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문턱 높은 부산, 유학생 안 온다
전국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 극복 방안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동남권에는 외국인 유학생 유입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10명 가운데 1명 미만만 동남권으로 유입되고 있다.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은 15세 이상 유학생 거주지는 수도권이 49.3%로 가장 많았다. 동남권은 9.7%에 그쳐 13.8%를 기록한 충청권이나 12.8%를 기록한 호남권보다도 상주 유학생이 적었다.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학사,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한 유학생(D-2)비자 또는 한국어학당에 다닐 수 있는 일반 연수(D-4) 비자로 한국에 체류한다. 김태경 동의과학대 국제협력처장은 “비자 발급 업무는 지역 출입국외국인청이 담당하는데, 부산 출입청은 D-4 비자 발급률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비자 심사 요건을 완화할 수 있는 ‘인증대학’이 부산에 적다는 점이 비자 발급률이 낮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국에는 학위과정 인증을 받은 인증대학이 134개 있는데, 그중 부산 대학은 10개에 그친다. 우수 인증대학은 전국 18곳인데 부산에는 부산대 단 1곳 뿐이다.졸업 후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가 적다는 점도 부산을 찾지 않는 이유로 지목된다. 부산외대 권선희 국제교류처장은 “부산에 일자리가 적다 보니 수도권을 찾는 유학생들이 많고, 여의치 않을 경우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권 등을 희망해 부산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유학생 유치를 위해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일자리 제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에 따르면 유학생 중 취업구직 비자 전환률은 2024년 기준 22%에 그친다.이문석 부산대 국제처장은 “지산학 협력 체계를 갖춰 유학생들이 공부를 마치면 부산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짚었다.지역 대학들이 투 트랙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중심대학은 해외 인재들이 찾을 전문화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취업중심대학은 언어 교육과 한국 취업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우 부경대 국제교류본부장은 “아시아의 고급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를 모델 삼아 연구중심대학은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늘리고, 분야별 전문성을 키워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국제 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독] “공사비 2.5배 올려달라” 시공사 횡포에 조합원 분통
부산의 한 재개발 사업을 맡은 시공사가 조합에 평(3.3㎡)당 1100만 원이 넘는 공사비를 요구해 논란이 인다. 시공 계약을 체결했을 때 평당 공사비는 400만 원 중반 수준이었는데, 2.5배에 달하는 공사비 증액을 통보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부산 최고 수준의 공사비를 내놓으라는 시공사의 ‘횡포’에 조합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0일 부산진구 ‘시민공원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이하 조합)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6일 ‘도급공사비 증액 요청의 건’을 조합에 발송했다. 2016년 6월 시공사 선정 당시 체결한 도급 공사비는 평당 449만 원이었으나 시공사는 이를 1126만 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1551억 원 규모였던 전체 공사비는 5488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제안 단계이기는 하나, 이는 부산지역 공사비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 최고가였던 서울 서초구 방배삼호 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평당 공사비인 1153만 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앞서 부산진구 범천1-1재개발 사업의 경우 현대건설이 539만 9000원이던 공사비를 926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설계안보다 규모를 줄이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조합에 제안했다. 당초 지하 5층 규모였던 주차장을 지하 4층으로 줄이고, 커튼월룩 비율을 100%에서 30%로 축소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면 전체 비용에서 약 680억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 측이 자체 분석한 결과 시공사의 절감안을 모두 수용하면 평당 공사비가 약 986만 원으로 책정된다. 조합이 기존에 원했던 대로 현대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한다면 평당 공사비는 1335만 원에 이르고, 절감안을 적용해도 약 1195만 원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다. 조합에 따르면 84㎡(35.9평·하이엔드 미적용) 기준 조합원은 12억 원이 넘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 72㎡(31.5평)는 10억 5900만 원, 59㎡(25.4평)는 8억 5300만 원으로 분담금이 추산된다. 조합원 820여 명 가운데 700명가량이 구역 내 3억 원 미만의 빌라를 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요구대로라면 많게는 8억~9억 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을 지불하게 생겼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 측 협상단이 현대엔지니어링과 적정 공사비 규모를 두고 협상을 벌일 계획이지만, 당초 제시안이 상식에서 벗어난 수준이라 제대로 된 협상이 진행될지 우려된다”며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조합원들에게 시공사 계약해지 의사를 묻는 절차 등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핵심 입지도 아닌 부산에서 평당 1100만 원이 넘는 공사비는 상상하기 어렵다. 자칫 다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며 “공사비 협상이 늘어질수록 손해는 오롯이 조합에게 쌓인다. 시공사들의 이 같은 행태를 견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 30년 숙원 ‘깨끗한 식수’… 의령 주민 반발 2주 만에 좌절
부산시와 경남 의령군이 합의한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상생협약’(부산일보 4월 16일 자 1면 보도)이 의령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2주 만에 일방적으로 해지됐다. 부산 시민의 30년 숙원이었던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 공급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번 협약이 깨지면서 부산의 고질적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부산시에 따르면 의령군은 지난 26일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상생발전 협약을 해지한다고 시에 통보해 왔다. 지난 12일 의령군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태완 의령군수가 협약서에 서명을 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협약은 의령 지역 낙동강 강변여과수를 하루 22만t 취수해 부산과 동부경남에 공급하는 대신, 부산은 한 해 200억 원 규모의 의령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했다. 부산시가 농업용수 부족이 예상되면 취수를 중단하는 등 취수지역 농민의 피해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조항도 담겼다. 하지만 양 지자체 합의가 깨진 것은 협약 이후 낙동강 강변여과수 취수 영향 지역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강력 반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책위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 없이 의령군이 일방적으로 협약을 체결했다며 협약 취소와 군수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 수위를 높여 왔다. 