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U 동영상으로 보는 기사] "파란 눈의 엄마가 생겼어요" 국적 넘는 반려동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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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강사들 운영 '부산유기견쉼터'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애완견, 즉 유기견의 운명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거리를 배회하다 로드킬을 당하거나 '야수' 취급을 받아 포획되어 보호소에 수용되는 것이 통상의 수순이다. 하지만 부산과 인접한 김해에 위치한 '부산유기견쉼터'에 거둬졌다면 팔자가 달라진다. 이 쉼터는 부산의 원어민 강사들의 운영비와 모금,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특이한 곳이다. 매주 주말 부산의 외국인 영어강사들이 찾아와 시설을 청소하고 개를 산책을 시켜준다. 거칠어진 심성으로 사람을 경계하던 개들이 이 쉼터에 오면 마음의 빗장을 푼다. 개를 집에 데려가 '일시 보호'하는 것은 이 쉼터의 중요 프로그램. 사람과 마음이 통하면 '입양'으로 이어진다. 최근 입양된 4마리는 귀국하는 원어민들을 따라 미국과 캐나다, 홍콩 등지로 떠날 예정이다. 이른바 애완견 판 해외입양이 이뤄지는 셈. 한국인들이 버린 반려동물을 거둬서 사랑을 나누는 원어민 강사들, 그 아름다운 인연을 부산닷컴(www.busan.com) 'TV-U' 동영상에 담았다. 

부산유기견쉼터 운영자인 레오 멘도자(왼쪽) 부산외대 교수와 신진영 부산국제학교 교사

멘도자·신진영 씨 등 김해에 유기견 쉼터 마련
원어민 강사들 주말마다 목욕·산책 등 자원봉사
일시보호서 반려동물로 … 4마리 해외입양도



# 매주 주말 오전 벡스코 인근

장마가 시작되면서 빗방울이 굵어지던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달콤한 주말의 휴식을 즐길 시간에 부산 벡스코 인근 시립미술관역 출구 앞에 원어민 강사 10명이 모였다.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 부산유기견쉼터(BAPS:Busan Abandoned Pet Sanctuary)의 자원봉사 공지를 보고 찾아온 이들이다.

사재를 들여 BAPS를 운영하고 있는 레오 멘도자(부산외대 스페인어과) 교수가 시설을 소개한다. "부지 임차, 먹이, 약품 값 등을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유는 안락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BAPS는 2년 전 멘도자 교수와 신진영(부산국제학교 교사) 씨 등이 시작했다. 비용을 개인이 충당하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다 올 4월 페이스북에 사연을 공개한 뒤 모금과 자원봉사가 이뤄지면서 다소 숨통이 틔였다.

원어민 강사가 지난달 26일 토요 자원봉사의 날을 맞아 쉼터에서 유기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 아름다운 인연의 시작

차로 1시간여 거리의 쉼터에 도착하자 개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했다. 개 산책을 시키고 우리를 청소하고 물과 먹이를 채워넣었다. 털을 깍이고 목욕을 시키는 사이 3시간이 훌쩍 흘렀다.

이날 부산국제학교(ISB) 교사 매트 뉴랜드 씨를 따라온 코카스파니엘 4년생 '니키'는 이곳 출신이다. 주인님이 다른 개들을 산책시키려 나가도 시샘하지 않고 의젓하게 앉아있는 것도 그 때문. 니키는 7월에 홍콩 국제학교로 부임하는 뉴랜드 씨를 따라 곧 출국한다. 마찬가지의 일시보호와 입양 과정을 거친 요크셔테리어 종인 '스카일러'가 캐나다로, 혼혈견인 '라일리'가 미국으로 조만간 떠난다. 입양이 성사된 5건 중 외국인이 4건, 한국인이 1건.

유기견 돕기 프로젝트는 멘도자 교수가 5년 전 길에서 코카스파니엘 '필립'을 주워 기른 것이 단초가 됐다. 그 뒤 계속 유기견을 거둬 집에서 키우는 개는 7마리까지 늘어났다. 버려지는 동물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끝에 "반려동물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인들과 함께 쉼터를 열었다. 가게에서 돈을 주고 동물을 사지말고 '일시보호'하면서 '반려 관계'로 발전할 때까지 함께 살아보다가 '입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고. 자원봉사와 일시보호, 입양 시스템으로 운영하면서 "아, 이런 시설도 가능하다"는 선례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글·사진=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영상=김민정 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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