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부산 기업시민 'KSD'의 특별한 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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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개인적으로 부산에 와서 먹어 본 가장 인상 깊은 음식으로 돼지국밥을 꼽고 싶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 지역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돼지 뼈를 이용해 설렁탕을 만들어 먹은 데서 이 음식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돼지국밥은 뜨끈한 국물과 함께 푸짐한 고기, 부추, 양파 등이 어우러진 음식이어서 찬바람 부는 계절은 물론이고 사시사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복지국가 기능 재정 부족에 한계
기업들 사회적 책임 날로 높아져

한국 자본시장 심장 예탁결제원
따뜻한 자본주의 실천에 맨 앞장

장애인 자립, 장학 사업 등 시행
지역사회 믿음직한 동반자 각오


서울에는 덕수궁 근처에 '정동국밥'이란 국밥집이 있다. 이 집은 사회적 기업이다. 국밥을 팔아 나오는 수익금은 쪽방 거주 노인, 독거노인, 노숙인, 결식아동의 식사 지원에 쓰인다. 이익을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니니, 설렁탕 국물의 희석(?) 가능성도 없고 서울 장안의 최고 기술을 전수 받아 만들기 때문에 맛도 뛰어나서 일주일에 두 번 홀몸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노숙인에게 국밥을 나눠주는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정동국밥은 2012년 설립 당시 그 방식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사회적 투자 기법을 사용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즉, 다수의 투자자(조합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일정한 상업적 활동을 지원하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사업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현대 복지국가 실현을 위하여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재정 여력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이행이 취약 계층에 대한 일회성 물질적, 금전적 후원이나 노력봉사로만 이뤄진다면 그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필자는 2014년 한국자본시장연구원과 공동으로 '사회적 금융 연구회'를 발족해 국내 유수 금융회사 및 전문가들과 함께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금융 또는 자본시장 원리를 이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제도에 대한 연구와 실제 사례 분석을 하고 있다.

한국자본시장의 심장인 한국예탁결제원(KSD)은 자본시장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회사다. 공산주의 국가에는 자본시장이 없다. 따라서 예탁결제원이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을 위하여 회사의 가치를 사회와 공유하면서 '따뜻한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특히 예탁결제원은 자본시장 운영기관 성격에 맞게 자본시장의 원리를 활용하여 단순 기부보다는 기부의 승수효과가 크고 지속가능성이 높은 활동을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시행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예탁결제원이 금융시장에서 축적한 금융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금융투자교육을 시행하여 미래 인재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12월에 시작한 부산지역 특성화고 학생과 학교를 대상으로 한 성과연계형 장학사업을 들 수 있다. 성과연계형 장학사업이란 경제·금융 이해력 인증시험을 치러 그 성적과 연계하여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성적 등급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 지급해 학교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유도하고 있는데 참여 학교와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아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한편 예탁결제원은 현재 경기도 일산에 있는 증권박물관과 동등한 수준의 '부산 증권박물관'을 건립하여 부산지역 청소년, 대학생, 금융기관 종사자 등에게 다양한 금융 교육 및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부산의 금융 중심지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부산 증권박물관 건립 준비단'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인원 확충과 함께 부산 지역에서 학예사를 채용하는 등 박물관 건립 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부·울·경 지역을 대상으로 증권 관련 사료 수집 캠페인을 전개하고 부산 지역 박물관과 연계하여 문현금융단지 내에서 공동 기획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회적 약자 지원 측면에서의 사업으로는 장애인 자립 사업을 들고 싶다. 그간의 장애인 주거 환경 개선사업에 이어 사업장의 대표 또는 그 배우자가 장애인인 소상공인의 영업환경 개선 사업을 시작했다. 세계경제포럼은 기업이 고유의 핵심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기반으로 사회적 투자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공공정책에 관여하는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시민주의'라고 정의한다. 부산 본사시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국예탁결제원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실천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계획이다. 이게 바로 부산의 유능한 기업 시민이자 부산 금융 중심지의 믿음직한 동반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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