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의 부산미학 산책] 12. 연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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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극의 뿌리, 들놀음에서 찾아야

귀족문화보다는 생산현장의 문화가 융성했던 '기층문화의 도시' 부산에서는 민속놀이가 크게 발달했다. 민속극, 민속무용, 민속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민속놀이는 오락이자 연희였다. 몸짓과 말과 가락이 분화되지 않은 민속놀이는 부산이 현실적이고 존재론적인 문화를 가꾸고 다져 나가는 바탕이 되었다. 부산의 민속놀이는 내륙의 농경민속과 바닷가의 어로민속으로 나뉘어 지역마다 개성을 살리면서 오늘에 전승되고 있다.

부산민속예술보존회와 수영고적민속보존협회가 전승의 중심에 서 있다. 부산민속예술보존회는 동래야류(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 동래학춤(부산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지신밟기(부산무형문화재 제4호), 동래고무(부산무형문화재 제10호), 동래한량춤(부산무형문화재 제14호)을, 수영고적민속보존협회는 수영야류(중요무형문화재 제43호), 좌수영어방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2호), 수영농청놀이(부산무형문화재 제2호), 수영지신밟기(부산무형문화재 제22호)를 각각 보존하는 중이다. 이 밖에 동해안별신굿(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 다대포후리소리(부산무형문화재 제7호), 부산농악(부산무형문화재 제6호), 구덕망께터다지기(부산무형문화재 제11호), 기장오구굿(부산무형문화재 제23호)이 있다.

부산이 동래야류와 수영야류 등 한국연극의 원형을 고스란히 담은 들놀음이라는 독자적인 연극 양식을 계발해 보존해 왔지만, 그 맥을 오늘에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민병욱 부산대 교수는 "부산이 1920년대 일본을 통해 신극이라는 이름으로 서구의 연극 양식을 받아들이면서 들놀음을 구극으로 치부하는 바람에 연극사적 맥을 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부산 연극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부산연극사의 뿌리를 고유의 연극 양식인 들놀음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광복 이후 부산 연극의 뿌리는 1946년 6월 동래중학(현 동래고등학교) 연극부가 무대에 올린 작품 '넋'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 들어와서는 수산대학, 동아대, 부산대 연극부 등을 중심으로 대학 연극 시대를 열었고, 1960년 한국예총 연극협회 부산지부가 생기면서 연극 활동이 본궤도에 올랐다. 1980년대 들어 가마골소극장 개관과 극단 연희단거리패 창단은 부산연극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동해안별신굿을 연극에 끌어들인 이윤택 극작·연출의 '오구-죽음의 형식'(사진)은 서울은 물론 전국의 무대를 평정해 부산 연극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2004년 출범한 부산국제연극제(BIPAF)는 부산 연극의 역동성을 웅변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논설위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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