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후보 당선] '징벌자 대통령' 대대적 사회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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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고향 다바오시에서 지지자들의 셀프카메라 촬영에 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일 거침없는 막말을 퍼부어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사진) 다바오시 시장이 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을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0일 오후(현지 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90% 남짓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야당 민주필리핀당 소속인 두테르테 당선인이 집권자유당 소속인 로하스 후보보다 590만 표 이상 앞섰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38.6%의 표를 얻어 23.1%에 그친 로하스 후보와 큰 격차를 벌렸다.

집권당 후보 큰 표차로 이겨 
범죄 근절 정책 최우선 순위
법 절차 무시 공포 정치 우려
언행·화법 외교 갈등 소지도

두테르테 시장은 "국민의 통치 위임을 매우 겸손하게 받아들인다"며 "깨어 있는시간은 물론 잠자고 있을 때도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며 대통령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워 기성 정치와 범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이에 따라 그가 오는 6월 말 대통령에 취임하면 필리핀 사회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두테르테 시장은 집권 시 '취임 6개월 안에 범죄 근절'이라는 공약 이행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 확실시된다.  자신이 22년간 시장으로 재직한 다바오시를 범죄가 들끓는 도시에서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킨 경험을 국정에 적용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그는 선거 때 법과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경찰관 3천명을 증원하고 급여를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돼서도 국가 전체의 사법체계를 무력화하는 행보를 할지는 불투명하지만 그는 선거기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정의구현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형제 부활을 주장하는 두테르테 당선인의 범죄 소탕전이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인권단체와 가톨릭계 등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그는 부패 척결도 예고했다. 유세 때 공무원의 항공기 비즈니스석 이용도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며 정책을 밀어붙이는 그의 스타일이 '공포정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계엄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거친 언행과 직설적인 화법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도 안고 있다. 유세 때 과거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피살된 호주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해 호주와 미국 대사의 비판을 받자 "입을 닥쳐라"고 말하며 외교관계 단절까지 거론했다. 그는 파장이 커지자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을 뿐 외교관계 단절 발언은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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