돌아가며 펼치는 '물건'이기도 했다. 윤비가 자신의 안방에 뒀던 병풍으로 좋은 의미가 다 담겨 있다고 하자 마을사람들이 경사가 있을 때마다 빌려가곤 했다는 것.

부산박물관 이성훈 학예연구사는 "일단 9점의 그림 중 채용신의 호 '석지'라는 낙관이 찍혀 있는 3점의 작품은 채용신의 작품이 맞을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6점에 대해서는 좀 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백납병풍의 경우 온전하게 보전된 게 거의 없고, 채용신은 조선 말기 김은호와 함께 초상화로 당대 최고였던 화가로 초상화 이외 작품은 많지 않아 이번 병풍 그림은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석지(石芝)는 물론 석강(石江), 정산(定山) 등의 호를 사용했던 채용신(1850~1941)은 조선 말기 화가로 100여점의 초상화, 10여점의 화조화를 남겼다. 고종의 어진(御眞)을 비롯해 흥선대원군, 최익현 등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전통양식을 따른 마지막 인물화가이며 전통과 서양화법을 조화시켜 세부묘사와 원근, 명암 등을 표현하였다. '운낭자 27세상(雲娘子二十七歲像)', '최익현 초상' 등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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