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중견 건설사 2곳 부도… 커지는 ‘줄도산 공포’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 2곳이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잇달아 부도 처리됐다. 지난해부터 건설업계 불황이 본격화됐지만 부산에서 20위권의 종합건설업체가 부도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 건설업계는 바닥을 모르는 경기 침체에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6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이 이달 초와 지난달 말 각각 부도 처리됐다. 남흥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790억 원 규모로 부산에서 상위 25위, 전국 307위를 차지했던 업체다. 익수종합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705억 원 규모로 부산 29위, 전국 344위를 기록했다.두 업체는 모두 시공능력평가액 700억 원 이상으로 부산에서 ‘중상위권’으로 손꼽히던 곳이었다. 전국 100위 규모의 광주지역 대표 건설사인 한국건설도 지난달 29일 법원에 회생 신청을 제출하기도 했다.지역에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오던 업체들이 잇달아 부도가 나면서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건설업 침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종합건설업체가 무너진 적은 여태 없었다. 올해 들어 부산에서는 하도급 위주인 전문건설업체 2곳이 부도가 난 게 전부였다.특히 남흥건설 부도의 여파는 더욱 클 전망이다. 1969년 설립된 남흥건설은 냉동창고, 건축, 토목, 전기, 소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력을 펼쳐 왔던 55년 전통의 지역업체다. 최근에는 사세가 위축돼 지역 순위 상위권에서 밀려났지만 부산의 ‘1세대 건설업체’로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익수종합건설 역시 2001년 설립돼 건축, 토목은 물론 철근·콘크리트 공사 분야에도 진출했던 업체다. 아파트 브랜드로는 ‘에코하임’이 있다.지역 건설업계는 두 업체 부도의 파장에 주목하면서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다행히 부도는 면했지만 이번에 부도가 난 업체보다 규모가 훨씬 큰 부산의 한 건설업체는 지난 3월 말 유동성 위기를 맞기도 했다. 중소 규모인 복수의 지역 업체에서도 부도설이 나돌고 있다.부산의 한 건설사 임원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러다 사업장 한 곳에서 돈줄이 막히면 곧장 부도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며 “종합건설업체가 부도를 맞게 되면 그 밑에 달린 수많은 지역 하도급 업체들 역시 당장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말했다.지역 업계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벼랑 끝에 내몰린 업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 주택 사업장에서는 미분양 우려가 높기 때문에 공공 공사에라도 지역 업체 참여를 확대하고 공사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주를 앞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과 공사비 현실화로 갈등이 장기화되는 에코델타시티 등 민관 참여 사업장이 대표적이다.대한건설협회 정형열 부산시회장은 “부산 지역 업체들이 그간 축적한 기술력은 전국 어디를 내놔도 부족함 없이 뛰어나다. 총사업비가 14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가덕신공항 사업에 부산 업체가 배제된다면 더는 활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에는 인건비와 함께 현장 관리비용 등도 큰 폭으로 뛰었다. 규제 완화를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부하라”는 김진표 지적에 “공부 많이 했다”는 민주당
김진표 국회의장이 입법부 수장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역사를 공부하면 (중립 포기 선언이) 부끄러워질 것”이라는 김 의장의 지적에 민주당은 “공부 많이 했다”며 반격에 나섰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MBN 인터뷰에서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들의 ‘중립 포기’ 선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행정과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며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를 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선 우원식 의원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 의장이 6선인데 저도 5선에 들어간다”면서 “공부 많이 했다”고 맞받았다. 우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킨 것이 부끄러운 일이냐”면서 “이번 총선에 드러난 민심을 국회는 잘 받들어서 (법안 처리를) 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장후보 경선 경쟁자인 조정식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민심이 반영된 정책과 입법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면서 생산성 있고 효능감 있는 국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국회의장의)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의장이 돼도 그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을 엄중 경고하고 남발되지 않도록 했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면서 김 의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민주당에선 박찬대 원내대표도 김 의장의 ‘중립론’을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회의 입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면서 “삼권분립의 상징인 국회가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무도한 밀어붙이기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원하는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입법권의 침해를 확실하게 막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의장의 중립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부터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7일부터 이틀간 후보자 등록을 받고 16일 경선이 치러진다. 민주당에선 6선의 조정식·추미애 의원과 5선의 우원식·정성호 의원 등 4명이 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국회 복귀로 5선이 되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몫의 국회 부의장 후보로는 4선 남인순·민홍철·이학영 의원 등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 민정수석 신설...첫 수석에 김주현 전 법무차관
윤석열 대통령이 9일 대통령실에 민정수석실을 다시 설치한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초대 민정수석으로 검찰 출신인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윤 대통령은 "민심 청취 기능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민정수석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민정수서은 기존의 시민사회수석실 업무였던 민심 청취 등의 기능을 모으고 민정비서관도 추가할 예정이다.윤 대통령은 민정수석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에 따라 취임 후 대통령실에 민정수석실을 설치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과 경찰 수사에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봤기 때문이다.그러나 지지율 하락뿐 아닌 4·10총선 패배 등으로 정부가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민정수석 부활을 추진해 왔다. 대선공약 파기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사정기능 등을 제외한다는 방침이다.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정수석실 부활 이유를 설명하거나 9일 예정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힐 가능성이 크다.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8회로 검찰에 임용됐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법무부 검찰국장, 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 등을 지냈다.
현재 고2 학생부터 학폭 가해 경력 있으면 교대 못 간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중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학생은 사실상 교대 진학이 어려울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의 교대가 학폭 이력이 있는 수험생에 대해 지원 자격을 배제하거나 부적격 처리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7일 전국 10개 교대는 최근 공개한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서 학생생활기록부 상에 학폭 이력이 적힌 학생에 대해 최소 한 가지 이상 전형에서 지원 자격을 배제하거나 부적격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교대들의 이번 결정은 교육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학폭 근절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전국 대학은 2026학년도부터 모든 대입 전형에 학폭 조치 사항을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교대는 일반 대학보다 학폭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대부분 일반대는 학폭 이력이 있을 경우 감점 또는 정성평가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교대와 서울교대, 경인교대, 진주교대는 학폭의 경중에 상관없이 학폭 이력이 있는 수험생은 모든 전형에서 지원 자격을 제한하거나 부적격 탈락시킬 방침이다. 나머지 교대는 중대한 학폭에 대해서만 지원 자격을 제한하거나 불합격시키고, 경미한 학폭 건은 감점할 예정이다. 교대 외 초등교육과가 있는 한국교원대와 이화여대, 제주대에서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정한 1~9호 호수에 따라 부적격 처리하는 전형을 운영한다. 한편 2026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10개 교대와 3개 초등교육과의 총입학정원은 3407명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2024학년도 입시 당시 입학정원 3847명보다 11.4% 줄었다.
