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해운대 훼손 많아 안타까워요"
경북 영양서 부산까지 1인 환경운동 미야타 유지씨
"지구를 파괴하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물을 절약하고, 산림파괴를 멈춰 오염을 없애고, 공기를 깨끗하게 하고, 대체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구 곳곳을 걸어다니며 환경보호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1인 환경운동가' 미야타 유지(27·일본 요코하마) 씨는 환경과 평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람사르 총회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8~11월 전북 새만금 갯벌에서 서·남해안을 따라 경남 창원까지 650㎞를 걸었던 그가 새해를 맞아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오는 9월 '지구 축전'을 앞두고 한국에 평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한국에 도착한 것은 지난 1일. 경북 영양에서 걷기 시작해 포항과 경주, 울산을 거쳐 부산에 내려온 것은 18일이다. 많게는 하루 30㎞씩 걸으며 사람들에게 자연과 평화를 전하려고 노력했다. "지치고 외롭지 않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쳤다. "외로울 시간이 없어요. 열심히 걷다 보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다고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는 그였다.
그는 일본 게이오대학 종합정책학과를 졸업했고 2004년부터 2년간 연세대 한국어학당을 다녔다. 심리학 석사과정에 있던 그가 갑자기 환경운동으로 선회한 것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환경운동가 폴 콜먼을 접하고 나서다. 나무를 심으며 환경보호를 외치는 그의 모습에 매료됐던 것. 당장 해야 할 일이 공부가 아닌 환경운동임을 깨달은 미야타 씨는 그 길로 전공을 그만두고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부모 반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3개월 동안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왜 환경운동이 필요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했죠. 지금은 제일 든든한 후원자예요."
그는 부산이 안타깝다고 했다. 자연을 그대로 살렸으면 더 아름다웠을 해운대는 지나친 개발로 빛을 잃은 느낌이다. 낙동강 하구언과 을숙도 등지는 아직도 자연의 일부가 살아 있지만 부산 시민들은 그 가치를 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백양산 골프장 건립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부산에서는 걷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오염이 심하다는 얘기지요. 자연이 병들어 있는데 개발만 외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환경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는 일본이나 국제 환경운동단체,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 일반 시민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면서 환경과 평화를 얘기하고 환경운동이란 것이 그리 거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산에 이어 22일부터 제주도에서 한 달간 도보할 예정이다. 4월까지는 오키나와에서 환경과 평화를 알리기 위해 걷겠다는 그는 또 하나의 포부를 밝혔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대만과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까지 걸어가고 싶다는 것.
"환경운동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자세만 있으면 누구나 환경운동가가 될 수 있죠." 그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윤여진 기자 only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