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수영구청 앞 '서울 부대찌개'
대세는 스테이크 먹고 부대찌개
"부대찌개를 모르세요?"
음식에도 지역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산에 처음 오면 돼지국밥집이 많은 것에 놀란다. 그런데 돼지국밥과 비슷한 순대국밥집은 부산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부대찌개라는 음식도 체인점이 생기면서 알려졌지만 부산에서는 지금도 흔치 않다. 부산에 사는 열 사람 중에 일곱 사람은 부대찌개를 먹어보지 않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부대찌개란 '군대의 찌개'란 뜻으로, 서구의 스튜처럼 진한 우리나라 국물 요리이다. 6·25전쟁 직후 고기가 부족하자 의정부에 주둔하던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 등을 이용해 고추장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 먹었던 데서 유래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존슨의 성을 따서 '존슨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의정부를 중심으로 서울쪽으로 발달하다 보니 부산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조금 낯선 느낌이 있다.
소싯적에 서울에서 부대찌개를 먹어 본 사람이라면 추운 날씨에는 부대찌개가 간절하게 생각난다. 딱 요즘에 먹기 좋은 음식이다.
부산의 수영구청 앞에 싹싹한 서울 출신 부부가 하는 '서울 부대찌개'에서 제대로 맛을 낸다는 소문이 나서 가 보았다. 서울 부대찌개는 부대찌개 외에도 스테이크를 함께 취급해서 이채로왔다. 서울 등 위쪽 지방에서는 이렇게 부대찌개와 스테이크를 같이 먹는 게 요즘 대세란다. "그것 참…." 두 사람이 오면 모둠 스테이크 작은 걸 먹고 부대찌개 1인분을 시키는 게 거의 고정 코스가 되었다. 물론 부대찌개만 먹어도 된다. 모둠 스테이크에는 두꺼운 호주산 등심, 베이컨 말이, 소시지, 파인애플, 파프리카가 들어간다. 부대찌개 집에서 먹는 스테이크, 언뜻 부조화처럼 보이는 두 음식을 조화시키기 위해 윤활유(?)를 좀 마셔주었다.
안주인 최재석씨가 고기 위에다 파인애플을 얹어서 먹어보라고 권한다. "파인애플, 너는 알았느냐? 잠시 뒤 후라이팬 위에서 등심과 함께 구워질 운명을." 처음 보는 조합이지만 괜찮아 보인다. 한 손님이 "아웃백스테이크에서 소주 마시는 기분"이라고 절묘하게 표현했다.
기다리던 부대찌개가 나왔다. 부대찌개에는 프랑크소시지, 스팸, 찜콩 등이 들었다. 맛난 부대찌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에서 잡냄새가 없어야 한다. 가장 좋은 재료만을 써야한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맛집에서나 비결은 이처럼 재료에 있다. 얼큰하면서 시원하다. 한참 부대찌개를 먹다보니 한여름에 연병장에서 구보한 것처럼 땀이 줄줄 흐른다. 충성! 겨울에 흘리는 땀은 보신이나 다름없다. 둘 다 왼손잡이에다 이름까지 비슷해서 헷갈리는 천생연분 부부 명석제, 최재석씨가 친절하게 손님을 맞는다. 부대찌개 전골에는 쇠고기, 버섯이 들어가 샤부샤부 맛이 난다. 부대찌개 1인분 6천원, 모둠스테이크 소(小) 2만원. 수영구청 맞은편 골목. 051-621-8080. 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