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계획대로… 법원, 정부 손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이 의과대학 증원 효력에 대한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에 각하·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와 각 대학이 27년 만의 의대 증원 절차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16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 효력을 멈춰달라며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을 각하·기각했다고 밝혔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이고 기각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재판부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은 1심과 같이 이들이 제삼자에 불과하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의대 재학생의 경우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며 원고적격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여론의 지지에 더해 법원의 결정까지 등에 업은 정부는 계획대로 이달 말까지 의대 증원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2일 전국 의대가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의 의대 모집인원을 취합해 증원 규모가 1469∼1509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대학들은 의대 증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했다. 법원 결정 이후로 개정을 미루던 일부 대학도 이번 결정에 따라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의사단체와 의대생 등 의료계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재판부가 인용 결정을 내려 의대 증원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의료계는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해 즉각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집단행동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매주 1회 휴무’ ‘1주일간 휴무’ 등 집단행동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 의료계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법원 결정 직후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사법부 결정 직후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사법부의 현명한 결정에 힘입어,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 대해서도 “‘전면 백지화’ 입장을 떠나서 미래 선진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의 장인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정부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대화를 제의한 뒤 전공의에 대한 행정적·사법적 제재 절차를 중단한 상태인데, 이탈 전공의들에 대해 그동안 중단했던 ‘3개월 의사면허 정지’ 행정절차를 다시 밟으며 압박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대대적인 전공의 지원책 등 ‘회유책’도 내놓으며 복귀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무인단속기 납품 뇌물’ 김해·부산시청 공무원 항소심도 유죄
무인단속기 납품 브로커에게 시청 내부 정보를 빼준 대가로 뇌물을 받아 챙긴 지자체 공무원들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17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해시청 7급 공무원 A 씨 등 부산·경남 공무원 4명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집역형의 집행유예 등을 선고한 원심형을 유지했다. A 씨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무인단속기·CCTV 납품 브로커에게 김해시청의 예산 배정 현황을 알려주고 내부 공문서를 전달해 해당 업체가 시청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아내의 가게를 통해 대금을 지급받는 것처럼 꾸며 브로커에게 차명계좌로 1450만 원의 돈을 받아 챙겼다. 부산시청 5급 공무원 B 씨는 CCTV 관련 부서에서 근무할 때는 물론 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부서에 있을 때도 납품 브로커에게 시청의 예산·사업 현황, 계약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해 710만 원을 뇌물로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연제구청 6급 공무원 C 씨도 납품계약 체결을 도와주고 현금 50만 원을 제공 받은 혐의다. 부산경찰청 D 경위는 A 씨 요청에 따라 경쟁업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수사 상황을 A 씨와 논의하고 압수수색영장, 구속영장 신청을 비롯한 수사기밀을 누설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직무상 비밀인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브로커가 납품할 수 있게 도움을 줬으며 상당한 금액의 뇌물을 수수했다”며 “다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오랜 기간 공직자로 성실하게 근무한 점 등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해 원심의 선고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D 씨에 대해서는 “제보자와 수사관의 관계를 벗어나 영장 기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하지만 원심이 판단한 형이 어떤 잘못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0만 원을, B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또 C 씨에게 자격정지 6개월에 벌금 100만 원을, D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영화로 만나는 ‘아프리카’…‘2024 아프리카영화제’ 개최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아프리카 국가를 영화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영화의전당은 다음 달 5일까지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2024 아프리카 영화제’를 연다. 영화의전당은 주한아프리카외교단과 함께 다음 달 5일까지 ‘2024 아프리카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아프리카 14개국의 작품 14편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행사다. 오는 2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오프라인 영화제가 진행되고 23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온라인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를 포함해 아프리카의 역사, 정치, 사회를 아우르는 작품 14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으로는 수단의 모하메 코르도파니 감독이 연출한 작품 ‘굿바이 줄리아’가 선정됐다. 종교, 문화 차이로 갈등을 빚는 수단의 사회현실을 다룬 이 작품은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칸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한 각종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아프리카 영화계를 대표하는 술레이만 시세 감독의 대표작 ‘밝음’과 아프리카 민주주의 상징적 인물인 넬슨 만델라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넬슨 만델라; 자유를 향한 카운트다운’도 관객과 만난다. 고아 소년의 성장통을 다룬 아므르 살라마 감독의 ‘과외 수업’(이집트), 슈퍼 히어로를 꿈꾸는 아홉 살 소녀의 판타지를 다룬 영화 ‘슈퍼 히어로’(케냐), 프랑스에 맞섰던 알제리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헬리오폴리스’(알제리) 등도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앙골라, 짐바브웨, 토고, 말라위, 탄자니아, 튀니지 등 아프리카 국가의 다양한 매력이 담긴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관객이 아프리카 영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해설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오는 18일에는 영화를 감상한 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토크’ 시간이 이어진다. 19일 영화 ‘이발로’ 상영 후에는 설재우 아프리카 전문 여행작가가 ‘사진을 통한 아프리카 이야기’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한다. 오는 22일까지 영화의전당 6층 시네라운지에서는 ‘사막의 속삭임: 아프리카의 숨결, 나마비아’ 사진전이 열린다. 오프라인 영화제가 끝나는 22일 이후부터는 온라인 영화제가 이어진다.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아프리카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전편을 네이버TV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프리카 영화제’는 온라인 예매와 현장 예매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상영작 정보와 자세한 상영 시간표는 영화의전당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검찰, ‘간병살인’ 사건에 항소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
선천적 장애를 앓던 아들을 수십년간 뒷바라지하다 우울증 등이 겹쳐 아들을 살해한 친모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검찰도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창원지검은 최근 시민위원회를 열어 이른 바 ‘간병살인’ 사건에 대한 심의를 거쳐, 이 사건에 대한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결을 존중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위원회는 의결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헌신적으로 돌봐 오다가 자신마저 백혈병에 걸리자 아들을 맡길 곳이 없다는 생각에 처지를 비관해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려다 실패한 점,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에앞서 이 사건을 심리한 창원지법 형사4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상태다. A 씨는 지난 1월 경남 김해시 한 주거지에서 지적 장애와 뇌 병변 등을 앓던 20대 아들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혼자 걷거나 배변 조절이 불가능하고 A씨 도움 없이 음식 섭취조차 힘들어 일상생활이 완전히 어려운 상태였다. A 씨는 B씨를 장애인 시설 등에 보내라는 주변 권유에도 아들이 그곳에서 괴롭힘당할 것을 염려해 장기간 직접 보살펴 왔다. 아들 간병에 집중하면서 밝았던 A씨는 점차 외부 사람들과 점차 단절됐다. 십여년 전 우울증 진단으로 계속 약을 먹어왔다. 2022년에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까지 받아 더욱 건강이 안 좋아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부터 아래층 주민이 층간 소음 민원을 계속 제기하자 B씨로 인한 것인지 우려하며 심한 불안 증세를 느꼈다. 범행 전날에도 층간 소음 민원을 받게 된 A 씨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B 씨를 살해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목숨을 건졌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왔던 B씨는 어떠한 저항도 못 한 채 생명을 잃어 A 씨에게 합당한 처벌이 마땅하다”며 “다만 A 씨가 B 씨를 26년간 밤낮 없이 돌봐 왔고 자신이 사망할 경우 B씨를 수용할 마땅한 시설이 없는 데다 남편 등 나머지 가족에게 부담과 고통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범행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창원지검은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점에 대해 시민위원회 의견을 존중하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북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지난달 22일 이후 25일 만에 도발
북한이 17일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군은 미사일의 기종과 비행거리 등 자세한 제원을 분석 중이다. 북한은 지난달 2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600㎜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감행한 지 25일 만에 다시 도발에 나섰다.