국힘 전당대회 '7말8초' 전망…"한동훈 복귀 염두 안 둬"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일이 기존 6월 말 7월 초에서 7월 말 8월 초쯤으로 연기될 전망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무리하지 않고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선 "염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황 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개최가) 6월 말, 7월 초 이야기를 했는데 당헌·당규상 필요한 최소 시간이 40일이다. 6월 말이면 5월 20일부터는 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원내대표 선출이 늦어지고 있다. (전당대회) 룰 확정 문제나 후보들이 준비하는 기간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전당대회 당원 투표 100% 룰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있다면 수렴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현행 당원 투표 100% 룰에 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대 룰 개정은 당 대표 선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만큼 당내에서도 이견이 속출하는 상황이다.'민심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는 "저로서는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합의체이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황 위원장은 위원장직 수락 후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면서 "비대위가 구성되면 아마 식사 자리가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답했다.이어 황 위원장은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선 "앞으로 3년간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명확하게 국민에게 알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심판은 야당 몫이고 우리는 비전 제시가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결집하고 결집한 힘으로 중도나 진보 국민들도 우리를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우리 자체가 흔들렸다"며 "우리는 확고하게 보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중도나 진보까지도 우리 쪽으로 모시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황 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와 인터뷰에도 출연해 전당대회가 지연될 경우를 가정해 일각에서 제기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것은 염두에 안 두고 한다"며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당연하다"며 "기회가 되면 만나겠다"고 답했다.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장, 운영위원장을 맡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운영위원장은 여당에, 법사위원장은 야당에 양보한 것이 오랜 전통"이라며 "한 번 바꾸면 민주당이 소수정당이나 여당이 됐을 때 굉장히 곤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중고에 빠진 기업, 청년들 떠나고 중장년만 남았다 [무너지는 부산 산단]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는 불황에 허덕이는 부산 산단들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고물가로 내수 시장은 침체됐고, 고금리는 불황 탈출을 위한 투자를 힘들게 한다. 고환율은 자잿값,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대표들의 마음마저 움츠러들게 한다. 무너지는 산단 현실에 젊은이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떠나면서 공장을 가동할 최소 인력마저 구하기 힘들다. ■원자재 500% 상승… 숨이 막힌다 부산 기장군 정관일반산업단지에서 냉난방제어기 제조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천장 모르고 오르는 물가가 너무 원망스럽다. 주력 상품인 고정밀 디지털 온도·습도조절기의 경우 관련 핵심 반도체 부품의 가격이 500% 이상 인상된 것이다. 부품값 인상은 납품 단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국 매출이 20%나 하락했다. 조금이라도 싼 부품을 구하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실익이 없었다. 반도체 기근으로 아예 부품을 구하기가 힘들었고, 회사의 자재 창고는 텅비어 있다. A 대표는 “최근 상황에 비하면 코로나19 시기는 위기도 아니었다. 지난해 하반기 큰 폭으로 떨어진 매출은 회복 가능성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며 “최후의 수단인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잔업을 없앴고, 그러다 보니 회사를 그만 두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 강서구 지사동 과학일반산업단지에서 친환경 에너지 설비 기업을 운영하는 B 대표는 고금리에 발목을 잡혔다. 친환경제품 생산업체 특성상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위한 신규 투자가 필수인데, 이 자금이 매마른 것이다. B 대표는 “3년 전에 1% 수준의 금리였다면, 지금은 5% 금리의 시대다”며 “1년에 내야 하는 이자만 억 단위가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최근 B 대표의 주요 업무는 은행 돌아 다니기다. 어떻게든 0.1%라도 더 낮은 이자의 대출상품을 찾기 위해서다. 부산 산단의 불황은 수치로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부산 산단의 누계 생산액은 44조 9068억 원이다. 누계 수출액은 101억 달러를 기록했다. 울산의 경우 생산액은 164조 5856억 원이고 수출액은 615억 달러다. 경남의 생산액은 76조 8864억 원, 수출액은 267억 달러다. 생산액과 수출액 모두 부산이 밀린다. 입주업체 수는 부산 9223개로 울산(2372개), 경남(7943)보다 훨씬 더 많다. 번듯한 대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삼중고에 취약한 영세 중소기업이 부산 산단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1년 2000명… 퇴사 잇따르는 산단 매출 하락, 자금 고갈 등 경영상의 여러 악재가 겹쳐있지만, 산단 입주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 수급’이다. 기장군 반룡산단에 있는 자동차 전기장비 생산업체 C 대표는 2년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업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이전을 결심했지만, 현재 산단에 자리잡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이곳으로 입주하자마자 직원들은 줄곧 출퇴근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지난해에는 10여 명이 줄퇴사를 했다. 통근버스 운행, 교통비 지원 등 갖은 방법을 써봤지만 회사를 떠나는 인력들을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 C 대표는 “처음에는 서면에서 업체를 운영했고, 이후 부곡동 그리고 반룡산단으로 덩치를 키워가며 이전했다”며 “하지만 업체가 외곽으로 빠져 갈수록 퇴사하는 인원이 늘어만 갔다”고 하소연했다. 부산 산단 전체의 고용 인원은 눈에 띄게 줄어 들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전국산업단지 현황에 따르면, 부산의 산업단지 전체 고용 인원은 지난해 3분기 12만 6138명이다. 전년 동기(12만 8224명) 대비 2106명 줄었다. 1년 만에 20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부산 산단에서 이탈한 셈이다. 금정구 회동·석대도시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한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업체 D 대표는 “산단 내 인적 교류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산단의 장점 중 하나는 집적된 인력풀이다. 뛰어난 인재들이 산단 내에서 이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이러한 인적 교류가 산단의 전체적인 발전을 이끈다는 논리다. ■해법은 면밀한 산학 협력 고물가·고금리를 잡으려면 산단의 고질적인 인력 문제부터 해결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산단의 인재 수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특성화고 인재 활용, 지자체와 대학, 그리고 기업이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지산학’ 사업 등 산학 협력을 통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시적인 해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재 양성 산학협력 전담조직을 구축해 각 부처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인재 양성사업을 취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지역기업 맞춤형 현장교육훈련 전담 전문가 양성 등 인재와 기업을 더 면밀히 연결할 수 있는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부산지역 산학 협력을 통한 고용 확대 방안’이라는 연구를 진행한 서옥순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청년 대신 산단에 중장년만 남아 인력 고령화 문제까지 겹쳤다”며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장실습이 실질적인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산단을 취업하고 싶은 일터로 만들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필수다. 청년들이 찾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쾌적한 근무환경을 만들고, 각종 복지제도로 청년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 산단 한 업체 대표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공장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산업단지의 인식을 깨기 위해 기업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벽길 나선 근로자, 교통 체증 뚫고 출퇴근 하느라 ‘기진맥진’
출근 2시간, 퇴근 2시간, 왕복 4시간을 길에 허비한다. 수도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부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녹산·장안 등 부산 외곽에 위치한 산업 단지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매일 전쟁을 치른다. 강서구 녹산공단에 위치한 섬유공장에 다니고 있는 A 씨는 출근을 위해 오전 5시 40분 길을 나선다. 연제구 연산동에 있는 자택에서 공장까지는 차가 막히지 않는다면 1시간 남짓 거리다. 하지만 출근 시간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되고, 오전 6시 전엔 길을 나서야 9시 전 출근이 가능하다. 비라도 내리는 날엔 3시간으로도 모자라다. A 씨는 “통근버스 노선을 이용하기 곤란한 지역이라, 매일 차를 몰고 출퇴근 한다”며 “출퇴근에 모든 에너지가 다 빨려 가, 직장도 가정도 생활이 너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6일 부산연구원의 ‘강서·사상·사하 등 서부산의 일자리 및 종사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평일 오전 7~9시 출근시간 녹산동·명지1동·대저2동에 각각 8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리며 서부산에서 가장 붐비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산동은 녹산·신호·화전·미음산단 등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이다. 신호산단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B 씨는 대구나 울산으로 이직을 고려 중이다. 대연동에서 신호산단으로 출퇴근을 3년째 하고 있는데, KTX를 타고 울산이나 대구로 가는 게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B 씨는 “시간은 비슷하게 걸릴지라도, KTX를 타면 몸도 편하고 자투리 시간도 더 알차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연봉도 부산보다 좋은 편이라고 하니, 부산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교통 인프라에 대한 요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단 출퇴근 인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산경제진흥원 등은 2001년부터 통근버스 운영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출퇴근 교통정체를 해소하고 근로자들의 불편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서부산권 교통 인프라의 핵심인 장낙대교와 엄궁대교 건설이 멈춘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장낙대교와 엄궁대교는 철새도래지 훼손 논란으로 3년째 중단된 상태다. 녹산에서 20년 이상 조선기자재업체을 운영하고 있는 C 대표는 “산단 근무자 수에 비해 버스 정차가 적다. 교통이 매우 불편하고 심지어 면접을 보러 버스를 타고 오던 중간에 ‘이곳에서 일 못하겠다’며 그냥 간 경우도 있다”며 “서부산에 산단을 몰아넣은 형국인데, 그렇다면 최소한 기본적인 교통 인프라는 갖추고 나서 진행해야되는 것 아니냐, 산단 자체가 젊은 인재들을 내쫓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부산 미래 동력’ 북항 재개발 3단계 밑그림 그린다
