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경성대 옆 '하늘소 숯불구이'
레스토랑서 변신 가족 특선·커플 메뉴 인기
맛 취재를 하면서 늘상 느끼는 것이지만 미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어릴 때 정성 들인 부모의 음식을 먹고 자란 이들이기 일쑤였다. 미각이 예민하다는 것은 입맛이 까다롭다는 것이 아니라 맛을 더 풍부하게, 더 깊게 느낀다는 것이다.
경성대 인근 '하늘소 숯불구이'의 정유정(38) 사장도 그런 예에 속했다. "음식을 잘 하시는 어머니는, 예를 들면 장을 담글 때, 물 맛이 장 맛을 좌우한다며 멀리까지 좋은 물을 뜨러 가시곤 해요. 별것 아닌 그런 하나하나가 맛의 세부를 이루는 것 같아요.
또 '밥만 잘 먹어도 제대로 먹는 것'이라며 전기밥솥이 아니라 돌솥밭에 고슬고슬 갓 해서 밥을 주시곤 하시지요." 그녀는 "'아무것도 안 들어간 것 같은 그 맛'이 항상 그립다"고 아주 편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시장을 직접 보러 다닌다고 했다. 시장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이 집 음식의 맛이다. 매운갈비찜(뉴질랜드산, 2~3인 2만2천, 4~5인 3만2천원)을 안주로 먹을라치면 거기에 밥을 비벼 먹을 수 있게 해주고, 또 고구마라도 있으면 숯불에 구워먹을 수 있게 해준다.
언양불고기는 1인분(호주산, 9천원) 250g이라 적혀 있지만 300g 가량 수북하게 내준다. 가져 온 언양불고기가 수북한데 200g도 안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300g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퍼 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처음 장사를 할 적에 주위 사람들이 "안 될 건데…"라며 말을 흐렸다는데 "지금 생각하니 퍼주는 그게 장사에 딱 맞더라"고 했다. 그래서 단골이 많다.
대학 주변이라 점심 때는 학생들이 많고, 저녁 때는 인근 대학의 교수, 직장인, 가족 손님이 많다. 점심 특선으로 된장정식(4천원), 갈비탕, 누룽지정식(각 5천원) 불고기정식(6천원) 간장게장정식(1만원) 등의 메뉴가 있다. 세트 메뉴 중 4~5인용의 가족 특선(6만8천원)과 2~3인용의 커플메뉴(4만3천원)도 이 집의 인기 메뉴. 호주산 와규꽃등심, 불고기, 냉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원래 이 집은 3년간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레스토랑이었다가 1년여 전에 숯불구이로 변신했다.
반찬이 깔끔한 이 집, 아직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 눈에 맨 먼저 들어오는 것이 와인 창고다. 150종 200여 병. 육즙이 풍부한 와규꽃등심(호주산, 120g, 1만3천원)을 구우면서 '기다림의 미학'을 말하는 정 사장은 와인 애호가이다. "와인은 음식과 함께할 때 꽃처럼 피어나지요."
여행을 많이 다녔단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차 시간을 코앞에 두고 상젤리제 거리의 유명하다는 작은 햄버거 가게에 햄버거를 사러 20분간 뛰어간 적도 있단다. '하늘소'가 그런 곳이 되고 싶다고 한다.
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2번 출구 인근, 푸르지오아파트 입구 맞은편 마로니에타운 2층. 영업 오전 11시~오후 10시, 지하주차장. 051-623-9999. 최학림 기자 th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