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전남 보성군 득량면 '중앙횟집'
득량만 싱싱한 횟감이 풍성한 상차림과 함께
전남 보성이라고 하면 차밭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유명한 횟집이 있다. 보성군 득량면의 중앙횟집. 차는 원래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잘 된다. 찻잎 속에 바다의 짭짤한 염분이 새벽의 이슬로, 혹은 비오는 날의 안개로 적당히 간간하게 스며들어야 제 맛을 내기 때문이다. 그 짭짤한 맛을 회 접시 위에 올려놓은 것이 보성의 회 맛이었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순천으로 들어가 2번 국도에 올라선다. 보성읍 닿기 전에 보성군 조성면 부근에 득량만으로 내려가는 77번 국도가 있다. 이 국도를 타면 보성(득량)방조제에 이른다. 방조제 왼쪽 너머는 득량만의 바다, 오른쪽은 보성호다. 이 방조제의 끄트머리에 제2수문교가 있는데 바로 수문 근처에 '중앙횟집'이 있다. 득량만의 남해 바다에서 올라오는 싱싱한 횟감들이 별미처럼 가득하다. 수천 개의 그물이 득량만에 드리워져 있는데 거기서 올라오는 횟감들이다.
이 집의 2층 방에 앉았다. 반 고흐의 눈마저 홀리게 할 만한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을 안내한 소설가 정형남 선생은 지난해 30여년 살던 부산에서 이곳 보성군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저 갈대밭은 순천만의 갈대밭보다 더 낫다"고 했다. 곧 갈대생태공원을 꾸릴 것이라고 한다.
갈대밭에서 새들이 날아 오르내릴 때 상에는 숭어 농어 볼락 회들이 오르고 있었다. 농어는 입 속에서 졸깃거렸고 숭어 볼락 회는 혀에 달라붙어 버렸다. 보성의 차 맛 같은 달콤함이 배어 있다. 농어가 바야흐로 제철이란다. 멀리 광주 순천에서 사람들이 이 맛을 찾아온다고 한다. 여기서는 회를 집에서 담근 된장에 찍어 먹는다. 물론 냉이고추 초고추장 등의 소스도 택해서 먹을 수 있다.
고흥반도를 마주보고 있는 득량만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없다. "붕장어(아나고)도 나와요." 도다리 홍대 서대 주꾸미 꽃새우 먹장어. 여기서 도다리는 여름철에 제 맛이 든다고 한다. 잘게 썬 매운고추를 흩뿌려 놓은 세발낙지의 잘려진 다리들이 꿈틀거린다. 낙지의 맛도 달다. 주인 김복숙(49·사진) 아주머니는 "어머니가 인근 예당 수문 근처에서 30년간 횟집을 운영했으며, 우리 부부는 85년부터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일대에서 역사가 있는 횟집이다. 평일인데도 손님들이 많다.
같이 나오는 상차림이 전라도풍이다. 가짓수가 많아 풍성하다는 말이다. 게튀김 홍어 두릅 해삼 개불 맛조개 키조개관자 참꼬막 멍게 전어밤젓…. 숭어구이는 숭어를 살짝 말려 구운 것으로 특이하고, 게튀김은 고소하고 짭조름하며, 참꼬막은 살짝 데쳐 적당한 간으로 부드럽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들이 모두 빼놓을 수 없는 맛들이었다. 1인 1만5만원부터. 바다를 마주한 남해의 섬 같은 풍경을 자동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공룡알화석지에 이른다. 061-853-7176.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