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 참사 30주년] 반경 30㎞ 인적 끊기고 야생동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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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26일로 30주년을 맞았다.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45초(현지 시간). 당시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동북부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서 두 번의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원전 직원이 전력통제 시스템을 시험하던 중 원자로가 폭발한 것이다. 사고 후 며칠이 지나도록 화재가 잡히지 않으면서 우라늄·플루토늄·세슘·스트론튬 등 치명적 방사성 물질 10t 이상이 대기로 방출됐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의 핵 오염 수준보다 400배나 큰 수준이었다. 유출 방사성 물질이 190t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주민 37만 명 안전지역으로
인명 피해 규모 여전히 논란
철제 방호벽 연말 완공될 듯

사고 7개월 뒤 원자로 4호기 잔해와 오염물질을 콘크리트로 덮어씌우는 응급처치 작업이 완료되면서 방사능 유출은 일단 차단됐다. 하지만 원전 반경 30㎞ 이내 지역은 통제구역으로 선포돼 약 37만 명의 주민이 거주지를 떠나 안전지역으로 이주했다.

소련 정부의 늑장 대응은 인명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원전 인근 주민을 처음으로 소개시킨 것도 사고 발생 36시간 뒤였다.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는 지금도 논란거리다.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유엔 기구의 '체르노빌 포럼'의 보고서는 폭발사고로 인한 직접적 사망자 수가 56명이며, 4천 명이 방사능 피폭에 따른 암으로 사망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06년 자체 보고서에서 3개국에서만 20만 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전 반경 30km 지역은 지금까지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소개 구역'으로 묶여 있다.

우크라이나는 폭발 사고가 난 원자로 4호기를 덮어씌운 콘크리트 방호벽에 금이가는 등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연합(EU)과 다른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얻어 기존 방호벽 위에 100년을 버틸 수 있는 추가 철제 방호벽을 덧씌우기 위한 작업을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철제 방호벽은 이르면 올해 11월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전 반경 30㎞ 이내 지역은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인적이 끊긴 덕에 야생동물들은 번성하고 있다. 참새 등 인간이 경작하는 곡식에 의존해온 동물은 자취를 감췄지만 큰 사슴 종류인 엘크와 늑대, 곰, 유럽들소, 스라소니, 흰꼬리수리 등 다른 토착종들은 참사 후에 다시 돌아왔다.

영국 랭커스터대 생태학연구소의 닉 베레스퍼드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라는 잠재적인 위험이 크지만 인간 때문에 총에 맞아 죽거나 서식지를 잃는 것보다 낫다"며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30년 전 고향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도 돌아왔다. 6년 전 체르노빌 통제구역에 몰래 들어와 사는 마리아 로즈빈(69) 씨는 닭과 거위를 키우고 감자와 토마토를 심거나 숲에서 버섯을 따서 식량을 충당하고 있다. 그는 사고 때문에 옮겨가 살던 마을에는 술주정뱅이나 마약 중독자들이 넘쳐나 다시 돌아왔다"면서 "나는 두려울 게 없다. 내가 죽는다면 방사선 때문이 아니라 때가 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통제구역 밖으로 나가라는 당국의 설득에도 로즈빈 씨처럼 다시 정착한 주민들은 약 1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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