부산 연제구 주택서 불… 소방대원 1명 부상
부산 연제구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소방관이 부상을 입었다. 17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8분께 연제구 연산2동 물만골 부근 황령산 진입로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시간 24분 뒤인 오전 11시 42분께 완전히 꺼졌다. 소방 당국은 침실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불로 지붕 해체 작업 중이던 소방대원이 손가락에 열상을 입었다. 주택과 내부 비품도 불에 타 2040만 원 상당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AI 서울 정상회의' 21일 개막…주요국 정상·빅테크 참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1~22일 이틀간 '인공지능(AI) 서울 정상회의'와 'AI 글로벌 포럼'이 열린다고 17일 밝혔다. AI 서울 정상회의는 지난해 11월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처음 열린 'AI 안전성 정상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회의로, 한국과 영국이 공동 주최한다. AI 글로벌 포럼은 윤석열 대통령이 UN 총회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 글로벌 AI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제안한 바 있으며,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이 가운데 AI 서울 정상회의는 정상 세션과 장관 세션으로 구성된다. 정상 세션에는 주요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빅테크 대표가 참석하며, 오는 21일 오후 8시 30분부터 90분간 화상회의 방식으로 개최된다. 정상 세션 주제는 'AI 안전성 정상회의를 토대로,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미래로'로, 한·영 양국 정상이 회의를 공동으로 주재한다. 과기정통부 송상훈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배경 브리핑에서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성 정상회의가 AI 위기 대응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AI 안전 뿐만 아니라 혁신, 포용으로 확대해 AI 거버넌스의 3대 목표로서 안전·혁신·포용을 국제사회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2년 9월 뉴욕 구상, 지난해 6월 파리 이니셔티브, 지난해 9월 디지털 권리장전 등을 통해 펼쳐온 우리의 AI·디지털 비전을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규범으로 정립한다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관 세션은 오는 22일 오후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대면으로 열린다. KIST는 1966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정부 출연 종합 연구기관이자 1988년 슈퍼컴퓨터가 도입된 곳으로, 우리나라 과학·디지털 기술 발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점을 인정받아 이번 개최지로 선정됐다. 장관 세션은 과기정통부 이종호 장관과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의 미셸 더넬란 장관이 공동으로 의장을 맡는다. 19개국 이상의 정부, 산업계, 학계 및 시민사회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AI 안전성 확립 역량 강화와 지속 가능한 AI 발전 촉진이라는 주제로 논의한다. 첫 번째 세션을 통해 주요국의 'AI 안전 연구소' 설립 현황을 공유하고 글로벌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1차 회의 후속 조치인 'AI 안전 국제 과학 보고서'를 토대로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AI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안전성 강화방안을 모색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에너지·환경·일자리 등 AI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과 관련해 회복 탄력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막대한 전력 소모에 대응하기 위해 저전력 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AI·반도체 비전을 중심으로 새로운 글로벌 의제를 마련한다. AI 글로벌 포럼은 22일 오전 개회식을 시작으로 오후까지 이어진다. 고위급 라운드테이블과 전문가 세션으로 구성되며 오후 전문가 세션은 일반 국민도 유튜브로 청취할 수 있다.
윤 대통령 “국가유산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유산청 출범식에서 “국가유산은 그 자체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은 17일 문화재청에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범했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된 후 널리 쓰였던 ‘문화재’란 용어도 62년 만에 ‘국가유산’으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가유산청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오늘은 문화재라는 오랜 이름이 국가유산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그동안의 문화재 관리는 유산을 보존하는 데 집중하는 과거 회고형이었다면, 앞으로는 국가유산을 발굴·보존·계승하는 동시에 더욱 발전시키고 확산하는 미래 지향형 체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무형의 유산들에 새로운 가치와 생명력을 부여할 것”이라며 “국가유산을 세계에 널리 전하고 알리며 80억 세계인과의 문화적 교감을 확대해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문화 중추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의 개념과 범위를 확장하고 유형유산뿐 아니라 무형유산과 자연유산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무형유산은 기능의 보존과 전수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 고유의 삶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담게 될 것”이라며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유산도 이제 국가 유산으로 체계적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최종수 성균관장, 이원 대한황실문화원 총재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공수처장 인사청문회, 여야 채 상병 사건 수사 놓고 격돌
17일 국회에서 열린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대통령실의 개입, 부당한 압력이 드러나고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공수처장은 필요하면 대통령도 소환하고 수사할 수 있나”라고 추궁했다.이어 최근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수사를 완전히 무력화하기 위해 ‘검찰판 쑥대밭 인사’를 대통령이 한 것”이라며 “국민이 믿을 것은 공수처 아니면 특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오 후보자는 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의지가 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되풀이했다.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관여돼 있다는 이야기가 돌아가고 있는 사건”이라며 “공수처가 정말 잘 수사했으면 좋겠는데, 안 되면 공수처가 존재 가치를 잃고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이 공수처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역공했다. 장동혁 의원은 “다른 사건에 비해서는 공수처의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 상황에서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가 미흡하고 제대로 수사할 능력,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공수처는) 그 기소권이 제한돼 특검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모든 사건에 대한 기소권을 갖기 전까지는 공수처는 어떤 사건도 해서는 안 되고 모든 사건을 특검으로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몰아간다”며 “그럼 공수처는 존속시켜야 하는 것인가”라고 따졌다.조정훈 의원은 “공수처는 태어난 이래로 민주당이 가장 애용하는 수사기관이다. 민주당이 가장 많이 고발한다”라며 “결과와 관계없이 고소하고 고발하고 바로 가서 기자회견 하는 것 자체가 공수처의 정치화”라고 주장했다.여야는 오 후보자의 가족 관련 각종 편법·특혜 의혹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많은 국민이 후보자의 아빠찬스, 남편찬스에 대해서 큰 분노를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오 후보자의 배우자가 운전기사로 채용된 이력에 대해선 “변호사 중에 처음 개업하다 보면 사업성이 불안해서 부인이 같이 근무하는 경우는 있다고 들었는데, 후보자는 판사로 20년 근무를 하다가 개업하지 않았나. 사건수임 걱정을 할 이유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자질이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오 후보자 배우자와 딸에 대한 채용 특혜·탈세 의혹을 거론하며 “법꾸라지, 법기술자라는 말을 아는가”라며 “본인 문제에 대한 법적 접근이 상당히 기술적”이라고 질타했다.
