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스' 아이슬란드 정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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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의회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파나마 페이퍼스' 명단에 이름이 오른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세계 유명 인사들의 조세 회피 자료를 공개한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의 후폭풍이 거세다.

현직 총리 이름이 자료에 있는 아이슬란드에선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은 아픈 경험이 있다. 그런데 현 총리가 당시 자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일자 국민은 반발하고 있다.

총리 연루 사임 요구 시위
구제금융 경험 배신감 더해

조세 회피 거명 국가 후폭풍
관련 인사 변명·부인 일관

영국 가디언은 4일(현지 시각)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의회 앞에서 3만여 명이 북을 치면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전 인구가 33만 명인 아이슬란드에서 3만 명이 시위에 참여한 건 이례적이다.

시위자들은 "총리 재산의 전모를 알았더라면 2013년 선거에서 다르게 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총리 처신이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총리는 2007년 부인과 공동 설립한 기업 윈트리스의 지분 50%를 2009년 12월 31일 부인에게 1달러에 넘겼다. 윈트리스는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 이뤄지기 전에 파산한 은행이 발행한 420만 달러(약 48억 원) 상당의 채권을 갖고 있었다. 총리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구제금융 채권단과 협상했다. 이는 공익과 사익이 상충하는 상황이다.

스타인그림머 시그푸손 전 재무장관은 "이런 일은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립정부에 참여한 독립당 당수이자 재무장관인 바르니 베네딕손도 "더는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조기 총선도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온라인에선 총리 사임을 촉구하는 청원운동이 시작돼 벌써 2만 3천 명이 서명했다.

'파나마 페이퍼스' 명단에 있는 인사들은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바하마 무역회사 이사로 이름이 오른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실제로 투자한 적은 없고 2008년 동업자들과 회사를 해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 지도자들은 "대통령이 바하마의 역외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역외 계좌 3개를 유지해 온 것으로 밝혀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탄핵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2010년 숨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부친 이언 캐머런도 파나마 페이퍼스 명단에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캐머런 가의 개인적인 일"이라며 대응을 삼가고 있다.

에두아르두 쿠냐 브라질 하원의장도 이번 명단에 올랐다. 그는 자국에서 돈세탁 비리 혐의 조사를 받다가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역외 계좌와는 관련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임 위기에 놓였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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