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 부산 금정구 청룡동 '쇠고집 가마솥 한우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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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고집 하나로 고향의 국물 맛 우려내

범어사 일주도로를 다 내려오면 '쇠고집 가마솥 한우 국밥'(부산 금정구 청룡동)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몹시 센 고집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쇠고집, 거기다가 가마솥이라니 구미가 동한다. 실내에 들어서니 초가집을 배경으로 음식을 만들어 이웃에 건네는 그림이 벽면에 그려져 있다. 이웃간에 먹을거리와 정을 나누던 이전에 비해 지금이 더 살기에 좋아졌을까?

한우암소국밥(6천원), 한우암소국수(6천원), 갈비찜(4만5천∼6만원), 한우파전(1만원), 쇠고집막걸리(6천원). 그냥 국밥이 아니라 암소국밥이란다. 국밥에 들어간 고기, 암소라 그런지 부드럽게 씹힌다. 국밥의 핵심, 국물은 얼큰하고 시원하다. 그 국물은 어린 시절에 국밥을 먹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떠나온 고향을 그리게 한다. 제대로 낸 국밥의 맛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음식에 고집이 있는 집이다.

국밥이나 한 그릇 먹으려던 생각이 달라졌다. 갈비찜을 시키니 반찬이 10개가 넘는다. 국밥을 시킬 때 나오는 반찬 갯수와는 좀 차이가 난다. 하지만 김치 맛이야 달라질 수 없다. 각자 덜어먹도록 한 배추김치에서는 젓갈을 푹 삭혀 잘 익은 맛이 난다. 열무김치가 반찬 중에 가장 맛이 있었다. 고추장을 달라고 해 열무김치와 무채를 넣고 비벼 먹었는데 꿀맛이다. 지켜보니 일하는 분들도 가족처럼 화기애애하다. 이렇게 기본이 잘 되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갈비찜은 전복, 브로클리, 버섯 등이 들어가 영양이 만점이다. 찜을 백김치에 싸서 먹어 보라는데 의외로 궁합이 잘 맞다.

'쇠고집…'은 경남 통영의 소시장이었던 소전시장에서 30년간 국밥장사를 하다 지난해 이 곳으로 옮겨왔다. 신선한 재료가 풍부한 통영의 맛이다. 홀서빙은 서권정(41)씨, 음식은 서씨의 누나인 '행자씨'가 맡고 있다. 행자씨, 주방에만 있기에는 화려한 입담이 좀 아깝다.

서씨의 어머니 손달자씨는 허리가 불편해 지금은 가게에 잘 나오지 않는다. 서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고기를 2시간 삶고 준비하는데 4시간 반이 걸린다. 장사를 직접 해보니 어머니가 고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가마솥은 쉽게 끓지않고, 맛있는 집에는 정성이 들어가야한다.

직원들이 달고있는 스마일 뱃지 사연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쇠고집'에서는 별로 웃을 일 없는 세상 웃고 살자며 손님들에게도 스마일 뱃지를 나눠주었다. 답답한 마음을 추스리려 금정산에 올랐다 이 집에 들렀던 한 손님 스마일 뱃지를 달고나서 큰 행운이 찾아왔단다. 그가 감사하다며 보내온 편지가 붙어있다. 잘 먹으면 복이 오고, 웃으면 복이 온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 범어사 일방통행로 하행길 끝집. 051-508-5898.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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