외국인 관광객 ‘필수템’된 비짓부산패스, 혜택 더 확대한다
다음 달부터 부산 외국인 전용 관광패스 ;비짓부산패스'의 가맹점이 보다 확대된다.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 채널도 다변화한다. 17일 부산시는 비짓부산패스의 흥행에 힘입어 비짓부산패스를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우선 다음 달 1일부터 비짓부산패스의 가맹점이 대폭 확대된다. 무료 입장 가맹점에 서핑강습, 요트투어, 한복대여점 등이 추가되며, 할인 가맹점도 기존 110곳에서 160여 곳으로 늘어난다, 특히 이번에는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음식점을 포함한 식음료 매장, 올리브영 등이 가맹점으로 참가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시는 앞으로도 연간 2회씩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업그레이드 해나갈 계획이다. 시는 또 비짓부산패스를 단체 관광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상품 개발에 나선다. 현재는 개별 관광객(FIT) 위주로 상품이 구성돼 있으나, 일본 대형 여행사를 통해 단체 관광상품에 패스를 연계하는 등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부산 의료관광객 유치 판촉과 의료관광객 해외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홍보 여행), 마이스 단체 관광 등에도 비짓부산패스 '빅3'와 '빅5'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시는 중국 주요 여행사와 패스를 연계한 항공권·호텔 상품 개발도 논의 중이다.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민간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24시간 비짓부산패스 구매와 환전, 세금 환급(택스 리펀드) 등이 가능하도록 관련 업체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부산역, 남포동 등 외국인 관광객 밀집지역 위주로 우선 시행한 후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 관광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외국인 전용 동백전인 '부산페이 앱' 내에서 비짓부산패스 모바일 패스를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연동할 예정이다. 이를통해 동백점 가맹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해지며, 외국인 관광객도 관광시설 이용과 함께 동백점 가맹점 이용 시 캐시백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또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 트립닷컴, 케이케이데이, 클룩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2월 시범운영 기간부터 판매를 시작한 비짓부산패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총 13만 8361매의 비짓부산패스가 판매됐다. 판매가 일시 중단됐던 2개월을 고려하면, 약 1년 만에 13만 장 넘게 팔린 것이다. 비짓부산패스는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한 데다 모바일 앱과도 연동되고, 고가의 관광시설을 포함해 '가성비'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송도해상케이블카의 경우 지난 1~4월 방문한 외국인 고객이 전체 방문객의 23.2%를 차지했으며, 이 중 33%가 비짓부산패스 이용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짓부산패스는 글로벌 OTA 별점 4.8점, 긍정적 사용 후기 96%를 달성하기도 했다. 박근록 시 관광마이스국장은 "비짓부산패스는 외국인 관광객의 부산여행 '필수템'으로 정착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수요에 맞춰 비짓부산패스를 확대해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로 지역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라고 전했다.
‘컨’ 시황 단기급등 원인은? 中노동절 연휴 소비급증·희망봉 우회 인한 선복공급 부족
최근 컨테이너선 시황이 급등한 원인은 중국 노동절 연휴 전후 소비 급증, 컨테이너선 희망봉 우회로 인한 선복 공급 부족, 캐나다 철도 파업 및 미국 항만 노사 갈등으로 인한 물류차질 우려 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는 최근 컨테이너선 시황급등에 대한 분석을 담은 ‘컨테이너선 시황 단기급등 원인 점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0일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 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가 주간 약 19% 급등하며 1년 8개월 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된 배경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SCFI 지수는 지난 4월 26일 1940.63p에서 5월 10일 2305.79p로 전주대비 18.8% 급등했다. SCFI 종합지수의 전주대비 18.8% 증감율 기록은 팬데믹 이후 두 번째(2023년 말 홍해사태 40.2%)로 높은 상승 폭이며, 팬데믹 고점 하락기 이래 2022년 9월 16일(2312P) 이후 1년 8개월래 최고치다. 같은기간 SCFI 지수를 항로별로 보면, 상해발 13개 항로 운임 중 일본서안 운임을 제외한 12개 항로 운임이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유럽(24.7%), 지중해(21.0%) 미동부 (22.0%)등 주요 항로운임이 20% 이상 상승하며 급등을 주도했다. 보고서는 홍해 사태 장기화 이후 운임이 안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컨테이너 시황 단기 급등의 원인으로 △중국의 노동절 연휴 전후 소비 급증 △컨테이너선 희망봉 우회로 인한 선복 공급 부족 △캐나다 철도 파업 및 미국 항만 노사 갈등으로 인한 물류차질 우려 등을 지목했다. 중국은 올해 노동절 연휴(5월 1~5일)에 14개 부처 공동으로 ‘소비재 이구환신(以旧换新, 헌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 행사를 진행했으며, 그결과 자동차, 가전, 가구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4.8%, 7.9%, 4.6% 증가했다. 그 중 온라인 판매액은 전년동기대비 15.8% 증가하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달 상하이항 물동량이 전년 동월 대비 4.2% 증가한 418만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를 기록하며 컨테이너 수요 증가가 확인됐다. 희망봉 우회로 인한 선복 공급 부족 등으로 수요 측면의 펀데멘털도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유럽 주요 얼라이언스 루프는 약 10% 부족한 상황으로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이미 114만TEU의 신규 선복량이 인도되었음에도 희망봉 우회에 따른 운항거리 증가로 지난 10일 기준 3대 주요 얼라이언스 선사의 25개 아시아~유럽 노선 투입 선박이 약 36척 부족한 상태다. 일라라이너에 따르면 노선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한 총 선복량의 9.6%가 결항하는 것과 같은 영향으로 희망봉 우회에 따른 선복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컨테이너 시황 단기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의 수요 펀더멘털 개선이 예상되는 점은 운임을 지지하겠으나, 희망봉 우회에 따른 공급 부족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컨테이너 시황 급등 원인 점검결과 계절적인 영향에 의한 운임 상승은확인 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희망봉 우회로 인한 선복 부족이 확인됐다”며 “최근 주요 얼라이언스의 선복부족이 확인되며, 지속될 경우 타항로에도 파급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선복 부족에 해당하는 상승은 이미 급등한 운임에 반영되어 추가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캐나다 철도 파업 및 미 항만 노사 갈등으로 인한 우려는 해소중”이라며 “미국 소비는 컨테이너 운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운임지지에 지속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또한, 미국 수요 펀더멘털 개선 전망이 확인됨에 따라 공급과잉을 다소 해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번 ‘컨테이너선 시황 단기급등 원인 점검’을 포함한 한국해양진흥공사 발간 보고서는 해운정보서비스 홈페이지(kobc.or.kr/ebz/shippinginfo) 및 카카오톡 ‘한국해양진흥공사’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숙원사업’ 사천시립도서관, 5월 20일부터 5일간 임시 개관