부산시가 원도심 부흥의 중심지이자 부산 미래 산업구조 재편의 핵심 요충지가 될 북항 재개발 3단계 사업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에 본격 착수했다. 남구와 영도구를 아우르는 북항 재개발 3단계 대상지는 오랫동안 항만시설과 군사시설로 운영되면서 시민과 단절돼 쇠퇴가 진행되고 있는데, 시는 개발 밑그림이 완성되는 대로 사업지 내 부두가 원활히 이전될 수 있도록 정부의 항만기본계획 반영에 총력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부산항 북항 3단계 항만재개발사업 개발 기본구상 수립용역’ 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8일까지 접수를 받아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북항 재개발 3단계 구역은 남구 부산항 7·8부두, 우암부두, 우암CY(컨테이너 야드), 감만·신감만·신선대부두, 영도구 청학·봉래·동삼동 일대로 총 면적은 515만㎡다. 북항 1단계는 155만㎡, 2단계는 228만㎡ 규모로 3단계 사업 구역은 두 곳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북항 3단계 재개발 기본구상 용역은 원도심과 남구 일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북항 3단계 친수공간과 신도심 개발 계획에 방점을 둔다. 시는 다음 달 용역에 들어가 2026년 6월 북항 재개발 3단계 구상과 타당성 검토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용역에서는 대상 지역과 주변 지역에 대한 입지 여건과 자연·인문 환경, 장래의 변화 전망과 지역발전 과제 등을 분석한다. 또 대상지와 주변 지역을 포함해 항만재개발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 추진 구역과 사업 실현을 위한 주변 적정 개발 규모, 구역을 검토할 방침이다. 북항 1단계 사업은 2027년까지 단계별 준공을 목표로 북항 재래부두(1~4부두, 중앙부두)를 국제 해양관광거점과 친수공간으로 개발하기 위한 사업이다. 2단계 사업은 자성대부두를 포함한 동·중구 일원의 항만, 철도, 원도심 지역을 국제비즈니스·상업·금융 등 ‘신해양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방점을 뒀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해 8월 동구 미군 55보급창과 남구 8부두를 신선대부두 끝단 준설토 투기장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이 지역을 포함한 북항 재개발 3단계 사업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시는 북항 3단계 사업을 통해 일자리와 교육, 문화는 물론 상업과 주거가 어우러진 ‘첨단 복합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트램 등을 이용한 다양한 무인 순환셔틀, 도심항공교통(UAM), 수상택시 등 신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교통 인프라도 구축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규제 해제와 조세 특례 등을 통해 국내외 기업 및 외자 유치가 용이해지는 만큼 이곳에 각종 지식산업센터나 첨단업무지구를 조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백명기 시 북항재개발추진과장은 “이번 용역에서는 기존 구상을 포함해 중, 동, 서, 영도, 남구 등 부산 원도심의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첨단산업지구 조성 방안 등 전방위적인 개발 계획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용역 진행을 통해 3단계 사업지가 정부의 항만기본계획 및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 반영되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에서 수립 중인 ‘제4차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과 내년 발주 예정인 ‘제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수정계획’에 북항 3단계 사업지 내 부두 이전안이 포함되도록 정부에 지속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오는 2030년 북항 재개발 3단계 사업에 착수해 오는 2040년 완료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다만 북항 3단계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도 적지 않다. 영도 재개발 대상지에는 사유지와 아파트, 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고, 미군 군사시설인 55보급창과 8부두를 이전하는 문제 역시 주한미군과 사업 대상지 주민 동의 등을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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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웅 시인, ‘꿈의 방정식’으로 미래를 그리다
부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최휘웅(80) 시인이 8번째 시집 <꿈의 방정식>(작가마을)을 출간했다. 2019년 <지하에 갇힌 앵무새의 혀> 출간 이후 5년만이다. 최 시인의 시집을 받아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인데 첫째는 ‘놀랍다’이고 두 번째는 ‘당신은 참 젊다’이다.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는 표제작인 ‘꿈의 방정식’만 읽어도 이해가 된다. ‘가상현실이 진실이 되는 세상이 와요. 영혼이 없는 인간이 영혼을 저장한 AI의 품에 안겨요. 기둥이 사라진 밤을 AI가 지켜요. 감정 없이 뱉은 AI의 언어가 더 감정을 자극해요. 전쟁은 이제 AI끼리의 두뇌 싸움이 될 거예요. 언제부턴가 인간을 위한 꿈들은 AI를 위한 꿈으로 자리를 옮겨 가겠지요.’ 이 시에는 AI로 시작해서 드론, 가상화폐, 파생상품, 튜링머신, 가상현실, 로봇 람다와 루다가 등장한다. 오늘날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과 거의 대등한 가치로 되어 있다면, 미래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가상현실이 현실을 지배하게 될 거라는 서사가 담겼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종류의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심지어 SF 영화를 보는 느낌까지 든다. 팔순의 시인이 과학을 문학의 세계로 승화시킨 부분에 대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1~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양념처럼 골고루 뿌려져 있다. 1부 ‘어긋난 드라이브’에 나온 한 대목은 매우 시사적이다. ‘상황은 변한다. 바이든이 날리면이 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없었던 말이 된다. 그렇게 변한다. 기억은 불확실성의 가역반응을 일으키고, 점점 어두워지는 창밖. 사물들도 사라진다.’ 사과만 했으면 벌써 끝이 났을 ‘바이든이 날리면’ 사건이 문학 작품으로까지 박제되고 말았다. 최 시인은 이 대목에 대해 “우리 삶은 시사성으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다. 나는 이걸 가지고 모순과 역설을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것들이 얼마나 황당한지 부각시키기 위해서 대통령이 했던 말을 가지고 왔다”라고 말했다. 2부 ‘시간의 공전’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늙으니까/편견에 사로잡혀 머리가 센 친구들이 있다//늦게 배운 폰, 유튜브를 드나들며/열심히 퍼 나르는 일에 몰두한다/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좌우 어느 한쪽 주장만 고집한다.’ 이 시의 끝은 ‘잇몸이 웃는다/이빨은 이미 승천했다//무픞관절의 신음소리가 간절하게 들려온다’이다. 최 시인은 또래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인은 “나는 젊은 시인들을 더 좋아한다. 거기에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시의 생명은 새로움이다”라고 강조했다. ‘꿈의 방정식’ 같은 시가 나온 배경이 이해가 간다. 3부에서는 코로나에 걸려 음압병동에 누워 있는 모습을 그린 ‘코로나’가 눈에 들어온다. 시인은 우리 지구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현상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4부는 짧은 형식의 단시를 모았는데 ‘아내의 폐경’이나 ‘매춘’ 같은 시에는 시인 특유의 직관력이 촌철살인 방식으로 들어 있다. 최 시인은 시집 맨 마지막 시론에서 ‘시인은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인(囚人)이다. 언어의 수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존재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는 시의 언어를 획득할 수 있을까 고심해 온 과정이 나의 시 쓰기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술 취해 해운대 청사포 선착장 뛰어든 20대… 경찰 구조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선착장에 술을 마신 채 뛰어든 20대 남성 2명이 경찰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7일 해운대경찰서는 이날 새벽 1시 58분 해운대구 청사포의 한 선착장에서 “친구 3명이 물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그중 2명이 아직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 인명구조용 구명환을 던져 이들을 구조했다. 애초 술에 취한 상태로 4명이 입수했으나 먼저 빠져나온 1명이 경찰에 신고를 한 뒤, 나머지 3명 중 1명이 자력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2명이 바다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다행히 이들 모두 부상은 없어 귀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도매가격 80% 상승…100장당 1만원 첫 돌파
마른김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80% 치솟아 월평균 1만원을 처음 넘어섰다. 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4월 김밥용 김(중품) 평균 도매가격은 한 속(100장)당 1만 89원으로 작년 동기(5603원)보다 80.1% 상승했다. 김 가격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최근 김 수출이 매우 잘되면서 재고가 평년의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김밥용 김 월간 평균 도매가격은 2022년만 해도 5000원이 안됐지만 지난해 2월 5000원을 돌파했고 작년 9월 6000원대로 올라섰다. 올들어서도 1월 6649원에서 3월 9893원으로 가파르게 올랐고 4월에 역대 최초로 1만원을 넘었다. 수산업관측센터는 김 도매가격이 올해 12월까지는 1만∼1만 1000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른김 원료인 물김의 산지 위판가격은 지난달 평균 ㎏당 2362원으로 1년 전(980원)보다 141% 올랐다. 김 재고량은 지난달 기준 4900만 속으로 1년 전보다 25% 적은 수준이고 평년보다는 37% 적다. 하지만 올들어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2024년산 김 생산량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억 4940만 속으로 전년 동기보다 6.3% 증가했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지난달 말까지 김 생산이 끝났고 이달에는 완도와 진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김 수출량은 1007만 속으로 전월보다 3.1% 늘었고, 작년보다 2.5% 많았다. 지난달 김 수출 금액은 수출 가격 상승으로 작년보다 47% 증가한 1억 117만 달러에 달했다. 제품 종류별로 지난달 수출량을 보면 마른김은 1년 전과 비슷한 675만 속이었고 조미김은 330만 속으로 10% 많았다.
