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동구 수정동 '청농원 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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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있는 돼지국밥 집안의 맛이 그대로

돼지국밥은 밀양에서 시작했지만 부산에서 꽃을 피운 부산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서울 사람이 부산에 돼지국밥집이 하도 많자 "부산 사람들은 돼지국밥만 먹고 사느냐"는 이야기를 했다. 부산 사람이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가 돼지국밥집을 찾기 어렵자 한 포털사이트에 "서울 사람들은 왜 돼지국밥을 모르나요?"라고 물었다. 얼마 전 부산판 '미녀들의 수다'에서 20대의 중국 여성과 터키 여성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뜨거운 돼지국밥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돼지국밥에 고추랑 마늘을 된장에 같이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부산 사람 다 된 것이다. 부산일보 홈페이지에서 '돼지국밥'으로 검색해 보면 매일같이 얼마나 많은 돼지국밥집이 개업하는지 알 수 있다. 강호에 고수들이 즐비하다 보니 이름 없는 신예, 무명의 돼지국밥집 소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부산일보 근처인 부산 동구 수정동 일대에 못 보던 돼지국밥집이 생겨 무심코 들어갔다. 돼지국밥은 혼자서 먹어도 이상하지 않다. 국물이 보기 드물게 말갛다. 몇 숟가락을 떠먹다 보니 맛이 심상치 않다. "재야에 이런 고수가…." 몇 번을 더 가 보고, 몇 사람을 더 데리고 가서 테스트를 해본 뒤에야 숨은 맛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고백하자면 부산일보 근처의 식당은 소개하기가 부담스럽다.

'청농원 돼지국밥'은 동래 명륜동에서 10여년간 장사를 하다 2007년 말 동구 수정동으로 이전 개업했다. 카운터를 보는 이종대(35)씨의 어머니 최성자씨가 주방에서 음식을 담당한다. 알고보니 이씨의 고모와 삼촌이 모두 돼지국밥집을 하던 뼈대있는 돼지국밥 명가이다.

'촛불 수육'을 시켰다. 수육 밑에 촛불을 넣어 항상 따끈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수육이 참 부드럽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수육은 삼겹살이거나 항정살과 섞어서 나온다. 이 집에서는 항정살만 사용한다. 말간 국물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몸에 좋은 국물은 속에서 안다. 워낙에 뽀얀 색깔이다 보니 가끔 의심하는 손님들도 있단다. 뼈를 많이 쓰면 이런 국물이 나온다.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촛불 수육이 잘 나갔을까? 쓸데없는 궁금증이 인다. 언제나 줄 선다고 소문난 유명한 돼지국밥집에 비해 맛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돼지국밥집으로는 드물게 세트 메뉴도 있다. 국밥 2개와 순대 1접시 세트가 1만1천원이다. 소주 한 병 시켜서 술안주로 먹기에는 딱 좋다. 순대도 상당히 괜찮다. 돼지·내장국밥 각 4천500원, 순대국밥 5천원, 수육백반 7천원.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 부산진역 맞은편 동부경찰서 옆 세무소로 올라가는 길에 있다. 051-441-0042. 박종호 기자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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