의령군은 이와 관련 “앞으로 군은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 검토에 있어 군민과 사업 지역 주민 이익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협약 해지 통보에 부산시는 당혹한 분위기 속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시는 의령군에 공문을 통해 지금 당장 협약 취소를 결정하기보다는 여론 수렴 후 협약 내용을 이행해 나가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자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최대한 신중하고 차분하게 현 상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라며 “의령군에 주민 여론을 최대한 수렴한 뒤 협약을 이어가자는 의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령군은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주민 여론 수렴을 토대로 이뤄져야 하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자치단체 간 행정적 협약을 물꼬로 시작하려 한 것부터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의령군에 이어 창녕군과 합천군까지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첫 출발점부터 일이 꼬이면서 2028년 부산에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해상 물류 실핏줄 ‘포워딩’ 기업, 줄도산 벼랑 내몰렸다 부산항 단일 세부 업종 중 핵심 산업… 육성·지원 정책 확대해야
‘평행선’ 윤·이 회동, 후속 회담 열릴까 대통령·이재명 의료개혁 공감… 의협 "십상시 의견" 비난
거부권·채 상병·이태원 특별법… 정국 현안 놓고 신경전 '민생' 함께 외쳤지만 ‘국민 25만 원’ 등 세부 정책에선 입장차‘무성과 영수 회담' 이후 민주, 강공모드 재시동
이성권 “부산 최다 정비사업장 인허가 앞당기겠다” [PK 당선인 릴레이 인터뷰]
무려 16년 만의 국회 복귀다. 부산 사하갑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이성권 당선인 이야기다. 17대 총선에서 서른다섯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2008년 국회를 떠났던 이 당선인이다. 그는 “당시 최연소 남성 국회의원이었던 터라 4번의 선거를 쉬고 돌아가는 셈인데 그렇게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웃었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들 입장에서는 22대 총선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싸움이었다. 특히 이 후보는 4차례의 사전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선거 당일 출구조사 역시도 열세로 나오면서 당선 전망은 극히 어두웠다. 그는 레이스 후반 지역에서 펼쳐진 전투에서의 승리가 당선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선거 막판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200석 이상을 점하게 됐을 때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집중적으로 알렸다”면서 “하단5일장에서 무릎을 꿇고 매일 절을 하며 ‘대한민국을 살려 달라’고 호소했는데 그게 통했다”고 말했다. 휴학까지 불사하며 선거운동을 도운 아들과 딸은 아빠의 승리가 그저 기쁠 뿐이다. 이 당선인은 “아들은 아빠가 하단5일장에서 절하다 다리 신경까지 다치는 걸 보더니 자기가 대신하겠다고 나서 이틀이나 대신 절을 했다”면서 “그 대견한 모습을 유권자들도 좋게 봐주신 것 같고 나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승리로 국회에 돌아가게 된 이 당선인은 그간 코트라 상임감사와 일본 고베 총영사, 청와대 비서관 등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이번 총선 직전까지 지냈던 부산시 경제부시장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폭넓게 도시 전체의 발전 방향을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업무를 보면 볼수록 사하를 중심으로 서부산이 부산의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떠올라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자신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 준 부산시의 고마움을 국회에서 갚아나갈 참이다. 지역구 사업뿐 아니라 부산시 사업이라면 팔을 걷어붙이는 ‘강력한 우군’이 되겠다는 각오다. 그는 “부산시의 긴급 현안으로 부상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로 가서 직접 부산시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역구인 사하갑에서도 부산시와의 가교 역할을 하며 현안 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사하구는 부산시에서 가장 정비사업장 개수가 많은 지역구”라면서 “그만큼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장시간 소요되는 인허가 과정을 최대한 신속하게 이루어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서부산의료원 역시도 간과할 수 없는 이 당선인의 과제다. 지난해 공사비 상승으로 자칫 무산될 뻔했던 서부산의료원은 이 당선인이 경제부시장 임기 막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해 원안에서 10% 공사비를 증액해 공개입찰이 이루어졌다. 그는 “임기 중에 삽을 뜨고 빠르면 국회의원 임기 안에 준공까지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서부산의료원 공사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의료원에서 쓸 의료 장비 확보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300억 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비 확보가 50억 원 정도 밖에 안된 상황이라 그는 임기가 시작되면 이 예산 확보부터 챙길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 당선인은 앞으로의 4년이 사하구에는 더없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하구 경제지표가 2016년 부산시 16개 구·군 가운데 6위이던 것이 지난해 12위로 전락했다”면서 “그간 후퇴만 해온 사하구가 반드시 전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도록 뼈와 살을 갈아 넣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영상] 1년 3000억 생선 담는 그릇, 수산인 ‘밥그릇’ 도 담았다 [피시랩소디]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에서 어(魚)상자는 ‘생선을 담는 그릇’ 이상의 의미다. 1년 위판 금액 3000억 원, 물량 15만t에 달하는 수산물 대다수가 어시장 바닥에 배열된 어상자를 단위로 이뤄지는 ‘입상 경매’ 방식으로 거래된다. 어종과 크기, 수량별로 세밀한 거래가 가능해 ‘제값’을 받고 팔려는 선사와 어선 단위의 대량 구매가 부담스러운 중도매인 모두 선호하는 방식이다. 입상 경매는 다른 위판장에서도 이뤄지지만, 이곳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성수기 하루 10만 상자 이상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어시장이 생선과 사람, 돈이 모이는 국내 최대 산지 수산물 위판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바탕에 어상자가 있는 셈이다. 어상자 크기, 재질, 쌓는 방식에 따라 어시장 내 작업 물량과 거래되는 상품의 가치가 달라진다. 어시장 사람들 모두가 어상자의 변화에 민감하다. 어상자가 제때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물량을 출하하지 못해 선사가 손해를 본다. 상자 하나에 수산인의 ‘밥그릇’이 달렸고, 전국의 밥상머리 물가도 들썩인다. 최근 나무(작은 사진)에서 플라스틱 재질로 교체되고 있는 어상자는 올해 말 현대화 사업 개시를 앞둔 어시장의 변화도 알리고 있다. ■어시장 60년 함께 한 나무 어상자 어시장에는 현재 나무 재질의 어상자(이하 목상자)와 플라스틱 어상자가 공급된다. 목상자는 60년 넘게 어시장에서 자리를 지켰다. 한때 하루 최대 15만 개 가까이 공급되며 어시장의 전성기를 함께했다. 당시 저렴했던 가격과 생선의 선도를 유지하는 효과가 인기 요인이었다. 목상자 공급을 관리하는 한국수산물용기협회 강진희 부장은 “생선에서 목재로 흡수되는 염분이 부패를 늦춰주기 때문에 지금까지 목상자가 사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2단으로 쌓을 수 있어 공간 활용에 유리한 점도 오랫동안 목상자가 사용된 이유다. 상자를 2단으로 쌓으면 바닥에 놓인 생선이 상자에 눌리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면적이 한정된 어시장에서 많은 물량을 하루에 소화하려면 불가피한 때가 있다. 