K푸드 인기에 김 가격 급등..깁밥 물가도 '들썩'
K푸드 인기에 해외에서 김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난달 김과 가공식품인 맛김 물가가 동시에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K푸드 인기에 해외에서 김 인기가 치솟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김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김과 맛김에 이어 김밥 물가까지 도미도 상승이 전망된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김 물가 상승률은 10.0%로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2.9%)의 3.4배였다. 이는 지난해 2월(11.8%)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김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1.2%에서 2월 3.1%, 3월 6.6%에 이어 지난달 10.0%로 상승 폭을 계속 키웠다. 맛김 물가 상승률도 1월 -1.0%에서 2월 2.5%, 3월 1.5%에 이어 지난 달 6.1%로 껑충 뛰었다. 지난달 맛김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월(6.3%) 이후 13개월 만의 최고였다. 이같이 김과 맛김 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은 김 가공 전 원재료인 원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 김·김밥이 한류를 타고 K-푸드로 인기를 끌면서 수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공급이 줄어들었다"며 "여기에 일본과 중국의 원초 작황 부진으로 한국산 마른김 수요가 늘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식품 기업들은 김 가격이 오르자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맛김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일 마트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김 가격을 11.1% 올렸다. 이에 따라 CJ비비고 들기름김(20봉)과 CJ명가 재래김(16봉), CJ비비고 직화 참기름김(20봉) 가격이 8천980원에서 9천980원으로 각각 올랐다. 편의점 가격도 앞으로 순차적으로 인상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올해 원초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뛰었는데 원초가 조미김 생산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며 "인상이 불가피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에 앞서 조미김 전문업체인 광천김과 성경식품, 대천김도 지난달 김 가격을 잇달아 올렸다. 김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앞으로 대표 외식 품목인 김밥 물가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외식 품목인 김밥 물가 상승률은 5.3%로 전달과 같았다. 그러나 김밥 외식업체 중에도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김밥 프랜차이즈인 바르다김선생은 지난달 메뉴 가격을 100∼5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바른김밥 가격이 4300원에서 4 500원으로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3월 부산 지역 김밥 가격은 2900원으로 전월 대비 4% 올랐다. 정부는 김 가격 불안에 따라 이달 마른김과 조미김에 대해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7월부터 2700ha 규모의 양식장을 신규로 개발한다. 축구장(0.714ha) 넓이의 3800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흉기 살해한 20대 남성 긴급체포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7일 20대 남성 A 씨는 전날 오후 5시께 서초구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당시 경찰은 "옥상에서 한 남성이 떨어지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A 씨를 붙잡아 끌어냈다. 이후 약이 든 가방 등을 두고 왔다는 그의 진술에 현장을 확인하던 과정에서 숨진 피해자를 발견해 A 씨를 긴급 체포했다.그는 살인을 인정하고 있으며, 경찰은 "범행 동기 등 자세한 수사 상황은 유족 등을 고려해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경찰은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후 A 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소외도서 항로 운영 지원사업’ 대상 도서 7곳 추가 공모
해양수산부는 ‘소외도서 항로 운영 지원사업’ 대상 도서를 7일부터 6월 17일까지 한 달 간 추가로 공모한다고 7일 밝혔다.‘소외도서 항로 운영 지원사업’은 여객선‧도선이 다니지 않고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소외도서에 지자체가 선박을 투입해 항로를 운영하는 경우, 선박 운영에 필요한 예산의 50%를 국비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는 2023년에 선정한 소외도서 10개소에 대해 항로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10개소는 경남 2곳(통영 오곡도, 고성 자란도), 전남 6곳(여수 대운두도, 소두라도‧소횡간도, 추도, 완도 다랑도, 초완도‧넙도, 신안 효지도), 충남 1곳(태안 외도), 제주 1곳(횡간도‧추포도)이다.올해 지원하는 대상 도서는 총 10개소이다.해수부는 지난 1월 공모에서 전남 완도군 허우도, 신안군 초란도・사치도 등 3개소를 선정해 해당 항로가 3월부터 단계적으로 운항을 시작했고, 나머지 7개소는 이번 공모로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다만, 선박과 선원 확보 등 어려움으로 인해 지자체의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돼 해수부가 추가 공모에 앞서 지난 4월 24일 지자체 대상 협의회를 개최했다.이 자리에서 당장 운영 가능한 선박이 없는 지자체의 경우 도선 용선, 감척어선을 활용한 선박 확보 및 선원 고용 방안을 제안하는 등 지난해 사업 추진사례를 중심으로 사업 신청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자료를 제공했다.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섬 주민들이 편리하게 육지와 섬을 오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27년부터는 소외도서가 없는 ‘소외도서 제로(zero)화’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정기적인 선박 운항을 희망하는 소외도서가 누락되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공모에 적극 신청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접촉사고 후 차에서 술 마셨다" 변명한 공무원, 거짓말 들통나 유죄
