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화의 세상만사] 입춘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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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법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기준은 역법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우리가 흔히 양력으로 호칭하며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서양의 로마력에 기초한 태양력 계산법에 의한 것이다. 비교적 천체 운동과 날짜 표시가 부합되고 편의성이 많아 오늘날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양력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반해 동양에서 널리 사용했던 달력은 달의 차고 기움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소위 음력이라 불리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역법이 존재하였고 천체 운동에서 다양한 기준을 삼아 한 해의 시작을 삼았다. 하나의 예로 중국 하나라의 역에서는 세수(한 해의 시작)를 정월로 하였고 은나라 때는 12월, 주나라 때는 11월로 정하였다. 기후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정치적 의도였는지 알 수 없지만 역사적 기록은 많은 변천사를 보여준다. 음력이나 양력은 기준점을 정하기에 따라 한 해의 시작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기운 변화를 중시하는 사주 명리학에서는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다수 학설로 통용된다. 입춘은 하나의 절기 명칭인데 천체 운동에 따른 절대적 위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계절의 변화나 그에 따른 현상의 변화가 질서 정연하게 부합되므로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고 하나의 역법적 기준처럼 사용되는 것이다.

설명하기도 복잡한 역법 이야기를 늘어놓아 글만 장황해진 모양이다. 다들 경험을 통해 아는 바이지만 입춘을 전후해 만물의 소생이 이뤄지고 있으니 정말 경이롭고 신선한 일이 아닌가. 죽은 듯이 앙상한 가지만을 유지하던 나무에 싹이 나고 다시 생명 활동이 시작되니 입춘은 새해의 시작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례를 보기 드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입춘의 의미는 더욱 감회가 깊다. 진짜 새해가 시작되는 입춘이라. 만인이 입춘대길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대길'만큼 좋은 단어가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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