플라스틱은 표면이 미끄러워 2단으로 쌓기 어렵다. 목상자는 한때 일곱 가지 크기로 유통됐다. 1990년대 들어 현재의 규격(가로 57cm, 세로 36cm, 높이 9cm)으로 정착됐다. 상자에 생선을 가득 채우면 20kg가량 담긴다. 규격이 통일되면서 상자에 담기는 양이 30%가량 줄어 중도매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공급 불안·위생 논란에 교체 목상자는 소나무로 만든다. 과거엔 국산 원목을 사용했는데 재선충병 유행 이후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근래엔 북미 지역에서 자라는 품종인 ‘미송’을 주로 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새 어상자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위생 논란도 목상자 퇴장의 명분이 됐다. 목상자는 세척 없이 재사용되기 때문에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았다. 플라스틱 어상자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한국컨테이너풀 김현욱 팀장은 “목상자는 구조상 세척이 어렵고 자체에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 위생에 취약했다”고 말했다. 현재 하루 목상자 공급량은 4만 개로 전성기 물량의 25% 수준이다. 과거에 비해 어시장의 위판 규모가 축소된 여파다. 한일어업협정 표류 등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줄었고, 선별 작업을 담당하는 야간부녀반의 인력난으로 하루에 처리 가능한 물량도 한계가 있다. ■나무와 플라스틱 공존하는 어시장 현대화의 바람 속에 2022년부터 목상자가 플라스틱 어상자로 교체되고 있다. 현재 플라스틱 어상자 3만여 개가 사용된다. 매달 조업이 없는 시기엔 기계로 세척이 이뤄진다. 무게도 목상자의 절반 수준인 약 1.2kg으로 가벼워 선별 작업자들이 다루기 쉽고 비교적 튼튼하다. 선사와 중도매인 등 어상자와 관련된 당사자들의 이해 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디자인도 8차례 바뀌었다. 변화는 거스를 수 없지만 현장에서는 목상자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다. 양배반 작업자 이대희 씨는 “10년 넘게 사용해 익숙하고 '요구(갈고리 모양의 도구)'로 찍어 쉽게 들 수 있는 목상자가 아직 더 편하다”고 말했다. 목상자를 수리하고 정리하는 인력도 20여 명 남아있다. 이들은 오전 2시께 출근해 오전 6시 경매 전까지 2인 1조로 파손된 목상자를 수리한다. 하루에 파손되는 상자는 3000여 개에 달한다. 경매가 끝나면 위판장 곳곳에 흩어진 목상자를 수거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쌓아두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목상자 관리 업체 태현상회 이재영 대표는 “목상자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어시장은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어시장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어상자 교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영상] 하루 6만~7만 상자 생선 선도 지키려 작업자 영하 속 ‘구슬땀’ [피시랩소디]
생선 가격의 핵심은 ‘신선함’에 달려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은 하루 평균 6만~7만 상자(상자당 약 20kg) 분량의 생선을 위판한다. 전국 최대 수준이다. 운반선이 싣고 온 생선을 어종과 크기별로 분류하는 데만 6~7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생선은 상온에 노출되는데, 이때 생선을 차갑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공기에 생선이 오래 노출되면 색이 변하고 물러진다. 생선을 구매하는 베테랑 중도매인들과 경매 첫 가격을 정하는 경매사는 발 빠르게 이 선도 하락을 눈치채고 낮은 가격을 부른다. 이는 곧 선사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때 선도를 유지해 좋은 고기가 위판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타 지역 이동 시 선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바로 ‘얼음’이다. 어시장에 위치한 냉동공장은 성어기 기준 하루 평균 100t가량의 얼음을 출고한다. 주로 조업을 나가는 배의 어창에 넣을 얼음과 위판 시 상자에 담길 얼음을 공급한다. 얼음을 얼리는 기계를 조작하고, 얼음을 캔에서 빼고, 얼음을 잘게 부수는 작업까지 전부 인력으로 진행된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아이스캔이라 불리는 통에 정수된 물 135kg을 넣으면 48시간 안에 영하 10~12도에 얼려 나온다. 이때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켜 통에 물을 붓고 냉매액에 이 캔을 넣는다. 아이스캔을 끌어올리고 내리는 작업은 사람이 직접 크레인을 조작해야 한다. 135kg의 얼음을 이동하다 보니 크레인도 흔들리기 마련인데, 숙련자만이 크레인을 조작하고 얼음을 뺄 수 있다. 흔들리는 캔을 제대로 조정하지 않으면 캔이 제대로 수용액에 들어가지 않거나, 이탈하기도 한다. 생산된 얼음을 쇄빙이 가능한 층으로 옮기는 작업도 사람의 몫이다. 135kg의 육중한 얼음은 길이만 1m가량이고, 두께가 25cm에 이른다. 사람이 직접 아이스캔에서 빠져나온 얼음을 쇄빙기계가 있는 곳까지 10m가량 밀어야 한다. ‘운반 집게’라 불리는 도구로 25cm 두께의 얼음을 집어 밀다보면, 영하의 작업 환경에도 땀이 주르륵 흐른다. 파쇄기는 거대한 얼음을 2초 만에 갈아버리기에 매우 위험한 작업이기도 하다. 냉동창고 건물 아래로는 중도매인들이 리어카를 가지고 와서 얼음을 받는다. 돌제부두 쪽 해상에서는 얼음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배들이 있다. 중도매인들과 배가 요청하는 얼음을 확인하고 제때 공급하는 것도 얼음의 상황과 요청 상황 등 전반적인 것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자들만 할 수 있다. 냉동공장 작업자들에게 가장 고된 점은 항상 영하에 가까운 온도에서 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배수인 냉동공장 출고반장은 “추운 날씨에서 일하다 보니 혈액순환이 안 되고 100kg가 넘는 얼음을 매번 옮기다 보니 손목이 항상 좋지 않다”라며 “1970년대 지어진 냉동공장은 시설개선이 부족한 상태다. 현대화를 통해 냉동공장이 새로 지어지면 생산성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부산 4개 의대 2025학년도 120명 증원
부산 지역 4개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 대입 모집 정원을 최종 확정했다. 부산대는 증원분 75명 중 절반인 38명을 늘린 163명, 동아대·인제대·고신대는 증원분을 모두 반영해 100명씩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정부가 배정한 증원분 2000명보다 다소 적은 1500~1600명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대는 30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했다. 부산대 측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상 의과대학 입학 정원은 200명이지만, 2025학년도에 한해 163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는 지난 3월 20일 교육부로부터 의대 증원분 75명을 받았다. 부산대는 기존 125명에다 75명을 더한 200명을 2025학년도에 선발할 예정이었지만, 의대 증원분 중 50%인 38명만 우선 2025학년도에 늘려 선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부산대는 이번 의대 정원 증원 학칙 개정에 대해 오는 7일 교무회의에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립대 동아대와 인제대, 고신대는 늘어난 의대 정원 100%를 모두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동아대는 기존 49명에서 51명이 늘어난 100명을 선발하는 계획을 대교협에 제출했다. 인제대와 고신대 역시 2024학년도 입시보다 각각 7명, 24명 늘려 100명씩 선발하기로 했다. 이에 부산 4개 의대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은 463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울산대는 기존 40명에서 증원분(80명)의 87.5%인 70명을 반영해 110명을 모집 정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울산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의대 모집 정원을 증원분의 75%인 60명 늘린 100명으로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검토 끝에 10명을 추가한 110명으로 확정했다. 울산대 관계자는 “지역 의료 인력 양성과 지역 의료 서비스 부족 해소 등 관련 현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경상국립대는 기존 76명에 증원 인원 124명의 50%인 62명을 늘린 138명을 제출했다.