접촉 사고를 낸 이후 차에서 인삼 담금주를 마셨다며 음주운전을 발뺌한 50대 공무원이, 거짓말이 드러나 사건 발생 2년 5개월 여 만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원주시청 소속 50대 공무원 A 씨는 2021년 12월 9일 오전 2시에 음주운전 혐의를 받았다.원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자택까지 1.2km를 음주운전했으며, 오전 2시께 주차된 차와 접촉 사고를 낸 A 씨는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오전 7시 47분까지 6시간동안 차에서 잠든 것으로 밝혀졌다.당시 경찰은 A 씨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잠든 상태였으며 차량 시동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었다고 전했다.이를 수상하게 여겨 오전 8시 13분께 A 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3% 이상의 수치인 0.122%로 드러났다.A 씨는 당시 "전날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셨다, 공무원이니 한 번 봐달라"며 단속 경찰관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A 씨는 사건 발생 11일이 지난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접촉 사고 후 차 안에서 담금주를 마신 것이며 음주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그가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셨다는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7개월여 만인 2022년 6월 A 씨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검찰은 이 사건의 여러 석연치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재수사를 요청했고, 사건 발생 1년 7개월 만인 지난해 7월 A 씨를 법정에 세웠다.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박현진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는 점, 접촉 사고 후 차에서 잠들어버린 점 등 음주운전으로 인한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2회의 동종 벌금형 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재판부는 담근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인삼주를 접촉 사고 직후 마셨다는 변명도 이례적이며, 충분한 공간이 있었는데도 평행 주차하느라 4분간 전·후진을 반복하다 사고를 낸 점 등으로 볼 때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봤다. 또 처벌 대상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는 공소사실은 증명됐다고 덧붙였다.A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공짜로 잘 수 있는 교도소, 양심껏 즐기면 되는 골프장 [세상에이런여행] ⑰
세계지도를 펼쳐놓았다. 날짜변경선이 태평양을 좌우로 나눈다. 선을 따라 진파랑색의 통가 해구가 보인다. 해구 왼쪽엔 통가, 오른쪽엔 니우에가 놓였다. 통가와 니우에는 통가 해구와 날짜 변경선을 사이에 두고 인근인데도 날짜는 하루가 차이 난다. 통가가 1월 1일이라면 니우에는 12월 31일이라는 이야기다.내가 여행할 당시 니우에 인구는 1624명이었다. 2017년 태풍이 닥치기 전에는 4000명 정도였으나 유례없는 거대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많은 주민이 통가나 뉴질랜드로 대피해 인구가 반절로 줄었다. 인구가 1000여 명인 나라는 어떻게 운영될까?니우에의 수도 알로피의 국제공항은 외부와의 경계인 철책이나 담 하나 없는 매우 작은 공항이다. 공항 밖에 나가서 황당했던 건 이렇다 할 대중교통이 없다는 점이었다.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었다. 아무 차나 사람을 태워주면 택시가 되는 곳이었다. 이런 알로피에 덩그러니 혼자 놓였다.묘한 감정을 재미있어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재미난 일이 생길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 바누아투에서 지갑과 휴대전화를 다 잃어버려 거지나 다름없으면서 이리 웃다니, 뭘 믿고 이러나 싶을 정도다. 저만치 주차한 차들이 보인다.“시내로 가시면 좀 태워주세요.”돈이 없으니 트렁크에 태워줘도 좋다며 웃으면서 애원했다. 서너 번 거절당했으나 도전은 계속된다. 낡은 트럭 운전석에 덩치 큰, 그래서 더 무서워 보이는 한 남성이 앉아서 나를 흘끗 쳐다보더니 타란다.“렌터카 가게까지 태워주겠습니다.”이름은 니케이며 나이는 50대라는 그는 렌터카 가게에 데려다주는 이유를 설명했다.“그 집에선 차를 빌리는 건 물론 환전도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여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잘 알려줄 겁니다.”렌터카 가게에서 니케와 기념사진 한 장을 찍고 헤어졌다. 한 장의 사진에는 친절이라는 니우에의 첫인상이 담겼다. 아쉽게도 렌터카 가게 문은 닫혔다. 20분쯤 걸어가니 니우 관광안내소가 나온다. 20대 안내직원은 당황하며 묻는다.“숙소도 안 잡고 왔다구요? 어디서 오셨지요?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안내소를 빠져나와 도미토리에 갔더니 2인 1실의 작은 방이 무려 100뉴질랜드달러(약 8만 원)라고 한다. 작은 시골마을 같은 곳 어디에서나 인심, 정을 기대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한국에서 송금받기 위해 방법을 찾으러 간 은행에서 또 다른 사람 로날드를 만났다. 그는 나를 친구의 집까지 바래다주며 “내 집보다 나은 친구 집”이라며 오히려 미안해한다. 순간 바누아투에서 지갑과 휴대전화를 잃었을 때 화를 내던 내가 머릿속에 불쑥 나타났다.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로날드의 환대를 만날 수 있었을까? 로날드의 친구는 노동일을 하는 왓데다. 부인은 교사인 제이니다.“어서 오세요, 불편할 텐데 괜찮으시다면…….”남편은 일하러 나갔고, 방학이라 쉬는 왓데의 아내 제이니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잘 안 되는 영어지만 마음이 통하니 척하면 척이다.“캥거루 아시죠?”“그럼요.”“캥거루의 뜻이 뭔지 아세요?”“글쎄요, 뜻이 있어요?”“예, 잘 모른다.”“레미도 모르면서 물어본 거예요?”“잘 모른다니까요.”“그러니까요.”호주에 처음 도착한 서양인이 원주민에게 저 동물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원주민의 대답은 ‘캥거루’였다. 캥거루는 호주 원주민이 쓰는 언어로 ‘잘 모른다’는 뜻이었다.“하하하, 레미는 말도 참 재미나게 하시네요.”싱글벙글 웃음을 그칠 줄 모르던 제이니가 니우에 음식으로 보답하겠다며 주방으로 갔다. 나는 맛난 음식을 먹으며 ‘사랑해’란 노래를 우리말로 가르쳤다. 교사라 그런지 이내 따라 부른다. 서툴지만 천천히 ‘사랑해’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제이니가 대답을 듣고 얼굴을 붉힌다.“아이 러브 유. 이따 왓데가 집에 오면 제이니가 노래를 가르쳐 주며 ‘아이 러브 유’ 하세요.”나는 진심으로 며칠 이곳에서 쉴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정중하게 인사했다.“어찌 이 순간을 잊을 수 있겠어요.”이튿날, 잠자리는 바뀌었어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우리나라에는 통행금지 시절이 있었다. 그때 얻은 습관이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하루 4시간을 자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제이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왓데가 출근 준비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아내가 챙겨준 도시락을 들고 왓데가 아침인사를 건넨다.“불편하진 않으셨어요?”“내 집처럼 편했어요.”“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가까운 주변을 둘러보고 싶다고, 매우 적은 수의 국민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니 차를 빌려준단다.“정말요?”차를 내주는 일은 쉽지 않은데 선뜻 마음대로 타고 다니며 마음껏 구경을 다니라고 하니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다. 모든 것이 고마울 뿐이다. 차에서 내리며 습관처럼 차창 문을 닫으려 하자 왓데는 그럴 필요가 없단다.“니우에에는 교도소가 있지만 죄수는 없어요. 죄를 짓고 살 일이 없어요. 몇 안 되는 사람들은 다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요.”“진짜? 정말로?”“하하하, 기회 되면 한 번 가보세요.”왓데의 말을 확인하고 싶어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차를 직접 몰고 간 곳은 바로 교도소였다.“죄수가 없다는 교도소를 보고 싶어요.”내 뜻을 알아차리고 경찰이 ‘하하하’ 웃더니 손가락으로 교도소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가 가르쳐준 대로 차를 몰았지만 그 집이 그 집 같아 찾기 힘들다. 교도소라면 높은 담이 있을 터이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곳은 보이지 않는다.경찰이 교도소라고 가리킨 곳은 작고 잡초가 무성한 빈 가정집 같았다. 앞장서서 나를 안내하는 경찰을 따라갔다. 낡은 철창이 있고 그 안에 침대 하나와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방이 나왔다. 다른 방에는 일상의 잡동사니가 꽉 채워져 있다.