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남구 용호동 '오륙도횟집'
'생선회 박사'가 귀빈 모시는 복국집
"그 맛, 목숨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복어의 맛을 이렇게 찬미했다. 통계로만 따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상에서 복어를 가장 좋아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당 연간 복어 소비량은 생선 좋아하기로 이름난 일본의 1.5배에 달한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복국집을 찾을 수 있다. 알고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복어를 해장용으로 많이 먹는다. "그대 진정 복어를 좋아하는가, 아니면 술을 사랑하는가?"
부산에 이름난 복국집들이 많지만 찾아가보면 그야말로 허명뿐인 경우가 많았다. 손님도 많고 분점도 낸다지만 정작 맛이 없으면 뭐하나? 얼마 전 '생선회 박사'인 부경대 조영제 교수와 이야기를 하다 귀빈이 오면 꼭 모시고 가는 복국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 교수가 추천하는 집이라면 믿을 만하다. 그와 함께 찾아간 부산 남구 용호동 '오륙도횟집'은 주택가에 자리를 잡아 처음 찾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이런 곳에서 장사를 하려면 오로지 맛으로 진검승부할 수밖에 없다.
김동술(57) 대표는 이곳에서는 8년이지만, 총 30년간 복국집을 운영하고 있다. 조 교수와는 지난 2002년 부경대 평생교육원 생선회 전문가 과정을 수강하며 인연을 맺었다. 30년간 복어를 다뤄왔으면 눈 감고도 복어를 만지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단골손님 가운데도 김 대표가 인사를 잘 안 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해 마시라. 복어는 알이 조금만 들어가도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복어를 다룰 때에는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복어 요리는 하면 할수록 겁이 난다. 이게 다 당신의 안녕을 위한 것이니, 인사 안 한다고 불평하지 마시길…. 1, 2층으로 된 널찍한 집에서 김 대표와 부인 이복자 부부만이 주방을 담당한다. 이윽고 기다리던 복국이 나왔다. 우묵한 그릇은 이 집만의 특징이다. 복국의 싱싱한 미나리가 원기를 돋운다. 복어의 살은 눈같이 희고 보드랍다. 말간 국물이 시원하다가 개운한 뒷맛이 난다. 뜨끈한 국물이 목으로 내려가자 "어제 술 마시길 잘했어"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든다. 이날 맛본 복어는 밀복. 복어 중에는 자주복(참복)이 역시 가장 맛이 있다. 하지만 11월 초부터 3월까지는 자연산 밀복의 맛이 좋을 때라 참복의 맛에 뒤지지 않는다. 살아 있는 활복의 고기는 연하고 국물이 말갛게 나온다. 수입 복어는 많이 딱딱하다.
복국은 다이어트를 하려는 여성들에게도 복음이다. 복국 국물에다 밥을 약간씩만 먹으면 한달에 4∼5㎏은 그냥 빠진단다. 이곳에서는 생선회도 100% 자연산만을 취급한다. 회를 시킬 때도 가늘게 썰기, 길게 썰기, 평 썰기 등 써는 방법을 골라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이 만만찮아 주로 접대용으로 이용된다. 밀복 2만5천원, 참복 3만원, 각종 회 2∼3인분 7만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다. 용호동 사거리의 부산은행 뒤편에 있다. 051-621-8054. 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