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아시아 펀드시장과 AF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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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자본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말 아시아 증시총액은 21조 달러를 기록, 유럽(12조 달러)을 압도하고 미국(26조 달러)에 접근 중이다. 아베노믹스의 일본, 거대 개도국인 중국과 인도는 물론, 나머지 아세안국가들의 증권도 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아시아 증권 세계 큰손 부상 불구
중개, 결제 등은 미국·유럽 독차지

亞 국가, 부가가치 누릴 노력해야
각국 펀드 결제플랫폼 표준화 절실

아시아펀드표준화포럼 11월 발족
부산, 펀드 중심지로 부상할 계기


아시아는 단순히 떠오르는 증권시장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국가 간, 그리고 아시아 지역 밖 증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글로벌 큰손이기도 하다. 세계 부(富) 리포트(World Wealth Report)에 따르면 세계에서 1백만 달러 이상을 소유한 고액자산가의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이 아시아이고,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다.

문제는 아시아에 거대한 투자대상 증권과 세계를 상대로 한 투자자들이 동시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가 아시아의 증권과 투자자를 중개하고 자금을 결제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펀드시장에서도 룩셈부르크에 등록된 해외펀드의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PwC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에서 판매된 펀드의 72%가 룩셈부르크에서 등록된 펀드였다고 한다. 아이러니는 이러한 룩셈부르크 펀드의 상당수가 아시아 증권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자본시장을 통합하여 아시아의 저축과 투자가 역내에서 이루어지고, 그 부가가치가 아시아 증권 산업에 의해 향유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도가 '아시아채권시장이니셔티브(ABMI)'와 '아시아지역펀드패스포트(ARFP)' 및 ASEAN 국가들의 단일 펀드시장 구축 노력 등이다.

펀드는 복잡하고 다양한 금융기법의 결합체이다. 하나의 '펀드'가 운용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회사, 수탁회사, 사무관리회사, 매매중개회사(증권사), 판매회사 등 여러 다양한 금융기관이 관여한다. 국내 펀드의 경우에는 한국예탁결제원의 펀드넷(FundNet) 시스템이 이러한 펀드 후선업무(Back office)를 표준화하여 전산화·자동화된 방식으로 처리한다. 지난해 오픈 10년을 넘은 펀드넷은 연간 687억 원(2013년 기준)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으니, 이는 우리나라 전체 86개 자산운용회사 순이익(2014년 기준 4천248억 원)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국경 간 펀드에 대해서는 펀드넷과 같은 단일의 결제플랫폼이 없고, 각 나라 증권시장의 발전 정도가 달라 단시일 이내에 한국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국경 간 펀드 거래에서 표준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아시아의 펀드시장이 통합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결제서비스 같은 후선업무가 서로 표준화되지 않으면 펀드 운용에 있어 리스크가 커지고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많은 문제가 발생하여 국경 간 펀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아시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아시아에서 팔리더라도 표준화가 잘 되어 있는 룩셈부르크 펀드가 대부분인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서 지난 10월 중국 시안(西安)에서 개최된 제18차 ACG(Asia-Pacific CSD Group : 아태중앙예탁결제기관협의회) 총회에서 아시아 지역의 펀드거래 표준화 논의를 위한 회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회원국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및 태국 등 10개 이상의 아시아 주요 중앙예탁결제기관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올해 11월 대만에서 열리는 ACG 총회에서 아시아펀드표준화포럼(Asia Fund Standardization Forum)을 발족할 예정이다. 또한, AFSF의 정식출범에 앞서서 5월 스리랑카 실무회의에서 이 포럼에서 논의될 내용을 조율할 계획이다.

아시아 자본시장의 규모는 어느 다른 지역보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고, 펀드 종류의 다양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 사이에 각국의 펀드를 사고팔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중국에 있는 개인투자자가 자국의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한국 자산운용회사가 운용하는 펀드를 사게 되는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새로운 부산 금융 중심지 추진전략에서는 부산이 펀드산업의 후선업무 중심지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의 방점을 두고 있다. 아시아펀드표준화포럼(AFSF)은 우리나라 펀드거래 후선업무 표준을 아시아로 확산시켜 국내 자산운용산업의 국제화를 위한 초석이 되고, 부산이 아시아의 펀드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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