22대 국회 부산 출신 핵심 인사 눈길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부산에 연고를 둔 당선인들의 활동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4·10 총선에서 여야를 아울러 부산 출신 당 대표, 중진, 이른바 ‘찐명’ 인사들이 나란히 국회에 입성하면서 부산 현안 해결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21대 국회는 부산 핵심 과제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 제정,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 현안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다. 다만 22대 국회에선 부산 출신 인사가 핵심 위치에 자리 잡으면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 제정 등 부산 핵심 현안에 공감대를 이룰지 기대를 모은다. 우선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수도권 4선 국민의힘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은 대표적인 부산 인사다. 부산진구 범천동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고를 졸업하는 등 학창시절 대부분을 부산에서 보냈다. 안 의원은 줄곧 할아버지 대부터 부산이 고향인 점을 강조하며 ‘부산 사나이 정신’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부산 갈매기’ 노래를 부르며 부산과의 연을 내세우기도 했다. 초선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조국혁신당 조국(비례) 대표 역시 부산 출신이다. 부산에서 구덕초, 대신중, 혜광고를 졸업한 조 대표는 앞서 고향 부산에서 조국혁신당 창당 선언을 하는 등 정치적 기반으로 부산을 점찍기도 했다. 전국 총선 과정에서 역시 “이제, 고마, 치아라 마” 등 부산 사투리로 바닥 표심을 자극하는 등 부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부산 출신 수도권 민주당 당선인들도 눈길을 끈다. ‘찐명’으로 분류되는 대장동 변호사 김동아(서울 서대문갑) 당선인 역시 부산 출신이다. 김 당선인은 부산 해운대구 출신으로 양운고를 졸업했다. 김 당선인은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 관련 재판 대응에 기여한 인물로, 이재명 대표와의 연도 깊다. 부산체육중, 동아고를 졸업한 이재강(경기 의정부을) 당선인은 부산을 떠나 경기도에서 정치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다. 그는 19대 총선부터 부산 서구 등 원도심에서 출마했지만 낙선을 거듭했다. 이 당선인 역시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내는 등 이 대표와 연이 깊다. 이외 4선 한정애(서울 강서병·해운대여고), 재선 김영배(성북갑·브니엘고)·윤건영(구로을·배정고) 의원과 민주당 영입인재인 차지호(초선·경기 오산·동천고) 당선인도 부산 출신 인사로 꼽힌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여야 대립이 아닌 균형발전 차원에서 22대 국회가 대승적으로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며 “수도권 일극주의를 벗어나는 여야 협치 장면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에 집 안 짓는 부산… 3월 주택 인허가 물량 고작 13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난 3월 부산에서 주택 인허가를 받은 물량이 13호에 불과했다. 1~3월 다 합해도 2207호에 그쳐 주택을 새로 지으려고 나서는 건설사가 극히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산의 미분양주택은 3222호로, 전월에 비해 73호가 늘어났다. 3월 부산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2973건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2.5% 감소했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주택 관련 지표는 그다지 반등하지 못했다. 3월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6만 4964가구로, 한 달 전보다 90가구 더 늘어났다. 미분양주택 중 지방이 5만 2987가구로, 전체 미분양주택의 81.5%를 차지했다. 부산의 미분양주택은 3222호로, 소폭 늘어났다. 악성 물량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주택’은 1161호로, 한 달 전보다 4호가 감소했다. 특히 부산은 주택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 3월 주택 인허가는 13호에 불과해 거의 없다시피했다. 지난해 3월엔 1227호였다. 1~3월 다 합하면 2207호로, 이 역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9.0% 감소한 것이다. 인허가는 앞으로 주택을 짓겠다며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는 것인데, 반드시 착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면 향후 주택경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3월 부산의 주택 착공도 11호에 불과했고 주택 분양은 0건이었다. 다만 3월에 주택 분양이 없는 것은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개편과 4·10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비슷한 현상이었다. 아울러 3월 주택 준공은 1012호로, 지난해 3월에 비해 74.3% 줄었다. 3월 부산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2973건으로 3000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동산 활황 시 부산의 매매거래량은 한 달에 1만 건을 훌쩍 넘기도 했었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당분간은 이같이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2021년 전후 급등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며 “만약 초저금리 시대가 다시 온다면 부동산 시장도 활황장세를 나타낼 수 있지만 고물가와 건설자재비 상승 등으로 인해 그런 기대감이 지금은 상당히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주택공급 실적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정비사업 코드를 누락시키는 바람에 인허가·착공·준공 실적이 대거 누락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인허가·착공·준공을 합해 모두 19만여 가구가 적게 집계됐다. 주택 공급 통계 전체가 이처럼 정정되는 일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점검 결과, 오류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주택공급실적을 정정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2023년도 주택 인허가는 38만 8891호에서 42만 8744호로 정정되고 착공은 20만 9351호에서 24만 2018호로, 준공은 31만 6415호에서 43만 6055호로 정정됐다. 국토부는 그동안 HIS(주택정보시스템)와 세움터(건축행정정보시스템)를 직접 연계해서 자료를 생산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부터 국가기준데이터 경유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꾸면서 정비사업 코드를 실수로 누락시켰다. 그 과정에서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과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주택공급 물량이 하반기 6개월간 누락됐다.
부산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 글로벌 혁신특구 됐다
부산이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 글로벌 혁신특구로 공식 지정됐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규제자유특구위원회’(특구위원회)를 열고 부산 등 글로벌 혁신특구 4곳, 규제자유특구 5곳에 대한 신규 지정안과 이미 지정된 특구의 중요 변경사항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는 올해 6월부터 법률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기준과 규격 등이 마련되지 않아도 관련 신기술 실증이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법률이 미비해 검증을 할 수 없던 신기술을 부산에는 연구하고 실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구 지정 기간은 2028년 4월 30일까지다. 당장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 Net-Zero’를 발표하면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암모니아·수소 등 미래형·친환경 선박의 신속한 사업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인증 획득과 국제표준 선점으로 해외 진출의 기반 마련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중소형 선박에 이산화탄소(CO2) 포집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고 친환경 선박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측정법과 배출허용량 기준이 없어 애로를 겪었던 육상·해상 실증이 가능해진다. 액화CO2의 육상 하역과 임시검사 절차도 간소화된다. 부산은 관련 분야의 여러 선도기업과 잠재력 있는 기업이 자리 잡았고, 국내외 육상·해상 실증에서 해외 인증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기업 지원 플랫폼 구축 계획이 호평을 받아 특구로 지정받았다. 글로벌 혁신특구에는 강원(AI 헬스케어), 충북(첨단재생바이오), 전남(직류산업) 등도 이름을 올렸다. 규제자유특구는 경북(세포배양식품), 대구(Inno-덴탈), 경남 통영시 등(수산부산물 재활용), 경남 상목일반산업단지 등(생활밀착형 수소 모빌리티), 충남(그린암모니아 활용 수소발전)이 지정됐다. 특구위원회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규제자유특구와 글로벌 혁신특구 모두 기존의 제약조건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대로 특구제도 전반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신속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국내 첫 소형모듈원전 보조기기 제작센터 선다
국내 최초 소형모듈원전(SMR) 보조기기 제작센터가 부산에 들어선다. 부산의 중소 원전 기자재 업체의 제작 역량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 원전 산업 생태계 활성화가 기대된다. 부산시는 30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소형모듈원전 보조기기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소형모듈원전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의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출력 300메가와트 이하의 원자로를 말한다. 시와 한국기계연구원을 중심으로 부산테크노파크, 한국해양대 산학협력단, 한국원자력기자재진흥협회 등 5개 기관이 모인 협력체가 공모 사업에 도전해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중소·중견 원전 기자재 업체의 소형모듈원전 제작 역량 강화가 목적인데, 글로벌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시와 협력체는 2028년까지 총사업비 295억 원(국비 97억 원, 시비 186억 원, 민자 12억 원)을 투입해 강서구 미음연구개발허브단지 내 연면적 2664㎡ 규모의 제작지원센터를 건립한다. 소형모듈원전 보조기기의 핵심 부품은 주로 펌프, 밸브, 너트 등으로 서부산권에 밀집해 있다. 미음허브단지에는 원전부품설비통합인증센터, 레이저용접 연구센터 등 주요 연구개발기관·센터 13곳이 밀집해 있다. 센터가 건립되면 원전 기업 간 집적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센터를 통해 중소·중견 원전 기업의 보조기기 제작기술 개발, 수출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핵심부품 제작 장비를 구축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제품 제작은 물론 수출 판로 및 매칭을 지원한다. 소형모듈원전 보조기기 제작기술을 국산화하고, 기계·조선·해양플랜트·수소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관련 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도 개발해 추진한다. 소형모듈원전보조기기 통합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국내외 관련 연구센터와 협력 체계를 완성한다. 시는 센터 건립을 통해 소형모듈원전 보조기기 생산 세계 5대 강국으로 진입, 2035년 기준 생산 650억 원, 부가가치 284억 원의 유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고리 원전을 중심으로 원전해체 및 환경복원, 전력 등 관련 산업과 융합할 수 있어 이번 제작지원센터 건립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국내 소형모듈원전 산업이 부산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전후방 연관 산업과도 연쇄적으로 발전해 부산에 매우 유의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출용 소형모듈원전 소재·부품·장비 K벨트가 구축될 수 있도록 중소·중견 원전 기업을 적극 지원해 부산의 미래 지속성장 동력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교 100년 부산공고, 재학생 전원에 100만 원 장학금