쓰지 않는 곳, 쓸 이유가 없는 곳임을 직감하게 된다. 창고로 쓴다는 경찰의 말이 ‘죄수 없는 나라 니우에’라는 말로 들린다. 버려진 교도소를 보니 살짝 장난기가 일어났고 실제로 그러고 싶어 물었다.“저 교도소 방을 내가 한 달 동안 써도 될까요?”내 발로 찾아가는 교도소? 물으면서 나는 웃었다. 장난기에도 경찰의 대답은 매우 진지하다.“예, 물론이지요. 마음대로 언제라도 써도 됩니다. 봐서 알겠지만 정리는 직접 하셔야 합니다. 경찰이 지켜주니 어떤 곳보다 안전할 겁니다. 교도소니까요.”니우에에 내 집을 공짜로 얻다니…. 다시 꼭 와서 한 달 이상은 머물고 싶다.차를 몰고 가는 도중 바람도 불지 않는데 길가의 돌이 흔들린다. 차를 세우고 돌을 들어보니 그 안에 몸보다 더 길고 굵은 큰 집게를 가진 게가 숨었다. 단단한 코코넛을 집게로 깨서 먹고 산다는 ‘코코넛크랩’이다.계곡에서 가재 잡던 동심으로 돌아가 코코넛크랩 잡이를 시작했다. 왓데 가족에게 신세만 지는 게 미안해서 오늘 저녁거리는 내가 준비할 생각이었다. 왓데가 퇴근해 집에 돌아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렀다. 덕분에 네 명이 적당히 먹을 만큼 잡을 수 있었다.“구경은 않고 저녁준비를 하신 거예요?”제이니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코코넛크랩이 든 봉투를 건네받아 삶기 시작했다.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내 질문에 대답하는 왓데의 코코넛크랩 이야기가 이어진다.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비행기가 운항하는 니우에에 태풍이 들이닥쳤다. 2주 동안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나는 이 작은 섬에도 골프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가보기로 했다. 골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관리자도 없었다. 공짜? 둘러보니 ‘양심 상자’라는 게 있다. 사용료는 뉴질랜드화폐로 20달러(약 2만 원)라고 적혔다. 이 돈으로 하루 종일 쳐도 된다는 말이 아닌가! 한국에서 골프공 제조업을 하는 나는 ‘양심 상자’가 놓인 니우에 골프장을 바라보며 후회한다.“이걸 알았으면 내 골프공을 잔뜩 갖고 와서 이곳에 놔둘 걸. 물론 공짜로!”관리가 안 돼 엉망인 잔디를 다듬으며 혼자서 다짐한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집이 생겼고, 골프장에 내 골프공을 선물해야 하니 니우에에는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 참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니우에다.도용복 오지여행가
화난 소년들과 불안한 소녀들…청소년 섭식장애도 '껑충'
5월은 푸르지만 어떤 아이들은 마음이 아프다. 국내 소아와 청소년 100명 중 16명은 정신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고, 이 중 7명은 현재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의 치료나 상담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정부가 실시한 첫 전국 조사 결과다.■남성 청소년 12%는 현재 증상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전국 6~17세 소아·청소년 6275명(6~11세 2893명·12~17세 33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이번 조사는 국립정신건강센터 주관 하에 서울대학교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 표본 가구를 방문해 소아·청소년 또는 부모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애 진단에는 30개국에서 사용되는 온라인 기반의 국제적 도구를 사용했다.정부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는 성인 대상으로는 2001년부터 5년마다 실시됐지만, 소아·청소년 대상의 전국 단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조사 결과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16.1%(소아 14.3%·청소년 18.0%)였다. 평생 유병률은 현재와 과거 중 어느 한 시점이라도 정신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한 경우다. 조사 시점에 증상을 보인 현재 유병률은 7.1%로, 청소년(9.5%)이 소아(4.7%)보다 배 이상 높았고, 청소년 중에는 남학생(11.6%)이 여학생(7.2%)보다 높았다.장애 유형별로 현재 유병률은 적대적 반항장애(2.7%), 틱장애(2.4%), 섭식장애(1.1%) 순으로 나타났다. 평생 유병률은 특정공포증(5.8%), 적대적 반항장애(4.1%), 분리불안장애(3.8%), 틱장애(2.4%), 섭식장애(1.7%) 순으로 높았다.주요 유형을 보면 적대적 반항장애는 청소년의 유병률(현재 3.7%·평생 5.7%)이 소아(1.7%·2.4%)보다 배 이상 높았다. 또 청소년의 경우 남학생의 평생 유병률(6.9%)이 여학생(4.5%)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분노·과민한 기분, 논쟁적·반항적 행동 또는 보복적 특성이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6개월간 증상이 4개 이상 나타나는지 등을 측정한다.특정공포증의 평생 유병률은 소아(7.0%)가 청소년(4.6%)보다 1.5배 높았고, 청소년에서는 여학생(6.0%)이 남학생(3.2%)보다 1.9배 높게 나타났다. 불안장애에 속하는 특정공포증은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한해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경험할 때 진단한다.섭식장애는 청소년 유병률(현재 1.6%·평생 2.3%)이 소아(0.5%·1.0%)보다 월등히 높았고, 청소년 중 여성(현재 2.0%·평생 3.0%)이 남성(1.1%·1.8%)보다 두드러졌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 김붕년 교수는 이에 대해 2010년대 일부 권역에서 실시한 소아청소년 대상 조사 결과 섭식장애 평생 유병률이 0.5%도 채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전문 서비스 이용률 높여야정신장애가 의료·상담 등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진 비율은 미미했다. 정신장애를 경험한 소아·청소년 중 지난 1년간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4.3%, 평생 한 번이라도 이용한 비율도 6.6%에 그쳤다.이밖에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는 소아의 비율은 0.3%, 청소년은 4.2%였다.김붕년 교수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 '향후 보험 가입, 입시, 취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비중 있게 나와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제도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 항목에 게임중독, 학교폭력 경험 등 도구와 부모와 소아·청소년의 다양한 위험 요인도 포함한 만큼 추후 주기적 조사와 더불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발표회에서는 지난해 청소년쉼터, 소년원 등 기관의 12~17세 1561명을 대상으로 별도로 진행한 '학교 밖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조사 결과 학교 밖 청소년의 정신장애 현재 유병률은 40.5%, 평생 유병률은 53.3%에 달했다. 특히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응답자 중 71.3%는 자살 사고, 53.9%는 자살행동을 해봤다고 답해 정신장애가 자살과 자해의 위험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도움이 필요한 소아·청소년은 자살예방상담전화(109), 청소년상담전화(1388), 카카오톡 채널 '다들어줄개'로 상담할 수 있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와 위(Wee) 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오프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9월부터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모바일 마음건강 자가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살예방 SNS 상담도 개통할 예정이다.