경남 사천시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시립도서관이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임시 개관한다. 단순한 도서관 기능에 그치지 않고 문화 교류와 소통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16일 사천시에 따르면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건립한 복합문화형 사천시립도서관이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임시 개관한다. 시는 해당 기간 운영을 통해 개선할 점을 보완한 후 6월 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임시 개관 중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며, 2~3층 자료실 이용은 가능하지만 도서 대출은 불가능하다.사천시립도서관은 총사업비 258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12월 정동면 예수리에 위치한 반룡공원 내 지상 4층·연면적 5270㎡ 규모로 준공됐다. ‘숲 속의 도서관’이라는 모티브로 자료이용 공간과 문화교육 공간으로 구분해 활용된다.먼저 1층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에 맞게 130석 규모의 대강당과 북카페, 기획전시실 등이 설치됐다. 또 2~3층은 영유아, 청소년, 성인이 이용 가능한 열람실과 멀티미디어실, 4층은 도서관 관리를 위한 사무실을 비롯해 중회의실·동아리실·강의실·다목적실·미디어 창작실 등이 배치됐다.박동식 시장은 “사천시 최초의 시립도서관인 만큼 사천시의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의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될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공급과잉·관세장벽 '3중고'…산업부, 철강업계와 점검회의
국내 철강업계가 엔저, 글로벌 공급과잉, 보호주의 강화 등으로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대응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산업통상자원부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기업 7곳과 한국철강협회가 참석하는 '철강 수출입 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최근 철강업계는 중국의 철강 수출 증가와 미국, 중남미 등 주요국의 관세 장벽 강화, 엔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국의 건설경기 침체로 국내 철강 수요가 감소하자 잉여 물량을 저가로 수출 시장에 내놔 글로벌 공급 과잉을 촉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이런 이유 등으로 미국은 최근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현행 7.5%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하는 등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앞서 중남미 칠레도 저가 공세로 무장한 중국산 철강으로 자국 철강업계가 조업 중단 등 어려움에 처하자 중국산에 최대 3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국내 업계 또한 저가의 중국산 철강 공습에 엔저를 등에 업고 경쟁력을 갖춘 일본산 철강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산업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철강업계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중국산 철강 공세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국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이를 문제 삼아 반덤핑 제소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에는 아직 신중한 입장으로 전해졌다.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정부는 국내 철강산업에 영향을 미칠 통상 이슈에 대해서는 주요국과 대화를 통해 적극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외국 철강사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흥미진진한 일상 밀착 스릴러 탄생…‘그녀가 죽었다’ [경건한 주말]
극장에 불어온 훈풍이 반갑습니다. ‘파묘’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배우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 22일 만인 지난 15일 1000만 관객을 넘어섰습니다.이날은 변요한-신혜선 주연의 기대작 ‘그녀가 죽었다’가 개봉한 날이기도 합니다. 15일 극장에서 만난 미스터리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는 30대 신예 감독의 야심 찬 데뷔작답게 신선하고 독특한 재미를 선보였습니다.부동산 카페에서 유명한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에게는 변태적인 악취미가 있습니다. 고객이 맡긴 열쇠로 집에 몰래 들어가 구석구석을 훔쳐보는 겁니다. 심지어 집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 하나를 촬영해 수집하는 괴팍한 강박증까지 있습니다.그런 정태의 레이더망에 이웃 주민 한소라(신혜선)가 포착됩니다. 편의점에서 소시지를 먹으면서 SNS에는 채식 식단 사진을 올리는 소라의 이중적인 모습을 훔쳐본 게 계기였습니다. 알고 보니 소라는 SNS 인플루언서. 흥미가 생긴 정태는 소라를 스토킹하기 시작합니다.늘 소라를 관찰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정태는 마침내 소라의 집에 마음껏 드나들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날 정태는 피투성이가 된 채 소파에 널브러진 소라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경찰에 신고하자니 함부로 남의 집에 들락거리던 사실이 드러날 수 있는 데다, 자신이 살인범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 딜레마에 빠진 정태에게 미스터리한 일들이 펼쳐지면서 영화는 스릴러물로 변모합니다.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전반부입니다. 정태의 변태적 습관을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게끔 하는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자신의 일탈을 조곤조곤 설명하며 합리화하는 정태의 내레이션은 그를 더욱 소름끼치는 인물로 보이게 합니다. 남을 몰래 관찰하다가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샤이아 러버프 주연의 ‘디스터비아’(2007) 초반부를 볼 때와 같은 긴장감을 유발합니다.그렇게 늘 남을 지켜보던 정태가 어느 순간 자신도 관찰의 대상이 됐음을 깨닫고 공포에 사로잡힐 때부터 관객이 느끼는 긴장감도 배가됩니다. 쉽사리 전개를 예측할 수 없어 긴박감이 있고 신선합니다.SNS를 주요 소재로 활용한 것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관람 포인트입니다. 정태는 SNS와 인터넷 방송 영상을 통해 소라를 살해한 진범을 추적하는데, 그 과정이 영화 ‘서치’ 시리즈를 연상시킵니다. 한편으로는 친숙한 온라인 공간이 오프라인 범행에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들게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영화는 이 밖에도 SNS와 인터넷 방송의 폐해를 꼬집어 공감을 자아냅니다. 자기 연민과 과시에 빠져 위선적인 삶을 사는 소라도, SNS로 남을 관음하는 데 몰두하는 정태도 SNS의 병폐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을 재현한 장면이나, 큰 인기를 끌던 인플루언서가 소위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린 대목이 쓴웃음을 짓게 합니다. 유튜버끼리 다투다 칼부림까지 나는 세상이니, 일견 극단적인 것 같은 영화 속 장면이나 설정도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개봉 시기를 늦춘 것이 오히려 묘수가 된 모양새입니다.정태가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는 동시에 미지의 존재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중반부 역시 흥미롭습니다. 낮은 조도를 기반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연출이 제법 긴장감을 줍니다. 어두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세심한 촬영과 편집은 신예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주요 단서나 핵심 요소를 카메라로 일일이 비춰 주고 강조하는 촌스러운 연출이 아닌 암시 위주의 촬영을 통해 관객 스스로 핵심을 깨닫게 합니다.배역도 훌륭합니다. 정태는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불쾌함을 안기는 엄연한 범죄자인데, 자기 스스로는 “나쁜 짓은 안 한다”며 나름의 선을 넘지 않는다고 믿는 인물입니다. 그래서인지 경쾌하고 유쾌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녀가 죽었다’가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와는 달라 보이게 하는 차별점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태는 이 영화에서 핵심적인 캐릭터인데, 이 극단적이고 이중적인 인물을 완벽히 구현해 낸 변요한의 연기가 대단합니다. 신혜선도 의문스러울 정도로 극단적이며 충동적인 소라라는 캐릭터에게 설득력을 부여할 정도로 열연을 펼쳤습니다.조연 캐스팅 역시 ‘찰떡’이었습니다. 특히 배우 이엘은 형사인 영주 캐릭터로 카리스마를 선보였는데, 메인 포스터에서 주연들과 나란히 자리 잡은 것에 비해선 비중이 낮아 존재감이 약간 떨어졌습니다.후반부 전개는 상대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시나리오에 억지로 맞춘 듯한 극 중 인물들의 선택은 개연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또 중요할 때마다 무능하게 그려진 경찰의 모습이 작위적입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 덕에 전체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범죄를 미화하지 않는 메시지도 잊지 않고 임팩트 있게 전달했습니다.연출을 맡은 김세휘 감독은 갓 데뷔한 신예입니다. 고교 시절 연극부에서 쓴 시나리오로 부산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재능을 보였던 그는 여러 영화에서 스태프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다가 ‘그녀가 죽었다’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습니다.김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녀가 죽었다’에 대해 “남들은 모르는 걸 나만 알고 싶다는 나쁜 열망과 타인의 관심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그리고자 했다”면서 “상업 영화를 추구하는 감독으로서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라고 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라는 판타지 사극 시리즈물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30년 넘도록… 좌우 위치 바뀐 부산 수정가로공원 우주석
