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아줌마들의 '아름다운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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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부가요열창'입상자 모임 소리바다

지난 10일 부산 금정체육공원에서 열린 금정예술제 축하무대에 앞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소리바다'. 왼쪽부터 류국화, 윤진숙, 장지은(회장), 김지향, 정혜진씨.

학창시절부터 노래가 좋았다. 결혼을 하고 주부가 되어 집안일을 하면서도 노래를 흥얼거렸다. 방송사 주부노래대회에 나가 입상까지 했는데도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노래대회만 있다고 하면 다 뛰어다녔죠." '소리바다'의 장지은(47) 회장은 그렇게 다니다 보니 자꾸만 만나는 얼굴들이 있더라고 했다.

소리바다는 'MBC 주부가요열창' 입상자 출신의 30·40대 주부들이 모여서 만든 그룹이다. "저를 비롯해 1기 3명은 '전국구' 출신이고 2·3기 회원들은 '영남주부가요열창' 출신입니다." 장 회장이 말하는 전국구는 1990년대 초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MBC 주부가요열창'이다.

소리바다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92년. 전국구에서 입상한 부산지역 주부들끼리 뭔가 노래를 통해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모임을 만들었고, 지금의 매니저인 이효동씨를 만나며 '소리바다'라는 이름을 얻었다. "노래(소리)와 부산(바다)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입니다."

첫 무대는 부산역 앞. 무대에서 노래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지만 일반 주부가 그룹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공연 한 번 하려면 밴드에 악기까지 끌고 다녀야 했죠. 게다가 30대 주부들이다 보니 한 사람이 출산하면 다른 한 사람이 배가 불러오고, 또 집에서 반대도 심했고요." 결국 1996년 소리바다는 활동을 접었다.

"노래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했어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 여유가 생기니까 노래를 못하고 늙어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 회장은 예전 회원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모두들 소리바다 재결성에 "오케이!"를 외쳤다.



2002년 10월 11일 지하철 예술무대에서 소리바다 재결성 공연을 시작으로 이들은 다시 노래활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금까지 매월 한 차례씩 지하철 서면역과 부산역 문화마당에서 정기공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2003년 사직야구장 공연을 꼽았다.

"롯데 홈경기 개막 전에 노래를 했어요. 마이크도 하나 밖에 없어서 돌려가면서 노래를 하는데 밑에서 사람들이 밥타는 냄새난다고 빨리 집으로 가라고 그러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아줌마'의 뚝심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열심히 노래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아줌마네?'라고 놀라던 사람들도 '진짜 노래 잘하네!'라고 한 번 더 놀라며 많은 호응을 보내오고 있다.

최근 이들에게 기쁜 일이 하나 생겼다. 작곡가인 고 길옥윤씨의 '부산찬가'를 부르게 된 것. "길옥윤 선생님은 패티킴이나 혜은이 같은 대 가수의 곡을 쓰신 분인데 꿈인가 생시인가 했어요." 현재 노래의 녹음까지 마쳤다는 이들은 오는 18일 부산불꽃축제 열린음악회에서 '부산찬가'를 대중 앞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된다.

주부로서의 일상에 쫓겨 4~5명씩 조를 짜서 공연을 나서고 자신들의 홈페이지(www.soribada.or.kr)에 올려진 녹음실을 이용, 집에서 연습해야 하는 날이 더 많지만 이들은 노래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노래를 하는 그 순간은 주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가끔은 안무도 추가할까 고민해보지만 너무 전문적이면 사람들이 불편해(?)할까봐 시도하지 않는다는 소리바다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아줌마'에서 찾았다.

"프로 가수가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다고 봐요. 노래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줌마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화음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보통 아줌마들의 아름다운 반란'입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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