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자, 광장에서!]<6> 바다가 공연무대로
노래·춤·연극에 파도가 덤으로~
빨강 파랑 노랑 금빛 등 현란한 의상을 차려입은 무용수들이 매혹적인 몸놀림으로 피서객들을 유혹한다. 허리를 유연하게 돌려대며 하얀 포말을 뱉어내는 파도 앞에서 터키의 민속춤을 살려낸다. 이른바 '배꼽춤'으로 알려진 벨리댄스다. 피서가 절정에 달한 지난 4일 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은 이렇게 화려한 축제로 물들었다. '해운대 비치페스티벌'이 열린 날이다.
하얀 백사장을 메운 피서객들은 손짓,발짓,몸짓을 모아 무대의 무용수들을 즐거이 흉내냈다. 한쪽에선 젊은 여인들이 서로를 손가락질로 겨누며 까르르 넘어갔다. 아무래도 엉거주춤한 자기네 몸짓이 우스꽝스러웠던 모양이다. 반바지에 민소매,슬리퍼 차림으로 가벼이 밤 바다를 찾은 야간 피서객들은 뜻하지 않은 볼 거리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연방 부채질을 해대면서도 까치발로 서서 앞 사람 너머 무대에 정신이 팔린 사람도 있고,백사장에 풀썩 주저앉아 자리를 튼 이도 있다. "이 무더위에 바닷바람 앞에서 문화 공연을 즐기며 더위를 쫓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죠." 안선정(38·여·부산 해운대구 좌동)씨는 박수를 멈출 줄 몰랐다.
비슷한 시각 달맞이언덕 너머 송정해수욕장에서는 '7080 미니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주부 노래꾼들로 꾸려진 '소리바다'는 여름 백사장에다 추억 속에 아련한 옛 멜로디들을 풀어냈다.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을 노래와 춤,시,클래식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비치페스티벌은 주말 내내 이어졌다.
반대편 서부산의 광활한 해변 다대포해수욕장에서는 같은 주말 젊음의 열기가 한껏 뿜어졌다. 제7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무대가 차려진 다대포 백사장은 이틀 간 5만명이 넘는 록 마니아들이 새까맣게 점령했다. 전국에서 몰려든 청춘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쿵짝쿵짝 울려대는 리듬과 선율에 몸을 맡겼다. 더위가 달라붙지 못할만큼 온몸을 들썩거리며 흔들어댔다.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니 유모차니 바구니니 줄줄이 끌고 나온 주민들도 요란한 무대로 스르르 빨려들었다.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서영수 사무국장은 "바다를 무대로 하는 록페스티벌은 부산 말고는 없다"고 줄줄 흐르는 땀을 훔치며 자랑했다.
'바다 도시' 부산에서 여름 내내 열리는 '백사장 무대'의 표정은 무궁무진하다. 백사장을 꾸미는 장르에 한정이 없는 까닭이다. 지난달 26~27일 광안리해수욕장에는 마당극판이 펼쳐졌다. 부산과 대전,청주에서 모인 마당극패들은 피서객들에게 한바탕 신명나는 전통 공연을 선물했다.
곧 이어 고고한 클래식 선율과 정감있는 우리 소리도 광안리 앞 바다를 수놓았다. 지난달 30일 부산시립합창단,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 등 부산시립예술단 소속 연주단이 바다 무대에서 소리를 맞췄다. 출렁이는 파도와 어우러지는 멜로디는 더할 나위 없이 감미로웠다. 품격 높은 몸짓을 지어보이는 국제해변무용제도 광안리를 스쳐 지나갔다. 부산바다축제의 주메뉴들이 차려졌던 광안리 무대 뒤로는 부산국제디지털문화축제와 청소년어울림축제,광대예술제가 오글오를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바다 무대의 반열에서 전통의 해변 송도해수욕장이 빠지면 섭섭하다. 송도해수욕장은 지난 5~6일 부산 출신 가수 고 현인 선생을 추모하는 제2회 현인가요제에 품을 내줬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이 물러가고,아슬아슬한 수영복을 걸친 피서객이 빠져나가도 부산의 바다 무대는 꿋꿋이 버틴다. 해운대 백사장은 다음달 중순부터 야외 미술관이 된다. 해운대해수욕장 모래와 바람과 파도는 '2006 부산비엔날레' 기간 동안 야외 전시 출품작들을 넉넉히 끌어안는다. 이래저래 부산의 바다는 한없는 무대다.
이현우기자 hooree@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