부산 부산진역 인근 수정가로공원에 세운 우주석 문구가 길게는 30년 넘게 좌우가 바뀐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진성 서문 성곽 우주석을 본떠 만들었는데 공원에는 좌우 문구를 반대로 설치한 셈이다.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안일한 행정이 낳은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오전 동구 수정가로공원. 인도에 꾸민 공원 출입구 왼쪽에는 ‘남요인후’, 오른쪽에는 ‘서문쇄약’이 적힌 우주석 2개가 놓여 있었다. 우주석 사이를 통과하자 ‘서문쇄약’은 “서문은 나라를 지키는 자물쇠 같은 곳”, ‘남요인후’는 “나라의 목에 해당되는 남쪽 국경”이라 쓰인 돌로 된 벽이 눈에 띄었다. 수정가로공원은 1993년 옛 부산진역사 옆 인도에 길게 만든 공간으로 유치환 시비 등도 찾아볼 수 있다. 수정가로공원 2개 우주석은 동구 범일동 부산진성 우주석을 본떠 만들었다. 우주석은 집이나 성 모퉁이 경계에 세운 돌기둥을 뜻하고, 부산진성 서문 성곽에 ‘서문쇄약’과 ‘남요인후’라 새긴 우주석이 좌우에 각각 붙어있다. 국토 남쪽인 부산이 국방의 요지이자 중요한 지점이라 알리는 문구로 해석되고, 임진왜란 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진성 우주석은 1972년 부산시 제19호 기념물로 지정됐다. 문제는 수정가로공원 우주석이 부산진성 서문 성곽에 붙은 문구와 좌우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부산진성은 왼쪽에 ‘서문쇄약’과 오른쪽에 ‘남요인후’를 새겼지만, 문구를 그대로 옮긴 수정가로공원은 우주석을 반대로 세웠다. 우주석 2개를 1993년 공원을 만들 때 세웠다면 31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내버려둔 셈이다. 우주석 문구 위치가 바뀐 건 안일한 행정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수정가로공원은 옛 부산진역사 주변에 동구 특징을 알리려고 만든 공원”이라며 “동구에서 부산진성이 가진 상징성이 있으니 성곽 문구를 옮겨 우주석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공모나 도시재생사업을 하면 선정된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자문을 구하거나 철저히 신경을 쓰지 않고, 업체에 예산만 주면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우주석 좌우 위치를 바꾸는 공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구청 2030기획단 관계자는 “부산이 직할시이던 시절에 만들어진 공원 시설물인 것으로 보여 당시 좌우를 왜 바꿔서 세웠는지 파악되는 건 없다”며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위치를 바꾸는 게 맞다고 판단해 공사 비용을 추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보존 가치가 있다면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 덧붙였다.
‘명심’ 뒤집은 국회의장 후보 경선…우원식, 추미애에 승리 ‘줄세우기’에 역풍 불었나…추미애 탈락 배경·파장은
김건희 여사 5개월 잠행 끝내고 공개활동 재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5개월간 칩거해 오다 16일 캄보디아 정상 부부와의 오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이달부터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 상황이어서 김 여사가 영부인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동행 귀국 이후 153일 만이다. 김 여사는 4·10 총선 전인 지난달 5일 윤 대통령과 별도로 서울 용산구에서 비공개로 사전 투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또 지난달 루마니아, 앙골라 정상 부부 방한 당시에 별도의 배우자 친교·환담 일정을 소화했으나 역시 사진이나 영상 등이 공개되진 않았다. 김 여사는 이처럼 비공개로 최소한 일정만 소화하면서 공개 활동 재개 시점을 저울질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 사과드려 왔다"고 직접 사과하며 김 여사의 활동 재개가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았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명확하게 사과하고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김 여사가 공개석상에 나설 명분을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이달 말 개최가 유력한 한·중·일 정상회의, 다음 달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등 국내에서 열릴 주요 외교 일정에 더해 각종 해외 순방외교도 재개되는 점도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재개 필요성을 키웠다고 한다. 특히 김 여사와 캄보디아의 각별한 인연도 자연스럽게 이날을 공개 활동 재개 시점으로 삼은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과 동행했을 당시,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 로타 군의 사연을 접하고 로타 군의 집을 찾아 위로했다. 이를 계기로 그해 말 로타 군은 우리나라로 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았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해 1월 로타 군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오찬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로타 군을 도운 데 대해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는 올해 들어 방한한 외국 정상 일정에서 계속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배우자 프로그램에 일관되게 참여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정상 공식 오찬에 배우자들이 함께 참석하는 게 좋겠다고 양측 정부가 합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안전 인증 없는 유모차·장난감·온수매트 해외직구 금지
내달부터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직접구매) 제품이 원천 차단된다. 특히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린이제품(34개), 전기·생활용품(34개),생활화학제품(12개) 등 8개 품목은 안전 인증이 없으면 해당 제품의 해외직구가 원천 금지되는 조치가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16일 오후 인천공항본부세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정부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해외 직구가 아닌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은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 등을 거쳐 국내에 유통됐으나 해외 직구를 통한 제품은 별도의 안전 확인 절차 없이 국내에 반입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 쇼핑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을 통한 해외 직구가 급증하고, 인체에 해롭거나 위험한 제품의 반입도 덩달아 늘어나자 정부가 해외직구 제품도 안전 관리를 강화에 나선 것이다. 우선,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유모차와 장난감 등 어린이용품 34개 품목, 미인증 제품을 쓰면 화재·감전 우려가 있는 전기온수매트 등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은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 직구가 원천 금지된다. 또 가습기용 소독·보존제 등 생활화학제품 12개 품목도 신고·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구가 금지된다. 안전 인증을 받았더라도 유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국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하는 조처도 함께 시행된다.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위생용품은 1050종의 사용 금지 원료를 포함했는지 검사해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국내 반입을 금지한다. 장신구와 생활화학제품 등도 모니터링과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유해 물질 기준치를 초과하는 제품은 국내 반입을 차단한다. 