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꾼] 소외계층 찾아 위로 부산의 뮤즈 후예들
음악에 이웃사랑 가득 싣고 희망을 나눈다
음악으로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노래의 힘을 믿는 뮤즈의 아름다운 후예들이다. 이들로 말미암아 노래는 사랑이 되고 문화는 희망이 된다. 마침 '문화나눔'이라는 단체까지 생겨나 부산에서의 음악을 통한 이웃사랑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 문화를 나누자,희망을 나누자
지난 13일 정식 출범한 '문화나눔'. 사회복지단체 '희망을 여는 사람들'(공동대표 신선희 이정중)이 문화나눔을 긴급 제안하고 나섰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아동 청소년들에게 문화의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자는 취지다. 부산의 음악단체들이 적극 호응하고 나섰는데 가람크로노스앙상블(리더 이장호) 기타를사랑하는모임2009(단장 신성진) 부산문화마을(대표 박흥주) 부산로열심포니오케스트라(단장 김우일)가 문화나눔 협약을 가졌다.
시설에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은 시설을 찾는 문화단체의 공연으로 그나마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편이지만 소년소녀가장과 영세가정의 어린이 청소년들은 문화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원천봉쇄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문화나눔이 출발했다. '희망을 여는 사람들'이 어린이 청소년들과 연주단체를 잇는 고리 역할을 맡아 문화나눔을 실천한다.
첫 열매는 내달 5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부산문화마을 주최의 '시민들을 위한 열린음악회'에서 맺어진다. 공연장의 좌석 일부를 지원받아 영세가정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초대한다. 음악회뿐만 아니라 부산아트갤러리와 수가화랑에서도 영세가정의 어린이 청소년을 초대하는 것을 통해 전시회의 문을 더욱 활짝 열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희망을 여는 사람들'은 자체 내에 '볼리바앙상블'을 꾸려 2002년 말부터 20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아동시설 모자시설 장애인 시설 등을 찾아 사랑의 음악회를 열어왔다.
# 지친 이를 위한 희망찾기 '일어나'
한울림합창단(단장 차재근,상임지휘자 이상렬)이 지난 13일 오후 7시 동래병원 잔디마당에서 개최한 '지친이를 위한 희망찾기 일어나' 음악회. 장애인 시설과 학교,정신병원 등 우리 사회의 지친 이들을 찾아 그들에게 희망을 나눠주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공연이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이 정신병원의 환자 등 400여 명이 동참하여 음악으로 하나가 됐다.
'지친이를 위한 희망 찾기 일어나'는 18일 오전 11시 부산솔빛학교,7월 6일 오후 6시 대동병원 등의 일정으로 연말까지 이어진다. 차재근 단장은 "무대는 물론이고 의자 하나하나까지 윤기가 날 정도로 완벽하게 음악회를 준비해 준 환우들과 병원 직원들의 정성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정신병원이어서 혹시 만약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무지의 소산이었고 그 아름다웠던 연주회는 아직 내 마음 속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백혈병소아암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부산역 서면지하철역사 통도환타지아 남강휴게소 등 거리를 사랑으로 지켜내는 음악인들이 있다.
지난 1998년 2월 14일 부산 덕천동에서의 거리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50여 차례에 걸쳐 백혈병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공연을 열어온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소속의 음악세상(회장 이재영). 부산의 언더그라운드 가수 3명이 참여하고 있는 음악세상은 그동안 2억원이 넘는 사랑의 기금을 모아 아픈 아이들을 돌봐왔다.
18일 오전 11시 부산 서면 헌혈의집 인근 복개천에서 대한적십자사 창립 100주년과 6·14 세계 헌혈의 날을 기념하여 축하행사도 마련하는 음악세상은 '미움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는 사실을 늘 되새기며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이들 가수들은 음반 수익금과 공연 출연료 일부도 기꺼이 백혈병소아암 어린이들의 치료비로 보태왔는데 아픈 어린이뿐만 아니라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을 위한 공연에도 앞장서 왔다.
이 회장은 "백혈병소아암 어린이들이 완치되는 그날까지 노래를 통한 생명사랑 나눔운동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노래로 거리모금운동에 나설 노래 자원봉사에 뜻이 있는 분들은 언제든 음악세상에 참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보통 아줌마들의 아름다운 반란
노래에의 열망과 시민 봉사가 서로 만났다. 음악자원봉사단체 한울림(대표 이효동)의 소리바다. 한울림은 장애인을 위한 악기교실,사회복지시설에서의 연주봉사를 모토로 내걸고 지난 1989년 출범했다. 이중 소리바다는 부산 울산의 주부가요열창 입상자 8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난 92년 출범 이후 노래를 통한 이웃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매달 세 번째 목요일 오후 2시 부산역광장과,매달 세 번째 금요일 오후 3시 서면지하철역 문화마당(11번 출구)에서 정기공연을 갖고 있다. 이효동 대표는 "고정팬들을 확보한 데다 반응이 뜨거워 매번 700여명의 시민들이 우리 음악회를 찾고 있다"며 "불특정 다수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노래를 들려주는 자원봉사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소리바다는 지난 달 오륜정보산업학교을 찾아 노래로 이웃사랑을 실천한 데 이어 재활원 국군통합병원 등 노래를 필요로 하는 곳을 비정기적으로 찾아왔다. 이들은 "화려한 무대를 꿈꾸지 않으며 우리의 노래에 환호하는 대중이 있다면 역광장 야구장 사회복지시설 등 어느 곳이든 달려가겠다"는 각오다.
임성원기자 forest@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