부산 지역문제 해결 방안 모아… 백서 펴낸 부산외대
부산의 한 대학이 성장 동력 약화에 직면해 있는 부산의 각종 경제·정책 현안들을 대학 강단의 시각으로 진단하고, 지산학(지자체·기업·대학) 협력을 통한 혁신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시도에 나섰다. 부산외국어대학교는 부산의 지역문제에 관한 해결 과제를 종합 분석한 ‘2024년 지역문제해결 백서’를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백서는 부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문제들을 부산외대의 PSC 교육 방식에 기반해 조사, 분석해 해결 방안을 도출한 69개 프로젝트 모음집으로, 전체 분량만 840쪽에 달한다. PSC 교육은 문제 발견 및 해결 능력(Problem), 자기주도적 학습능력(Self-learning), 협업 능력(Collaboration)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부산외대는 대학 교수진과 각계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후환경 △도시계획 △첨단산업 및 관광 △경제발전 △사회적 포용성 △교육혁신 등 부산이 직면한 주요 과제와 이슈를 두루 망라해 차별화된 해결 방안을 도출했다. 특히 해양도시 부산의 특성을 반영한 기후위기 대응 방안과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지역 맞춤형 외국인 정책 도입을 제시한 연구 등이 눈길을 끈다. 이 대학 류범모 사이버경찰학과 교수팀은 2020년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건과 2022년 태풍 힌남노 내습에서와 같은 대형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빅데이터에 기반한 3D GIS(지리정보체계) 침수 예측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도시침수 대응 솔루션을 제안했다. 부산은 도시 면적의 26%가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으로 이뤄진 불투수 지역이어서 하수관망에 강우가 집중되는 탓에 침수 피해에 취약한 도시 구조를 갖췄는데, 정밀한 침수 예측과 실시간 회피 경로 안내를 통해 재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오경 글로벌한국학전공 교수는 외국인들의 성공적인 부산 정착과 국제자유도시 부산 기반 조성을 위해 부산 거주 이주민과 유학생들에게 생활, 교육, 법률, 의료, 상담, 일자리, 커뮤니티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다문화통합서비스 플랫폼 구축과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부산시와 각 구청, 교육청 등이 운영하는 외국인 지원 플랫폼(홈페이지)은 결혼이민자 대상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다문화 아동과 청소년 등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빈약하고, 관련 정보도 산재해 있어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임기대 프랑스어과 교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해양관광도시인 마르세유를 벤치마킹해 밀면, 돼지국밥 등 부산 전통음식의 세계화를 통한 ‘글로벌 미식관광도시’로의 도약 방안을 제안했다. 이처럼 지역 대학이 이례적으로 지역문제에 천착한 백서 발간에 나선 것은 대학이 지역사회의 주요 ‘싱크탱크’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이 대학 장순흥 총장의 지론이 뒷받침됐다. 장 총장은 “이번 백서는 부산외대와 부산시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의 결실로 지역사회 앞에 놓인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심도 있는 분석과 제안을 담고 있다” 며 “대학이 지식 창출의 선두 주자로서 지역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리 2호기 발전 중단 내달까지 계획예방정비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가 신고리 2호기 연료 교체와 주요 설비 정비 등을 위해 내달까지 발전을 중단하고 계획예방정비에 착수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지난 2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신고리 2호기 제8차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다고 6일 밝혔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번 정비 기간에 연료과 재장전, 저압터빈 분해 점검, 비상디젤발전기(EDG)와 부속 계통 점검, 원자력안전법과 전기사업법에 따른 법정 검사 등 주요 기기 계통에 대한 점검과 검사를 진행하고 설비 개선을 할 예정이다. 신고리 2호기의 제8차 계획예방정비는 신고리 1호기 정비에 이은 것이다. 신고리 1호기의 경우 지난 3~4월 제 8차 계획예방정비를 진행한 뒤, 지난달 30일 발전을 재개한 바 있다.
“서울 간 적도 없는데… ” 교통사고 구상금 청구한 건보공단
부산 사하구에 사는 60대 김 모 씨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서 보낸 고지서를 받아들고 화들짝 놀랐다. 고지서에는 김 씨가 지난해 10월 서울 노원구에서 교통사고 사망사고를 냈다며 건보공단이 구상금 약 260만 원을 환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씨는 부산에서만 평생 살았고, 지난해 10월 서울을 방문한 적도 없었다. 김 씨는 고지서를 받은 이후 건보공단 측에 항의했다. 그러나 공단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결론이 난 사항”이라며 “구상금은 본인 명의 계좌에서 출금될 예정이다”고 답했다. 김 씨가 수차례 항의를 거듭한 끝에 돌아온 답은 “확인 결과 전산상 실수로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김 씨는 “하루아침에 내가 국가가 인증한 범죄자가 됐다”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건보공단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교통사고 피의자가 뒤바뀌는 소동이 빚어졌다. 6일 서울 노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건보공단 측의 업무상 실수로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는 60대 김 씨가 지난해 10월 13일 교통사망 사고를 낸 피의자로 잘못 확정돼 구상금 약 260만 원을 청구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씨는 해당 사건 실제 피의자와 이름뿐만 아니라 생년월일까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 측의 실수는 교통사고 가해자를 대신해 피해자의 치료비를 납부한 뒤 구상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건보공단 노원지사 구상금 처리 담당자 A 씨가 착오로 실제 가해자의 동명이인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교통사고 발생 당시 A 씨는 병원 등을 통해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교통사고 이력 조회를 통해 가해자 정보를 1차 확인했다. 실제 교통사고 발생 사실과 가해자 정보 등을 확정하기 위해선 경찰 협조를 통한 2차 대조 확인이 필요하다. A 씨는 노원경찰서로부터 가해자 김 모 씨의 신상 정보를 건네받았다. 건보공단 측은 이 같은 정보를 활용해 자체 전산망에서 구상금 결정을 통지할 개인을 최종 확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A 씨가 실제 가해자의 동명이인을 혼동해 전혀 다른 사람을 선택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건보공단의 안이한 일 처리가 자칫 선의의 피해자를 추가로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건보공단을 사칭하는 피싱 사기가 날로 증가하는 와중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져 국민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보공단 노원지사 측은 “구상금 처리 과정에서 동명이인이 다수 나왔는데, 차량번호 등 타인을 식별하는 정보를 면밀하게 확인하지 못해서 발생한 실수”라며 “피해를 당하신 분께는 진심으로 죄송할 따름”라고 해명했다.
최대 122배 이자율 챙긴 불법 대부업자
법정 제한 이자율의 최대 122배가 넘는 고리로 수십억 원을 챙긴 불법 대부업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 17단독 목명균 판사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2년 8개월과 추징금 17억 원을 최근 선고했다. 불법 대부 영업 조직 팀장이던 A 씨는 총책이 수사기관에 검거돼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정보 등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A 씨는 2021년 8~11월 대출받으려는 사람에게 수수료와 선이자를 공제한 130만 원을 빌려주고, 이후 8일간 이자로 70만 원을 받는 등 59차례에 걸쳐 5300여만 원의 이자 수익을 올렸다. 또 2021년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는 아들 등과 공모해 수수료와 선이자를 공제한 60만 원을 빌려주고 이후 15일간 이자로 40만 원을 받는 등 5053차례에 걸쳐 총 56억여 원의 이자를 받았다. A 씨는 주로 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에게 적용한 연 이자율은 현행 법정 최고 이자율인 연 20%의 최소 81배인 1622%에서 최대 122배 이상인 2456%에 달했다. 목 판사는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약자들의 처지를 이용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고인에게 고리의 이율을 지급한 피해자들이 상당하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수취한 이자의 액수가 거액이고 상당 부분을 피고인이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고 밝혔다.
"벡스코 광장 금연, 흡연권 침해 아냐"
실외 금연구역에서 흡연했다가 과태료를 부과받은 흡연자가 “법이 잘못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A 씨가 국민건강증진법 9조 8항 일부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했다. 헌재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흡연자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2019년 1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광장 벤치에서 흡연하다가 단속 공무원에게 적발돼 과태료 5만 원을 부과받았다. 이 구역은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 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의 건축물에 해당해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에 A 씨는 과태료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과태료 부과에 대한 이의신청은 법원에서 판단하는데, 부산지법은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한다는 약식재판 결정을 했다. A 씨가 불복해 정식재판이 이뤄졌지만, 법원의 판단은 같았다. 이에 대한 즉시항고와 재항고도 기각됐다. A 씨는 과태료 부과처분의 근거가 된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8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냈지만, 지난 2022년 6월 기각 결정이 났다. 이후 A 씨는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 씨는 “실외나 그와 유사한 구역은 실내와 비교해 담배 연기가 흩어지므로 실내보다 간접흡연 피해가 적다”며 “이 공간 모두를 금연구역으로 설정하고 금연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자유로운 흡연의 보장보다 간접흡연을 원치 않는 사람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2004년 판단을 인용하며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는 공익은 흡연자들이 제한받는 사익보다 크다”고 밝혔다. 이어 “실외 또는 실외와 유사한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간접흡연의 위험이 완전히 해제된다고 볼 수 없다”며 “금연·흡연구역을 분리 운영하더라도 담배 연기를 완벽히 차단하기 어려우며, 공공 또는 다수인이 왕래할 가능성이 높은 공간은 그 위험이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심판 대상 조항은 특정 장소에만 금연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흡연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지 않다”며 “보건복지부령으로 흡연실을 별도로 마련할 수 있도록 해 흡연권도 일정 부분 보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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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2023년 부산미래유산에 '수산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을 선정했다.