애초에 해외직구가 금지된 의약품과 의료 기기도 관리를 강화한다. 2021년 678건에 그쳤던 불법 의료 기기 적발 건수는 2022년 849건, 지난해 6958건으로 급증세다. 정부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의약품·동물용 의약품의 해외직구 금지를 명확히 하고, 의료 기기에 대해서는 통관 단계에서 특별·기획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해외직구로 급증하는 가짜 물품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 플랫폼에 대한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허청·관세청 보유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차단 시스템을 이달 중 도입한다. 연내 상표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 기업이 가품 차단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해외 플랫폼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현재 조사 중인 플랫폼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와 애플리케이션(앱) 접근 권한 미고지 여부 등을 올해 상반기 중에 공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해외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구제와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플랫폼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지정된 국내 대리인은 소비자 피해 구제를 담당하면서 KC 미인증 제품 판매 정보 삭제, 불법 제품 및 가품의 유통 차단 조치를 이행하게 된다. 또 정부는 현재 부처별로 산재한 해외직구 정보에 대해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소비자24'에 관련 정보를 통합해 제공한다. 개편된 소비자24는 이날부터 가동된다. 이 밖에 정부는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대형마트 새벽 배송 등의 유통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오전 0∼10시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어 새벽 배송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정부는 소액 수입 물품 면세제도를 악용해 의도적인 분할(쪼개기) 후 면세 통관을 시도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위해 물품 반입 차단에 최적화한 통관 플랫폼도 2026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해소 등을 위해 소액수입물품 면세제도를 악용해 의도적인 분할(쪼개기) 후 면세 통관을 시도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편 여부도 검토한다. 다만, 이는 소비자 후생과도 연결되는 만큼 정부는 여러 측면을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현재 개인이 직접 쓸 목적으로 온라인 등을 통해 구매한 해외 물품이 150달러(미국 물품은 200달러) 이하면 수입 신고 없이 관세 등을 면제받고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해운대구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지정 ‘박차’
정부가 5월 중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의 선도지구 선정 세부기준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전국 각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진다. 부산 해운대구도 좌동 그린시티의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전국 최초로 지자체 차원의 국토부 설명회를 여는 등 본격 준비에 나선다. 해운대구청은 오는 23일 오후 2시 해운대문화회관에서 ‘노후계획도시정비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주민들의 높은 관심에 따라 해운대구 요청으로 열렸다. 전국 시·도 차원이 아닌 기초지자체 차원으로는 처음 열리는 국토부 설명회다. 노후계획도시는 택지 조성 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지난 100만㎡ 이상의 택지다. 지난해 12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바 있다. 특별법이 적용되면 안전진단이 면제되고 법적 상한 용적률의 150% 상향, 용도지역 변경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부산 첫 계획도시로 1997년 조성된 해운대 그린시티도 노후계획도시에 포함됐다. 부산에서는 해운대1·2지구, 화명2지구가 포함됐고 올해 나온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에서 범위가 확대되면서 만덕·화명·금곡·덕천, 다대, 개금·엄궁·학장·주례 등 3곳이 추가돼 총 5곳이 재정비 지역에 들어갔다. 전국 단위로는 총 110곳이 대상이다. 이 중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특별정비계획이 우선 수립된다. 특별법이 적용되는 노후계획도시 중 정비사업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인허가 등 행정 지원에 속도를 내기 때문에 사업 진행 속도가 한층 빨라지게 된다. 국토부는 이달 중 선도지구 지정 세부 기준을 발표하기로 했고, 연내 선도지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선도지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 선도지구 선정 요건으로 주민 참여도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지면서 단지별로 주민 대상 설명회를 여는 등 경쟁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1일 그린시티 재정비 추진과 반여·반송동 정책이주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도시 재정비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기도 했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해운대 그린시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선도지구로 지정돼야 한다”며 “반여·반송동 재정비 또한 부산시와 중앙부처를 비롯한 관계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해운대 전역의 도시 기능 향상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앙 논리 벗고 지역 정치 꽃 피워야”
부산 시민단체가 22대 총선 결과를 진단하고 정치 발전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부산경실련)은 16일 오후 3시 30분 부산YMCA 18층 세미나실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분석 및 정치개혁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립부경대 차재권 교수가 이날 발제자로 나섰다. 차 교수는 투표율, 역대 총선 결과, 부울경 지역 역대 총선 결과 비교 등을 통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와 의미를 평가하고, 더불어민주당의 부울경 선거 패배 요인을 분석했다. 또 국회가 당면한 정치적 개혁 과제를 △지역주의는 여전히 굳건한가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오히려 양당제를 구축하는가 △상향식 공천은 작동 가능한가 △청년과 여성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증대할 것인가 △국회 개혁 과제 △개헌 과제로 나눠 제시했다. 발제 이후 진행되는 지정토론에서는 신라대학교 박재욱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토론자로는 건국대학교 정성은 교수, 부산일보 정달식 논설위원, 민주누리회 차성환 대표, 진보당 김병규 정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달식 논설위원은 "22대 총선이 끝난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시민과 정치의 단절과 괴리감을 좁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뜻 깊다"면서 "앞으로의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논리의 정무적 정치를 벗어나 지역 정치가 꽃을 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토론회에서 논의되는 정치적 개혁 과제는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데 큰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며 “이를 위해 부산경실련은 향후 정치권, 언론, 시민사회 등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살아난 투자심리, 가상자산 시총 43조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하 시총)이 43조 6000억 원으로 상반기 대비 53% 증가했다. 불장이었던 비트코인 가격과 거래량이 크게 상승한 영향이다. 코인 시장의 투자심리 회복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수와 일평균 거래금액도 눈에 띈 증가세를 보였다. 16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FIU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총은 43조 6000억 원으로 6월 말(28조 4000억 원) 대비 53%(15조 2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미국 금융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에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영향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4만 2265달러(한화 약 5700만 원)로 6월 말 3만 477달러(약 4100만 원) 대비 39% 올랐다. 국내 시총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비트코인이 27.5%(11조 9700억 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개인 이용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가 29.3%(189만 명)로 가장 많았다. 이용자의 65%(416만 명)는 50만 원 미만의 소액 보유자였다. 1000만 원 이상 가상자산 보유자 비중은 10%(67만 명)로 상반기 대비 2% 증가했고, 1억 원 이상 보유자 비중은 1.3%(8만 1000명)였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유통업계는 벌써 여름맞이
