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수학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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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더욱 전문화되고 있는 학문을 통합하자는 '통섭'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대부분의 석학들은 과학자, 수학자, 철학자였고, 예술가였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을 수의 개념으로 이해하며 음향학의 기반을 다진 학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학과 철학의 긴밀한 만남은 인류 정신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수학은 자연 속에도 발견된다. 피보나치 수열이 대표적이다. '1, 1, 2, 3, 5, 8, 13, 21, 34, 55, 89……'의 수열같이 앞의 두 수를 더한 것이 그 다음의 수가 된다는 이 법칙은 자연 현상들에서 흔히 발견된다. 예를 들어 1장, 5장, 8장으로 이뤄지는 꽃잎 수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니, 이 역시 피보나치 수열이 적용된다. 꽃잎끼리 서로 중복되거나 헝클어지지 않고 햇빛을 잘 받으며 조화롭게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으로 일컬어지지만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캐나다 수학자 필드의 간절한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상이 바로 '필드상'이다. 4년마다 열리는'국제 수학자 대회'에서 수상하며 수상자 나이도 40세 미만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수많은 천재 수학자들을 좌절케 했던 최고의 난제 '페르마의 정리'를 41세 때 증명했던 미국 앤드루 와일즈 교수는 나이 제한에 묶여 이 상을 받지 못했다. 한국 역시 단 한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수학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4년 '국제 수학자 대회' 개최지 심사 실사단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실사단은 한국적 상황을 빗대 "일반인들에게 수학은 닫힌 분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라는 말을 했다. 새겨들을 만하다. 수학이 현실과 학문 분야를 겉돌지 않고 인문학과 예술을 자유롭게 오고갈 때, 우리나라도 필드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이 그리 머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박태성 논설위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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