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사직동 야구장 앞 일식집 '무겐'
'무한대' 음식 제공 슬로건에 오향장육까지
늦가을 부산 사직동 야구장 주변은 단풍으로 울긋불긋하다. 한바퀴 둘러보니 사직동 야구장 앞에는 소문난 맛집들이 꽤 몰려 있다. 오늘 소개하는 '무겐'은 사직동 야구장 앞 주문진 막국수 골목 입구의 일식집이다.
일식집이라면 보통 조방앞이나 서면, 해운대 등 사람이 몰리는 곳에 자리잡는 게 일반적인데…. 틈새 시장, 동네 상권을 노리는 '무겐'은 일어로 '무한'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손님에게 '무한대'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 메뉴로 1만5천원의 일식 코스 요리(2인부터, 오후 2시30분까지)를 시켰다. 속을 달래라고 야채죽과 일본식 달걀찜이 들어온다.
죽은 매일같이 전복내장죽, 버섯죽 등으로 바뀐다는 설명. 개불, 멍게, 문어 같은 싱싱한 해산물은 물론 기본. 이날 회는 광어와 개상어 뼈째썰기가 나왔다. 광어는 8조각으로 다른 데보다 많아서 좋다. 오랜만에 맛본 개상어가 꼬들꼬들하기 그지없다.
"주부 손님들에게 양을 적게 주면 싫어해서 작전상 많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난세에 가정을 지키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힘! 이렇게 많이 먹는 데서 나온다.
오향장육이 나왔다. 일식집에서 중국집의 오향장육이 나오다니? 일식집마다 메뉴가 비슷하기에 질리지 마라는 주방장의 배려이다. 술을 시키면 안주로 두어 개의 음식이 더 나온다.
찬 음식이 끝나갈 무렵 주방장이자 대표인 김동한(36)씨가 들어왔다. 김씨는 "가격에 대비해 많은 음식이 나오자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솔직히 우리 집은 입지가 좋지 않아 음식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적자를 안 보는 선에서 손님들에게 최대한 많이 주려고 애를 쓴다"고 말한다.
여러 일식집을 거쳐 지난 5월 장사를 시작한 김씨는 문을 열자마자 경기침체 영향을 보고 있다.
불황을 타개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가격은 내리고 양은 올리고'이다. 저녁식사 3만원짜리 코스 요리도 이전에 5만원 코스 그대로인데 가격을 낮추었다. 사실 1인당 5만원, 7만원씩 하는 일식집 코스 요리에는 거품이 많다. 김씨는 일식도 좀 대중화해 편하게 즐겨 먹자는 생각이다.
뜨거운 요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갈치 외에 성대 구이가 멋진 모습으로 상에 올랐다.
김 대표가 새벽에 공동어시장에 나가 구해온 것이다. 이렇게 발품을 열심히 팔아야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많이 내줄 수 있다. 알밥과 매운탕으로 식사는 마무리되었다. 동네 장사라 전통 일식에 비해 간이 강하다는 느낌도 있다.
호텔경영학과 출신의 김 대표는 "앞으로는 일식 요리를 단품화해서 판매해 볼 생각도 있다"고 말한다. 맛은 항상 가격 대비이다. 요즘같이 어려울 때 괜찮은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쉬는 날은 없다. 코스 요리 2만원부터. 인근 주차장에 주차하면 1시간분의 주차요금을 준다. 051-507-2227. 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