올여름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유통업계도 일찍이 여름 고객 맞이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등은 패션 아이템부터 냉방가전 할인행사 등을 진행하고, 호텔가와 카페 프랜차이즈들은 여름 메뉴를 출시하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6일부터 ‘미리 준비하는 바캉스’를 테마로 다양한 여름맞이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여름 휴가 수요가 예년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해보다 2주가량 행사를 앞당겼다. 지난 2월 기상청이 발표한 ‘2024 여름 기후 전망’ 따르면 올여름은 기온이 평년 기온(23~24도)보다 높을 확률이 50%인 것으로 예상된다. 평년기온과 비슷할 확률은 30%, 낮을 확률은 20%로 예측됐다. 강수량은 평년(622.7~790.5mm)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라는 예측도 발표됐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오는 30일까지 여름 휴가를 대표하는 4가지 품목(캐리어, 선글라스, 아쿠아슈즈·샌들, 모자)을 특가에 선보인다. 총 23개 브랜드의 50여 개 상품이 대상이며, 만다리나덕 캐리어, 나이키 캄슬라이드, 아디다스 볼캡 등을 6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롯데온은 오는 19일까지 ‘미리 준비하는 여름·슬리퍼’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여름 장마가 해를 거듭할수록 길어지는 점을 반영해 레인부츠, 젤리슈즈 등을 주력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대표적으로 ‘핏플랍 블랙 여성 숏 레인부츠 장화’를 15만 3000원 대에, ‘어그 여성화 타스만X 레인부츠’를 13만 8000원대에 만나볼 수 있다. 또 여름에 시원하게 신을 수 있는 메시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스타일의 여름 신상품도 할인 판매한다. 이마트는 일찍부터 냉방가전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름 가전 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초여름 더위가 찾아오면서 지난달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여름 냉방가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상승했다. 이마트는 이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2주간 선풍기, 에어컨, 제습기 등을 할인 판매한다. 대표 상품으로는 ‘신일 표준형 선풍기’를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2만 원 할인한 3만 9000원에 판매한다. 또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제습기도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다. 드레스룸, 세탁실 등 작은 방에서 사용하기 좋은 ‘보아르 모아 미니 제습기’를 사이즈별로 할인가 4만 9900원, 9만 9000원에 판매한다. 에어컨 행사도 같은 기간 진행되며, 인기제품뿐 아니라 보다 저렴하게 단독 기획 된 가성비 상품 등도 선보인다. 가성비 ‘캐리어 스탠드형 에어컨’은 500대 한정으로 행사카드 구매가 139만 9000원에 판매한다. 이밖에도 프리미엄 상품인 삼성 비스포크 무풍 갤러리 멀티형 에어컨도 특가로 만나볼 수 있다. 또 에어컨 200만 원 이상 구매 시 선착순 1500명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기프트카드 2만 원권을 증정한다. 호텔가 레스토랑과 카페 브랜드 등은 더위를 가시게 할 여름 시즌 메뉴들을 선보인다. 시그니엘 부산은 지난달 22일부터 여름시즌 메뉴로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보다 2주 일찍 판매를 시작했으며, 이달부터 본격적인 초여름 날씨가 찾아오면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롯데호텔 7층의 블루헤이븐은 18일부터 8월 25일까지 매주 주말 낮 12시~2시까지 캔들 브랜드 트루동과 함께하는 ‘망고뷔페’를 선보인다. 망고를 주제로 한 디저트 30여 종과 핫푸드 8종, 샌드위치 2종, 샐러드 6종의 특선 뷔페가 제공된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매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시그니처 빙수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올해도 선보이며, 블루베리에 벌집꿀을 얹어 달콤함을 극대화한 신메뉴 ‘허니콤 블루베리 빙수’도 1층 로비라운지 ‘크리스탈 가든’에서 판매한다. 파크 하얏트 부산 라운지도 ‘망고 골드 빙수’와 ‘셰프의 시그니처 아이스크림 셀렉션’을 새롭게 선보인다. 카페 프랜차이즈들은 호텔 대비 가성비를 내세우며 저렴한 가격의 빙수를 선보인다. 투썸플레이스는 ‘애플망고 빙수’와 ‘우리팥 빙수’를 각각 1만 4000원, 1 만 2000원에 판매한다. 이디야커피는 ‘팥인절미 눈꽃 빙수’와 ‘애플망고 눈꽃빙수’ 2종을 1만 1800원에 선보인다. 엔제리너스는 복숭아를 넣은 ‘분홍 백도 빙수’를 1만 4000원에 출시했다.
남다른 청량감 크러시, 남다름 추구하는 MZ 홀렸다
롯데칠성음료가 4세대 맥주 ‘크러시’(사진)로 젊은 세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16일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크러시는 출시 초기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과 술집에 집중한데 이어 이후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영업망을 늘리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품명 ‘크러시(KRUSH)’는 ‘반하다, ‘부수다’ 라는 뜻의 영단어 ‘Crush’에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Kloud)’의 헤리티지를 담은 알파벳 ‘K’를 더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낡은 관습을 부수고, 새로움으로 매혹한다’는 뜻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크러시’는 맥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몰트 100%의 올몰트 맥주로 ‘클라우드(Kloud)’의 올 몰트를 계승했다. 크러시는 페일 라거 타입의 라거 맥주로 알코올 도수는 4.5도, 330ml병, 500ml병 제품과 20L 용량의 생맥주 KEG를 비롯해 355ml, 360ml, 470ml, 500ml의 캔제품, 1.6L, 420ml PET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크러시는 맛과 시각 모두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롯데 측은 강조했다. 기존의 국내 맥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청량한 탄산을 느낄 수 있는 숄더리스(shoulder-less)병을 도입하고 패키지 겉면에 빙산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적용함과 동시에 투명병을 사용해 시각적 청량감을 극대화했다. 캔 3종은 빙산, 눈을 모티브로 청량감을 표현하여 병제품과의 일관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또 기존 맥주와의 차별화를 위해 분리추출한 유러피안 홉과 홉 버스팅 기법을 사용해 맥주의 시원함과 청량함을 더욱 강화했다. 이같은 크러시의 시도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주류 품평회 중 하나인 ‘몽드 셀렉션 2024’에서 은상(Silver Award) 수상으로 이어졌다. 한편 크러시는 ‘기존 맥주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대의 맥주’, ‘나랑 어울리는 맥주’를 강조하기 위해 4세대 아이돌 시대의 개막을 알린 ‘에스파’의 ‘카리나’를 모델로 선정하고 TV와 유튜브 광고 등 다양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2024 시즌 개막을 맞아 서울을 연고로 하는 K리그 FC서울과 공식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홈경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통해 크러시를 알리고 있다. 이밖에 출시 초부터 ‘야키토리 잔잔 홍대점’ 등 수도권 주요 상권에서 운영 중인 ‘크러시 플래그십 스토어’는 시원함과 청량함을 인테리어와 소품 등을 활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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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2023년 부산미래유산에 '수산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을 선정했다.