국내 산업 발전을 이끈 주요 인재들을 배출한 부산공업고등학교가 오는 5일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다. 부산공고는 지난 100년 동안 4만 명 넘는 인재를 배출하며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부산공고는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새롭게 다가올 100년을 위한 도약에 나선다. 부산공고는 오는 3일 오전 10시 남구 대연동 부산공고 강당에서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동문이 모두 참석해 개교 100주년 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기념식에서는 개교 100주년 기념비 제막식이 열릴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6시에는 부산롯데호텔에서 ‘부공인의 밤’ 행사가 열린다. 이와 함께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는 동문 미술전이, 9일에는 ‘용광로 100년 환상곡’ 음악회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잇따라 열린다. 부산공고는 100년 전인 1924년 5월 5일 부산공립공업보습학교로 개교했다. 1933년 6월 8일에는 부산공립직업학교로 교명을 변경했고, 1951년 8월 31일부터 부산공업고등학교로 개편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부산공고는 1972년 12월 20일부터 현재 대연동 학교 부지에서 52년째 주요 산업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부산공고는 개교 이후 100년 동안 4만 명이 넘는 산업 인재들을 배출하며 한국 산업 발전의 요람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공고는 특히 △2009년 특성화고 △2016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잇따라 선정되면서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중추 교육기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부산공고는 △전기과 △기계과 △건축토목과 등 총 3개 학과에서 학생 62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부산공고 졸업생들은 개교 100주년을 맞아 재학생들에게 큰 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다. (재)부산공고장학재단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재학생 모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재단 측은 재학생 620명 전원에게 100만 원씩 총 6억 2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재)부산공고장학재단 정한식 이사장은 “부산공고는 100년 동안 한국 산업 발전을 이끈 수많은 산업 인재들을 배출하며 큰 역할을 해왔다”며 “더욱 많은 후배들이 부산공고를 빛낼 수 있도록 선배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고 격려했다. 부산공고총동문회도 개교 100주년 행사 당일 축하 화환을 쌀 화환으로 받아 지역 사회에 기부할 계획이다. 부산공고 예성일 교장은 “부산공고는 100년의 역사에 걸쳐 4만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직업교육의 산실”이라며 “앞으로도 오랜 전통을 밑거름 삼아 자립 능력을 갖춘 행복한 기술인 육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힘줘 말했다.
헌혈 안 했는데 공가… 도마 오른 부산시립박물관
부산 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산시 종합감사에서 직원이 공가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등 위반 사항이 여러 건 적발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는 부산시립박물관 정기종합감사 결과 14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적발됐다고 30일 밝혔다. 유물 관리부터 인사, 복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적 사항이 나왔다. 감사위 측은 부산시립박물관 업무 전반에 대해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고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를 개선하고자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감사는 지난해 10월 이뤄졌고, 2018년 이후 부산시립박물관 행정 전반을 들여다 봤다. 감사 결과는 지난 2월 말 최종 확정됐다. 감사위에 따르면, 부산시립박물관 직원 A 씨는 2022년 6월 헌혈로 인한 공가를 사용했다. 현행법에 따라 공무원이 헌혈에 참여할 경우 헌혈에 필요한 시간만큼 공가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감사 결과, A 씨는 평소 질환으로 헌혈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헌혈하지 않은 A 씨가 허위로 공가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에 따른 공가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경우도 적발됐다. 건강검진 대상연도가 아닌 직원이 검진받고 공가를 사용하거나 실제로 검진받지 않은 날에 공가를 사용하는 등 직원 두 명이 부적절하게 공가를 사용했다. 감사위는 이들 세 명에 대해 기존에 사용된 공가를 연가로 바꾸도록 행정 조치를 요구했다. 또한 연가 미사용으로 인한 연가보상비를 회수하고 직원 교육 실시와 관련자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유물 관리가 미흡한 정황도 적발됐다. 감사위에 따르면, 부산시립박물관이 보유한 기탁 유물 39점이 적절한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최장 40년 동안 보관 상태가 이어져 왔다. 기탁 유물은 소유자로부터 유물을 받아서 전시·보존하는 유물로, 원칙적으로 1년 동안 해당 유물을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부산시립박물관은 1년이 지난 기탁 유물에 대해서 연장 또는 반환 등의 논의 없이 이를 전시하거나 수장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유물은 유효 기간이 40년이 지나는 등 향후 귀속 관계에 대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감사위는 분석했다. 감사위는 14건의 위법·부당 사항에 대해 박물관에 시정, 주의 등 행정 처분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역 방산 중소업체 집중 지원 'B방산' 화력 키운다
부산지역 방산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사업이 실시된다. 부산 방위산업, 일명 'B방산'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테크노파크 엄궁지사에서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부산국방벤처센터와 지역 중소 벤처기업 간 ‘국방과제 발굴 및 기술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부산국방벤처센터는 방위사업청 출연 국방기술품질원의 부설 기관이다. 시는 지역 기업의 원활한 방위산업 진출을 위해 매년 ‘부산국방벤처센터 지원사업’을 통해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부산국방벤처센터 지원사업'은 지역의 중소 벤처기업이 방위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돕는 유일한 사업이다. 사업 진출이 쉽지 않은 방위산업 분야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기술적·법률적 지원을 뒷받침한다. 올해 협약 기업은 △해군 장비용 운용패널의 레보 △수중 무선 광통신 시스템의 볼시스 △자동 팽창식 디코이 체계의 시울프마린 △가변 풍량 조절 시스템 엠티코리아 △특수선용 밸브 원광밸브 △방산 제품 정밀 주조 진성정밀금속 △소해 작전용 모니터링 시스템의 한미유압기계 등 7개 기업이다. 서현수 부산국방벤처센터장은 “올해 신규로 협약하는 7개 기업은 미래 국방기술을 선도할 우수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향후 무기체계 국산화 및 미래기술의 국방 적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국방벤처센터는 앞으로 5년간 해당 기업이 국방과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국방사업 참여 기회를 넓힌다. 협약을 통해 기업들은 부품 국산화 및 미래기술 발굴, 각종 방위산업과 연계한 지원 혜택을 받는다. 또 사업화 자문을 통해 각종 공모사업 참여 기회도 얻게 된다. 부산국방벤처센터는 기타 유관기관과의 업무 협력체계를 구축해 부산지역 방산 생태계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부산지역 대표 방산업체인 HJ중공업, SNT모티브와 협약기업 간의 기술교류회도 예정돼 있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부산 방산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중소벤처 기업을 육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적극 협력하겠다”며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는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부산의 방산업체들이 동반성장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조 시 금융창업정책관은 “부산국방벤처센터의 적극적인 기업 지원활동을 통해 협약기업의 매출 상승은 물론 고용 창출 또한 이뤄졌다”라며 “앞으로도 시는 부산지역 국방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부산국방벤처센터와 지속해서 협력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국방 분야에 지역기업이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출구 없는 엔저 터널, 일학개미는 역주행 베팅
일본 엔화가 34년 만에 역대급 약세를 기록하며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연초만 해도 엔화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왔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3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올해 1월 140엔대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전날 160엔을 돌파했다. 이는 199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같은 날 155엔 안팎으로 내려와 이날에도 156엔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에서는 엔화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STAR 미국30년 국채 엔화노출 ETF’는 지난달 29일 하루 개인 순매수액이 33억 원에 달했다. 최근 1개월의 평균치인 12억 원 대비 168%나 뛰었다. ‘ACE 미국30년 국채 엔화노출 액티브 ETF’도 지난달 29일 개인 순매수액이 최근 한 달 평균(5억 5000만 원)보다 158% 많은 14억 원을 찍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엔화가 오르면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을 매수하고 나선 것은 ‘엔저 터널’이 역대급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긴 호흡의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소비가 꺾이는 등 최근 일본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사실상 ‘제로 금리’라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금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에 소극적인 것도 난관이다. 최근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시사했지만, 엔화 추락을 막지 못했다.