[슬기로운 호구생활⑪] "허리가 고장났다" 독박육아 24시
올 2월 기다리던 첫아기를 맞이했다. 온 세상을 흔든 코로나19도 무시할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아내는 “앞으로가 무섭다” 했고, 주변 사람은 짠 듯 이구동성 “좋은 시절 다 끝났다”고 했다. '육아 전쟁' 때문이다. 내심 자신감이 충만했다. 괜히 겁주는 말이겠거니…. 쌍둥이도 아니고 얼마나 힘들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독박 육아 체험'까지 결심했다. 이제는 남자도 똑같이 '공동 육아'를 할 시대이지 않나. 어쭙잖게 아이를 돌보다 '육아 호구'가 되기 십상이다. ■쾌조의 스타트 체험은 아기가 태어난 지 70일째 되는 날 했다.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이다. 오로지 혼자 육아+집안일을 해야 한다. 아내에게 마음껏 '집 밖 휴가'를 누리라 했지만, 마음이 불안한지 멀리는 못 가겠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한 달 반가량 재택근무를 해 나름대로 육아에 자신이 있었다. 어느 정도 보고 익힌 '육아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있다. 시작은 좋았다. 비몽사몽 아빠와 달리 아기 컨디션이 '최상'이다. 쿠션에 앉혀 자동 모빌을 켜니, 30~40분간 '옹알이'하며 놀았다. 이때 빨래한 옷도 개고, 못다 한 거실 정리정돈도 끝냈다. ■전쟁의 서막 오전 9시가 채 되기 전, 전쟁의 전조현상이 드리웠다. 잠깐씩 '잉잉'대던 소리가 잦아지더니, 아기가 만세를 부르며 자지러졌다. 어깨에 올리거나 두 손으로 받쳐 안아도 무아지경이다. 난생처음 정체불명의 돌고래 같은 소리까지 내며 달래봤지만, 슬쩍 눈치만 볼 뿐 다시 울음보를 터뜨렸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거울을 갖다 대자, 간신히 진정됐다. 그 이후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배가 아팠지만, 또 아기가 울까 봐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아내에게 잠시만 봐달라고 했으나, “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퇴짜. 10여 분간 5~6kg 아기를 안고 있는 오른쪽 팔뚝 힘도 이제 한계다. ■머피의 법칙 신기했다. 어깨에서 잘 자던 아기가 소파에 눕히기만 하면 ‘말똥말똥’이다. 신생아 ‘등 센서’가 소문이 아닌 진짜였다. 아기가 간신히 누워 모빌이나 초점책을 보다가도, 이불을 개는 등 청소만 하려 하면 찡찡댔다. 과자나 땅콩 등을 먹으려 하거나 카카오톡을 보려 해도 마찬가지. 마치 딴짓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듯했다. 걷잡을 수 없는 울음보가 터지지 않으려면, 아기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당연히 한 상 차려 점심을 먹는 건 불가능했다. 있는 반찬을 데워 끼니를 때웠다. 전날 먹고 남은 찌개가 없었다면, 곧바로 '배달의 민족'을 터치했을 것이다. 그나마 데운 찌개도 아기를 달래고 오니 다 식어있었다. 아기를 안고 무언가를 하기엔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 허리 굽힘 없이 정리정돈할 수 있는 육아용 '대형 집게'를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결국, 집안일을 하려면 아기를 완전히 재워야 했다. 다행히 이날 오전 수유 후, 2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아내 말로는 평소엔 한 시간도 자지 않는다고. 오히려 재우다 실패하면 잠투정이 심해진다고 한다. ■하이라이트 '목욕' 설거지를 채 끝내지 못했지만, 아기가 깼다. 다시 육아다. 집안일과 육아가 ‘무한 반복’이다. 당이 떨어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단 음식이 당기기 시작했다. 낮잠 잔 아기의 수유를 끝낸 뒤 목욕에 도전했다. 바둥대는 아기를 한 손으로 껴안아 씻겨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체력이 다한 탓인지 목욕은 엉망이 됐다. 앉은 상태에서 아기를 들었다가 놨다 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나도 모르게 물 온도 조절에 실패했고, 조심해야 할 아기의 눈과 귀에도 물이 튀었다. 70일 된 아기의 표정에서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빠의 서투름을 알고, 참고 견뎌주는 표정이었다. 아기도 지쳤는지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후 7시 30분에 잠이 들었다. 드디어 소위 말하는 '육퇴'(육아 퇴근)다. 육퇴 후 허리가 아파 소파에서 2시간 동안 뻗었다. 그러나 '육아 출근'은 금방 돌아왔다. 다음 날 오전 2시에 배가 고파 아기가 깼다. 한 시간 후 다시 잠이 든 아기는 오전 4시 30분, 6시 30분에도 차례로 깼다. 마치 군대에서 불침번을 서는 느낌이었다. ■오해와 진실 이번 체험은 저번 ‘임신부 체험’처럼 부부가 서로를 이해해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사실 아기를 출산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몇몇 마찰이 있었다. 우선 '육아 아이템'이다. '이거는 꼭 사야 한다'는 육아 아이템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수개월 간격으로 필요한 육아 아이템들이 달라, 업체들의 '상술'로 여겼다. 아내의 생각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이날 독박 육아를 하며 집에 있는 모든 육아 아이템을 동원하는 내 모습을 봤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아이를 돌볼 수는 있었겠지만, '불필요한 아이템'은 없었다. 육아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육아의 공동 분담'이다. 육아는 집안일의 일부분이 아닌 별개의 일이었다. 각자 맡은 일에서 추가로 더해진 일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돕는 것이 아닌 '함께'해야 한다는 말을 몸소 체감했다. 사실 육체적 노동은 익숙해지면 할 만했다. 그러나 '정서적 힘듦'까지 겹치면 산후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없었다. 부부가 서로의 힘듦을 알고 받아주고 이해하는 게 필요했다. ■위대한 부모 임신부 체험 때처럼 이번에도 모성애의 위력을 느꼈다. 아기 목욕을 시킬 때 욕조를 1분 만에 헹구는 나와 달리, 아내는 매일 5분 이상 닦고 있었다. 육퇴 이후에도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나와 달리, 끊임없이 인터넷으로 '아기 재우는 법' '70일 아기 특징' '이유식 만드는 법'을 검색했다. 늦은 밤 아기가 배고플까 잠들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를 알기에 더 대단하게 다가왔다. 비록 하루 체험이지만, 남다른 부성애도 느꼈다. 단순히 금전적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것에 더해 아이와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퇴근 후에도 어느정도 육아에 동참해야 할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가 어떤 기분 상태이고, 무엇을 해줘야 할 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외로운 '육아 전쟁'을 견딜 힘은 부부에게서 나오는 듯하다. 이번 체험을 하며 아기의 웃음보다도 이를 지켜보는 아내의 위로가 더 큰 힘이 됐다. 모르지만 아내도 독박육아를 자청하는 남편에게 보이지 않는 위로를 받았을 터. '슬기로운 육아생활'의 기본 전제는 부부의 공감이다. 글=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사진=이승훈 기자 아내
[요즘MZ] 24. 휴가
부산일보 뉴콘텐츠팀 MZ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요즘MZ" 일상툰입니다! MZ세대들의 문화나 생각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휴가를 입사하고 처음으로 길게 다녀왔어요! 쉬면서 국내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회사로 다시 돌아왔답니다:) 푹 쉬었으니 그 원동력으로 다시 열심히 연재해볼게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부산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사건, 랜드마크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산피디아-부산의 모든 이야기를 담다’ 홈페이지(www.busan-pedia.com·사진)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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