[슬기로운 호구생활⑪] "허리가 고장났다" 독박육아 24시
올 2월 기다리던 첫아기를 맞이했다. 온 세상을 흔든 코로나19도 무시할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아내는 “앞으로가 무섭다” 했고, 주변 사람은 짠 듯 이구동성 “좋은 시절 다 끝났다”고 했다. '육아 전쟁' 때문이다. 내심 자신감이 충만했다. 괜히 겁주는 말이겠거니…. 쌍둥이도 아니고 얼마나 힘들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독박 육아 체험'까지 결심했다. 이제는 남자도 똑같이 '공동 육아'를 할 시대이지 않나. 어쭙잖게 아이를 돌보다 '육아 호구'가 되기 십상이다. ■쾌조의 스타트 체험은 아기가 태어난 지 70일째 되는 날 했다.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이다. 오로지 혼자 육아+집안일을 해야 한다. 아내에게 마음껏 '집 밖 휴가'를 누리라 했지만, 마음이 불안한지 멀리는 못 가겠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한 달 반가량 재택근무를 해 나름대로 육아에 자신이 있었다. 어느 정도 보고 익힌 '육아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있다. 시작은 좋았다. 비몽사몽 아빠와 달리 아기 컨디션이 '최상'이다. 쿠션에 앉혀 자동 모빌을 켜니, 30~40분간 '옹알이'하며 놀았다. 이때 빨래한 옷도 개고, 못다 한 거실 정리정돈도 끝냈다. ■전쟁의 서막 오전 9시가 채 되기 전, 전쟁의 전조현상이 드리웠다. 잠깐씩 '잉잉'대던 소리가 잦아지더니, 아기가 만세를 부르며 자지러졌다. 어깨에 올리거나 두 손으로 받쳐 안아도 무아지경이다. 난생처음 정체불명의 돌고래 같은 소리까지 내며 달래봤지만, 슬쩍 눈치만 볼 뿐 다시 울음보를 터뜨렸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거울을 갖다 대자, 간신히 진정됐다. 그 이후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배가 아팠지만, 또 아기가 울까 봐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아내에게 잠시만 봐달라고 했으나, “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퇴짜. 10여 분간 5~6kg 아기를 안고 있는 오른쪽 팔뚝 힘도 이제 한계다. ■머피의 법칙 신기했다. 어깨에서 잘 자던 아기가 소파에 눕히기만 하면 ‘말똥말똥’이다. 신생아 ‘등 센서’가 소문이 아닌 진짜였다. 아기가 간신히 누워 모빌이나 초점책을 보다가도, 이불을 개는 등 청소만 하려 하면 찡찡댔다. 과자나 땅콩 등을 먹으려 하거나 카카오톡을 보려 해도 마찬가지. 마치 딴짓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듯했다. 걷잡을 수 없는 울음보가 터지지 않으려면, 아기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당연히 한 상 차려 점심을 먹는 건 불가능했다. 있는 반찬을 데워 끼니를 때웠다. 전날 먹고 남은 찌개가 없었다면, 곧바로 '배달의 민족'을 터치했을 것이다. 그나마 데운 찌개도 아기를 달래고 오니 다 식어있었다. 아기를 안고 무언가를 하기엔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 허리 굽힘 없이 정리정돈할 수 있는 육아용 '대형 집게'를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결국, 집안일을 하려면 아기를 완전히 재워야 했다. 다행히 이날 오전 수유 후, 2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아내 말로는 평소엔 한 시간도 자지 않는다고. 오히려 재우다 실패하면 잠투정이 심해진다고 한다. ■하이라이트 '목욕' 설거지를 채 끝내지 못했지만, 아기가 깼다. 다시 육아다. 집안일과 육아가 ‘무한 반복’이다. 당이 떨어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단 음식이 당기기 시작했다. 낮잠 잔 아기의 수유를 끝낸 뒤 목욕에 도전했다. 바둥대는 아기를 한 손으로 껴안아 씻겨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체력이 다한 탓인지 목욕은 엉망이 됐다. 앉은 상태에서 아기를 들었다가 놨다 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나도 모르게 물 온도 조절에 실패했고, 조심해야 할 아기의 눈과 귀에도 물이 튀었다. 70일 된 아기의 표정에서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빠의 서투름을 알고, 참고 견뎌주는 표정이었다. 아기도 지쳤는지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후 7시 30분에 잠이 들었다. 드디어 소위 말하는 '육퇴'(육아 퇴근)다. 육퇴 후 허리가 아파 소파에서 2시간 동안 뻗었다. 그러나 '육아 출근'은 금방 돌아왔다. 다음 날 오전 2시에 배가 고파 아기가 깼다. 한 시간 후 다시 잠이 든 아기는 오전 4시 30분, 6시 30분에도 차례로 깼다. 마치 군대에서 불침번을 서는 느낌이었다. ■오해와 진실 이번 체험은 저번 ‘임신부 체험’처럼 부부가 서로를 이해해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사실 아기를 출산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몇몇 마찰이 있었다. 우선 '육아 아이템'이다. '이거는 꼭 사야 한다'는 육아 아이템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수개월 간격으로 필요한 육아 아이템들이 달라, 업체들의 '상술'로 여겼다. 아내의 생각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이날 독박 육아를 하며 집에 있는 모든 육아 아이템을 동원하는 내 모습을 봤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아이를 돌볼 수는 있었겠지만, '불필요한 아이템'은 없었다. 육아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육아의 공동 분담'이다. 육아는 집안일의 일부분이 아닌 별개의 일이었다. 각자 맡은 일에서 추가로 더해진 일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돕는 것이 아닌 '함께'해야 한다는 말을 몸소 체감했다. 사실 육체적 노동은 익숙해지면 할 만했다. 그러나 '정서적 힘듦'까지 겹치면 산후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없었다. 부부가 서로의 힘듦을 알고 받아주고 이해하는 게 필요했다. ■위대한 부모 임신부 체험 때처럼 이번에도 모성애의 위력을 느꼈다. 아기 목욕을 시킬 때 욕조를 1분 만에 헹구는 나와 달리, 아내는 매일 5분 이상 닦고 있었다. 육퇴 이후에도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나와 달리, 끊임없이 인터넷으로 '아기 재우는 법' '70일 아기 특징' '이유식 만드는 법'을 검색했다. 늦은 밤 아기가 배고플까 잠들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를 알기에 더 대단하게 다가왔다. 비록 하루 체험이지만, 남다른 부성애도 느꼈다. 단순히 금전적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것에 더해 아이와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퇴근 후에도 어느정도 육아에 동참해야 할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가 어떤 기분 상태이고, 무엇을 해줘야 할 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외로운 '육아 전쟁'을 견딜 힘은 부부에게서 나오는 듯하다. 이번 체험을 하며 아기의 웃음보다도 이를 지켜보는 아내의 위로가 더 큰 힘이 됐다. 모르지만 아내도 독박육아를 자청하는 남편에게 보이지 않는 위로를 받았을 터. '슬기로운 육아생활'의 기본 전제는 부부의 공감이다. 글=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사진=이승훈 기자 아내
[요즘MZ] 24. 휴가
부산일보 뉴콘텐츠팀 MZ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요즘MZ" 일상툰입니다! MZ세대들의 문화나 생각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휴가를 입사하고 처음으로 길게 다녀왔어요! 쉬면서 국내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회사로 다시 돌아왔답니다:) 푹 쉬었으니 그 원동력으로 다시 열심히 연재해볼게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부산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사건, 랜드마크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홈페이지(www.busan-pedia.com·사진)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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