공공기관 정규직 연봉 7000만 원 넘었다
지난해 공공기관 정규직 직원들(무기계약직 제외)의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7000만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공공기관 직원들은 2만 4489명으로, 이 가운데 남자도 5775명에 이르렀다. 기획재정부는 30일 327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이 같은 경영정보를 공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공공기관의 총 정원은 42만 1000명으로 전년보다 8000명 줄었다. 이는 2022년 말 수립한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에 따라 정원이 조정된 것이다. 공공기관은 지난해 2만 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는 전년보다 5000명 줄어든 수준이다. 코로나19 완화로 공공의료기관 신규 채용 규모가 약 2000명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2019년 4만 명에서 2020년 3만 명, 2021년 2만 6000명, 2022년 2만 5000명, 지난해 2만 명으로 4년 연속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신규 채용 실적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직원 채용은 2020년 이후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공공기관 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1억 8620만 원으로, 전년보다 58만 원이 올랐다.
BNK 올해 첫 성적표, 순익 2.8% 감소
BNK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249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3억 원(2.8%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BNK는 향후 위험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대거 적립했는데, 적립 전 기준으로 순이익은 311억 원이 늘었으나 충당금 적립으로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다. BNK금융그룹이 30일 발표한 1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억 원 감소했고 경남은행은 162억 원이 늘었다. 두 은행을 합쳐 은행 부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39억 원 줄어든 226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부산은행은 전체 그룹 충당금 1658억 원 중 714억 원을 적립하면서 지표 상으로 당기순이익은 200억 원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행은 향후 PF 부실 등에 대비해 충당금 전입액을 대폭 늘렸다. BNK금융그룹 권재중 부사장은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IR에서 "이달 정부에서 PF 관련 재평가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아는데 그에 따라 충당금 규모 등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며 "1분기 충당금이 현재 1658억 원인데 연체율 증가 등을 고려해 올해 7000억 원 수준까지 적립을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은행부문은 충당금 전입액 증가로 전년동기대비 37억 원 감소한 54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보였다. 투자증권이 45억 원이 줄었고 자산운용도 4억 원이 감소했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억 원, 1억 원의 증가를 보였다. 그룹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은 0.85%, 0.90%로 전분기대비 각각 0.12%P, 0.3%P 상승했다.
"일류 해양 국가로 순항, 방향키는 KMI가 잡았다"
국내 유일 해양수산 연구 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KMI는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1시 30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KMI는 1984년 한국해운기술원으로 처음 설립됐다. 1988년 해운산업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97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하면서 해운산업연구원을 중심으로 5개 유관 기관들을 통합해 현재의 KMI가 됐다. 앞서 이날 오전 KMI는 부산 영도구 해양클러스터에 있는 청사에서 식전 행사를 열고 직원 포상, 제막식, 기념식수 등을 진행했다. 오후 1시 30분에 BPEX로 장소를 옮겨 기념 토론회와 기념식을 개최했다. 먼저 국제해사기구(IMO) 임기택 명예사무총장이 ‘해양산업의 미래,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섰다. 임 명예총장은 “지난해 IMO에서 채택된 기후변화 전략은 21세기 들어 최대 해운 변혁기를 알리는 것이며, 민·관의 긴밀한 협업으로 향후 변화에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과 주제 발표가 끝난 후 KMI 김종덕 원장을 좌장으로 해양수산부 김성범 해양정책실장, KMI 자문위원회 김인현 위원장, 한국해운협회 양창호 부회장, 한국수산회 정영훈 회장, 부산항만공사 진규호 부사장이 자유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한국수산회 정 회장은 “기후변화로 수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 양식 기술을 발전시키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품종을 개발해, 양식 수산물 생산성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이자 해양수산 초격차 포럼 의장, 국민의힘 조승환(중영도) 당선인, 강준석 부산항만공사(BPA) 사장, 김종해 국립해양박물관장 등이 참석했다. KMI 김종덕 원장은 “KMI는 해양수산 분야 정책 연구를 통한 정부 정책 수립 지원을 목표로 설립됐다”면서 “이번 행사는 걸어 온 지난 40년을 기념하고 우리나라가 일류 해양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뜻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티맵으로 똑똑해진 새차, 오래된 차는 여전히 ‘길치’
최근들어 내비게이션 불만이 급증하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을 대표하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부터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T맵 내비게이션을 본격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출시 모델 보유 고객들에 대해 업데이트가 이뤄져야 하지만 운영체제 문제 등으로 제대로 된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 4일 콤팩트 SAC(스포츠 액티비티 쿠페) ‘뉴 X2’를 출시하면서 T맵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 새로운 운영체제인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OS) 9’을 적용하면서 T맵과 함께 개발한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것이다. BMW코리아 측은 뉴 X2이후 국내 출시하는 BMW 모델에 대해 T맵을 장착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와 2022년 말 각각 출시된 5시리즈와 7시리즈 모두 기존 BMW 내비게이션을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BMW코리아는 기존 출시된 모델에 대해서는 업데이트를 통해 T맵 내비게이션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존 모델들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운영체제여서 새로 바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T맵 내비게이션으로 호환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E클래스나 CLE 등의 모델부터 T맵 내비게이션을 적용하기로 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상황이 다르다. 해당 모델의 2025년식 모델부터 T맵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되 2024년식 모델도 업데이트를 통해 T맵 내비게이션을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 측은 “T맵 내비게이션은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한 모델에 장착된다. 2024년식 모델의 경우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시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2023년식과 그 이전 모델은 3세대 MBUX를 탑재하지 않아 T맵 업데이트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한정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T맵모빌리티 측은 “업데이트의 경우 업체 요청에 맞춰서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업데이트 대상 차량과 주기는 업체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벤츠에 이어 BMW까지 T맵이 장착될 경우 티맵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1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벤츠와 BMW의 지난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56.86%로 절반을 넘어선다. 