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인류세와 황금못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현 인류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에 살고 있다. 현세(現世), 충적세(沖積世)라고도 하며, 1만 1700년 전 시작됐다. 약 46억 년인 지구의 역사 대부분은 지구 탄생 후 5억 7000만 년 전까지인 원생누대가 차지한다. 원생누대를 포함한 선캄브리아대 이후 현재에 이르는 현생누대는 고생대·중생대·신생대로 나뉜다. 신생대는 66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로, 현재의 생물 대부분이 이때 출현했다.

고생대·중생대·신생대의 기(紀)는 시대를 대표하는 화석이 주로 나타나는 지역의 이름에서 따왔다. 고생대 캄브리아기는 영국 웨일즈의 라틴어 이름인 캄브리아(Cambria)에서 비롯됐다.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는 고대 켈트 족과 웨일즈 원주민 이름에서 각각 따왔다. 중생대 쥐라기는 프랑스와 스위스 사이의 쥐라 산맥에서, 백악기는 프랑스 에트르타 해안 등지에서 발견된 백악(chalk)이 포함된 지층에서 유래됐다.

홀로세를 끝내고 새 지질시대인 '인류세' 진입을 공식화하자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루첸이 2000년 제시한 개념이다. 인류를 뜻하는 Anthropo와 시대 혹은 시기를 뜻하는 cene의 합성어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 변화 때문에 생긴, 크루첸의 표현대로 '인류가 지질학적 행위자'여서, 앞선 지질시대 이름과는 유래 자체가 다르다. 크루첸은 인류세의 시작점을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로 봤다. 런던 대학의 닐 로스 교수는 최초의 원자탄 투하 실험이 있었던 1945년 7월 16일로, 날짜까지 제시했다. 플라스틱과 콘크리트 등의 지구적 확산과 기후 변화를 인류세의 근거로 든 인류세 워킹그룹(AWG)은 1950년을 인류세 시작점으로 제안했다.

인류세가 채택되면, 그 의미는 지질시대 구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할 만하다. 지질시대 구분에 인문·사회과학적 사고가 개입되는 것이다. 인류세가 공식 지질시대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새 지질시대의 기준이 될 황금못(golden spike·골든 스파이크)을 어디에 박느냐 하는 문제가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닭 뼈 화석이 됐든, 플라스틱 돌이 됐든, 최단 기간에 만들어진 부끄러운 지질시대가 될 '인류세'의 황금못은 새 지질시대의 징표이자, 지구 파괴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춘우 편집위원 bombi@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