기존 볼보와 폴스타, 랜드로버, 지프, 마세라티 등이 T맵을 이용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70%가 넘어선다. 수입차들이 앞다퉈 T맵 내비게이션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기존 내비게이션의 지도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확성이 떨어지는 등으로 고객 불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3년 내 새 차를 구입한 소비자’ 2만 46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입차 운전자 중 순정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는 소비자는 38%에 그쳤다. 순정 내비게이션 사용률이 68% 수준이던 국산차 소비자보다 30% 포인트 이상 적은 이용률을 보인 것이다. 한편 국산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현재 르노코리아를 제외하고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과 GM 한국사업장, KG모빌리티가 T맵을 장착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기아 ‘니로플러스’와 최근 출시한 현대차 ‘ST1’에 T맵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현대오토에버에서 개발한 맵을 적용하고 있어 일부 모델의 T맵 장착 사실을 외부에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행 자체 개발 내비게이션에 대해 고객 불만이 있지만 T맵 확대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 궁금하지 않나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린이·청소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가 부산 곳곳에서 펼쳐진다. 자주 보기 힘들었던 어린이용 오페라, 상상을 자극하는 뮤지컬, 재미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교육용 음악회, 향수를 자극하는 연극 공연, 그리고 아기상어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풍성하다. ■어린이도 볼만한 오페라 부산시립예술단이 지난 24일부터 공연 중인 토크 오페라 ‘마술피리’는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췄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는 타미노와 파미나의 동화 같은 사랑과 모험 이야기를 그린 2막짜리 작품이다. 새잡이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코믹한 연기, 유명한 밤의 여왕 아리아 ‘복수의 분노 마음에 불타고’ 등 친숙한 장면이 많아 오페라 입문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연출·해설 이의주, 출연 타미노 김동녘·김준태, 파파게노 시영민·유용준, 파미나 김은영·박예은, 밤의 여왕 박나래·김승현, 자라스트로 손상혁, 파파게나 이유빈·박예은·송혜진, 피아노 권수빈. ▶5월 1~3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전석 1만 원. KNN방송교향악단과 영화의전당, 비다엠엔터테인먼 등이 공동 주최하는 코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온 가족이 볼 만하다. 원전의 내용과 정서는 그대로 살리면서 대사와 무대, 의상 등을 현대화해 ‘오페라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화를 추구하고자 기획했다. 김채령 연출, 김동섭 예술감독, 서희태 지휘로 KNN방송교향악단이 반주를 맡는다. 피가로 역에 김동섭, 로지나 이경진, 알마비바 강동명, 바르톨로 장성일, 바질리오 전태현, 베르타 이채현을 캐스팅해 90분간 재미있고 유쾌한 오페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5월 2~3일 오후 7시 30분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R석 10만 원, S석 7만 원, A석 5만 원. ■피노키오·공룡 뮤지컬 부산시립합창단(예술감독 이기선)이 특별 연주회로 기획한 어린이 뮤지컬 ‘피노키오와 파란 마녀’는 <피노키오>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원작에 나오는 파란 요정을 마녀로 설정하고, 피노키오와 파란 마녀 사이에 거짓말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들과 갈등, 화해의 과정을 음악으로 엮어냈다. 작곡·시놉시스 이진실, 연출 김지용(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 지휘 이기선·임희준(부산시립합창단 부지휘자), 연주 부산시립합창단·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2310밴드(리더 이삼열). 공연 시간 70분. ▶5월 3일 오후 7시 30분, 4일 오전 11시·오후 3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R석 2만 원, S석 1만 원. 관람 대상 36개월 이상. (재)부산문화회관 주최·주관으로 선보이는 가정의 달 기획 초청 공연 뮤지컬 ‘공룡이 살아 있다’는 공룡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 2016년 초연 이후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5년간의 해외 공연을 마치고 올해는 국내 투어 중이다. 티라노사우르스 모자(母子) 공룡 화석이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발굴된다는 가상의 소재를 다룬다. 아기 티라노 화석 ‘타루’를 찾기 위한 주인공들의 모험이다. 다양한 영상, 모형을 활용해 실감 나게 공룡을 표현한다. 러닝타임 80분(인터미션 없음). ▶5월 11~12일 오전 11시, 오후 3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VIP석 5만 5000원, R석 4만 4000원, S석 2만 2000원. 관람 대상 24개월 이상. ■청소년 클래식·국악 음악회 부산시립교향악단 기획 음악회인 ‘우리 아이 음악회’는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과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소개한다. 특히 브리튼 곡은 영국 정부가 1945년 청소년 교육용으로 관현악 해설 영화를 제작하면서 브리튼에게 작곡을 의뢰해 탄생했다. 단순히 이런 악기가 있고 이런 소리가 난다는 식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악기들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음악을 통해 설명한다. 관람 시간 약 60분(인터미션 없음). 지휘 백승현(부산시향 부지휘자 및 부산시립청소년 교향악단 수석지휘자), 진행 최은영(극작가이자 연극배우, 연출가). ▶5월 10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전석 1만 원. 관람 대상 24개월 이상.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이동훈)이 ‘꿈꾸는 예술학교’ 첫 프로그램으로 ‘영도 할매 마리오네트 인형과 함께 떠나는 국악 사계’를 선보인다. 국악 연주와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함께 감상한다. 국악에 대한 설명은 마리오네트 인형 ‘뚱땅’이 나선다. 영도의 역사와 풍경은 영도 할매(정선희 시립국악관현악단 부수석)가 손자 ‘도도’에게 설명한다. 뚱땅과 도도는 마리오네트 아티스트 김솔과 윤희배가 직접 제작, 연기한다. 지휘 김경수(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5월 8~9일 오전 10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전석 1만 원(단체 별도 문의). 관람 대상 초등학생 이상. ■추억과 모험이 있는 연극도 온 가족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연극 무대도 준비됐다. 극단에저또는 연극 ‘검정고무신’ 무대를 선보인다. 196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 남매의 눈물겨운 생활을 다룬 연극이다.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든 일상에서도 따뜻한 가족의 사랑이 담겨 온 가족이 웃음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5월 5일까지 남구 대연동 에저또소극장. 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4시. 어린이날인 5일에는 오후 3시와 오후 6시 공연. 문의 051-852-9161. 기장군 일광읍에 위치한 가마골소극장에서는 ‘로빈슨과 크루소’ 공연이 열린다. 고전소설 ‘로빈슨 크루소’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연극은, 바다를 표류하다 무인도에 도착한 두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언어부터 문화까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나며 우정을 꽃피운다. ▶5월 4~26일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 가마골소극장. 문의 051-723-0568. 한편 부산시는 오는 5월 4일부터 6일까지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야 잔디광장에서 아기상어 부산페스티벌 ‘안녕, 부산!’을 개최한다. 잔디광장에는 대형 아기상어 에어벌룬 포토존이 설치되고 △핑크퐁과 아기상어의 댄스파티 △매직쇼 △시 소통캐릭터 ‘부기’와 아기상어가 함께하는 스페셜 퀴즈 등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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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2023년 부산미래유산에 '수산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을 선정했다.
[슬기로운 호구생활⑪] "허리가 고장났다" 독박육아 24시
올 2월 기다리던 첫아기를 맞이했다. 온 세상을 흔든 코로나19도 무시할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아내는 “앞으로가 무섭다” 했고, 주변 사람은 짠 듯 이구동성 “좋은 시절 다 끝났다”고 했다. '육아 전쟁' 때문이다. 내심 자신감이 충만했다. 괜히 겁주는 말이겠거니…. 쌍둥이도 아니고 얼마나 힘들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독박 육아 체험'까지 결심했다. 이제는 남자도 똑같이 '공동 육아'를 할 시대이지 않나. 어쭙잖게 아이를 돌보다 '육아 호구'가 되기 십상이다. ■쾌조의 스타트 체험은 아기가 태어난 지 70일째 되는 날 했다.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이다. 오로지 혼자 육아+집안일을 해야 한다. 아내에게 마음껏 '집 밖 휴가'를 누리라 했지만, 마음이 불안한지 멀리는 못 가겠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한 달 반가량 재택근무를 해 나름대로 육아에 자신이 있었다. 어느 정도 보고 익힌 '육아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있다. 시작은 좋았다. 비몽사몽 아빠와 달리 아기 컨디션이 '최상'이다. 쿠션에 앉혀 자동 모빌을 켜니, 30~40분간 '옹알이'하며 놀았다. 이때 빨래한 옷도 개고, 못다 한 거실 정리정돈도 끝냈다. ■전쟁의 서막 오전 9시가 채 되기 전, 전쟁의 전조현상이 드리웠다. 잠깐씩 '잉잉'대던 소리가 잦아지더니, 아기가 만세를 부르며 자지러졌다. 어깨에 올리거나 두 손으로 받쳐 안아도 무아지경이다. 난생처음 정체불명의 돌고래 같은 소리까지 내며 달래봤지만, 슬쩍 눈치만 볼 뿐 다시 울음보를 터뜨렸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거울을 갖다 대자, 간신히 진정됐다. 그 이후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배가 아팠지만, 또 아기가 울까 봐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아내에게 잠시만 봐달라고 했으나, “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퇴짜. 10여 분간 5~6kg 아기를 안고 있는 오른쪽 팔뚝 힘도 이제 한계다. ■머피의 법칙 신기했다. 어깨에서 잘 자던 아기가 소파에 눕히기만 하면 ‘말똥말똥’이다. 신생아 ‘등 센서’가 소문이 아닌 진짜였다. 아기가 간신히 누워 모빌이나 초점책을 보다가도, 이불을 개는 등 청소만 하려 하면 찡찡댔다. 과자나 땅콩 등을 먹으려 하거나 카카오톡을 보려 해도 마찬가지. 마치 딴짓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듯했다. 걷잡을 수 없는 울음보가 터지지 않으려면, 아기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당연히 한 상 차려 점심을 먹는 건 불가능했다. 있는 반찬을 데워 끼니를 때웠다. 전날 먹고 남은 찌개가 없었다면, 곧바로 '배달의 민족'을 터치했을 것이다. 그나마 데운 찌개도 아기를 달래고 오니 다 식어있었다. 아기를 안고 무언가를 하기엔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 허리 굽힘 없이 정리정돈할 수 있는 육아용 '대형 집게'를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결국, 집안일을 하려면 아기를 완전히 재워야 했다. 다행히 이날 오전 수유 후, 2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아내 말로는 평소엔 한 시간도 자지 않는다고. 오히려 재우다 실패하면 잠투정이 심해진다고 한다. ■하이라이트 '목욕' 설거지를 채 끝내지 못했지만, 아기가 깼다. 다시 육아다. 집안일과 육아가 ‘무한 반복’이다. 당이 떨어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단 음식이 당기기 시작했다. 낮잠 잔 아기의 수유를 끝낸 뒤 목욕에 도전했다. 바둥대는 아기를 한 손으로 껴안아 씻겨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체력이 다한 탓인지 목욕은 엉망이 됐다. 앉은 상태에서 아기를 들었다가 놨다 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나도 모르게 물 온도 조절에 실패했고, 조심해야 할 아기의 눈과 귀에도 물이 튀었다. 70일 된 아기의 표정에서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빠의 서투름을 알고, 참고 견뎌주는 표정이었다. 아기도 지쳤는지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후 7시 30분에 잠이 들었다. 드디어 소위 말하는 '육퇴'(육아 퇴근)다. 육퇴 후 허리가 아파 소파에서 2시간 동안 뻗었다. 그러나 '육아 출근'은 금방 돌아왔다. 다음 날 오전 2시에 배가 고파 아기가 깼다. 한 시간 후 다시 잠이 든 아기는 오전 4시 30분, 6시 30분에도 차례로 깼다. 마치 군대에서 불침번을 서는 느낌이었다. ■오해와 진실 이번 체험은 저번 ‘임신부 체험’처럼 부부가 서로를 이해해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사실 아기를 출산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몇몇 마찰이 있었다. 우선 '육아 아이템'이다. '이거는 꼭 사야 한다'는 육아 아이템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수개월 간격으로 필요한 육아 아이템들이 달라, 업체들의 '상술'로 여겼다. 아내의 생각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이날 독박 육아를 하며 집에 있는 모든 육아 아이템을 동원하는 내 모습을 봤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아이를 돌볼 수는 있었겠지만, '불필요한 아이템'은 없었다. 육아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육아의 공동 분담'이다. 육아는 집안일의 일부분이 아닌 별개의 일이었다. 각자 맡은 일에서 추가로 더해진 일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돕는 것이 아닌 '함께'해야 한다는 말을 몸소 체감했다. 사실 육체적 노동은 익숙해지면 할 만했다. 그러나 '정서적 힘듦'까지 겹치면 산후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없었다. 부부가 서로의 힘듦을 알고 받아주고 이해하는 게 필요했다. ■위대한 부모 임신부 체험 때처럼 이번에도 모성애의 위력을 느꼈다. 아기 목욕을 시킬 때 욕조를 1분 만에 헹구는 나와 달리, 아내는 매일 5분 이상 닦고 있었다. 육퇴 이후에도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나와 달리, 끊임없이 인터넷으로 '아기 재우는 법' '70일 아기 특징' '이유식 만드는 법'을 검색했다. 늦은 밤 아기가 배고플까 잠들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를 알기에 더 대단하게 다가왔다. 비록 하루 체험이지만, 남다른 부성애도 느꼈다. 단순히 금전적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것에 더해 아이와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퇴근 후에도 어느정도 육아에 동참해야 할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가 어떤 기분 상태이고, 무엇을 해줘야 할 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외로운 '육아 전쟁'을 견딜 힘은 부부에게서 나오는 듯하다. 이번 체험을 하며 아기의 웃음보다도 이를 지켜보는 아내의 위로가 더 큰 힘이 됐다. 모르지만 아내도 독박육아를 자청하는 남편에게 보이지 않는 위로를 받았을 터. '슬기로운 육아생활'의 기본 전제는 부부의 공감이다. 글=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사진=이승훈 기자 아내
[요즘MZ] 24. 휴가
부산일보 뉴콘텐츠팀 MZ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요즘MZ" 일상툰입니다! MZ세대들의 문화나 생각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휴가를 입사하고 처음으로 길게 다녀왔어요! 쉬면서 국내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회사로 다시 돌아왔답니다:) 푹 쉬었으니 그 원동력으로 다시 열심히 연재해볼게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부산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사건, 랜드마크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홈페이지(www.busan-pedia.com·사진)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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