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청룽(성룡) 포함 사상 최대 조세회피 자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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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4일(현지 시각) 1천150만 건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 회피처 자료를 공개했다.

ICIJ는 파나마 최대 로펌인 모색 폰세카의 조세 회피처 관련 내부 자료를 분석했다. 해당 자료에는 각국 정치인과 기업인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있었다.

ICIJ, 1천150만 건 발표
파나마 최대 로펌 내부 자료
전·현 국가지도자 12명 포함
영국·호주 등 후속 조치 나서

전 현직 국가 지도자 12명도 포함됐다.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2009년 의회 입성 당시 부인과 함께 버진 아일랜드 회사를 소유했다가 몇 달 뒤 자신의 지분을 1달러에 부인에게 넘겼다. 이 회사는 2008년 금융 위기로 무너진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채권 수백만 달러어치를 보유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정부가 은행 채권단과 협상을 벌일 때도 자신의 가족이 채권단 중 일부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버진 아일랜드에 있는 두 회사의 주주인 룩셈부르크 회사에서 직위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버진 아일랜드 기업들은 영국 런던의 호화 주택에 2천600만 달러(298억 원)와 800만 달러(91억 원) 상당의 저당을 설정하고 있다.

국가 정상들의 친인척이나 측근들도 조세 회피처 관련 자료에 이름을 올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인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은 2억 달러(2조 3천40억 원)가 세탁되는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2월 10일 로시야은행이 버진 아일랜드에 세운 샌들우드 콘티넨털은 키프로스의 호르위치 트레이딩이라는 회사에 2억 달러를 빌려줬다. 이튿날 샌들우드는 원금 2억 달러와 그 이자를 받을 권리를 단돈 1달러에 버진 아일랜드의 오브 파이낸셜에 팔았다. 같은 날 오브 파이낸셜은 이 권리를 다시 롤두긴이 지배하는 파나마 회사 인터내셔널 미디어 오버시스로 역시 1달러에 판다. 2억 달러가 24시간 만에 2개 은행과 4개 회사를 거치며 추적할 수 없는 자금으로 변했다. 로시야은행은 푸틴 대통령의 사금고로 불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이자 주식 중개인인 이언 캐머런은 1982년 조성해 2010년 세상을 뜰 때까지 운영한 펀드 블레어 홀딩스의 세금을 영국에 내지 않으려고 파나마에 이 펀드를 등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 덩자구이도 모색 폰세카의 도움으로 버진 아일랜드 회사 2개를 가질 수 있었다.

최고의 축구선수인 리오넬 메시도 조세 회피처 관련 자료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파나마에 있는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의 소유주로 밝혀졌다. 스페인에서 조세 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는 메시는 기소 이튿날인 2013년 6월 13일 모색 폰세카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웠다. 같은 달 23일 메시 부자는 조세 회피처로 보이는 메가스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톱배우 청룽(성룡)도 모색 폰세카가 관리하는 업체 6곳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자료 중 korea로 검색된 파일은 1만 5천여 건이었고 이 중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 이름은 195개로 확인됐다. 여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헌 씨가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3곳을 설립한 것으로 밝혀졌다.

ICIJ는 "모색 폰세카가 관리한 업체들이 모두 불법적인 목적을 지녔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세 회피처가 탈세나 범죄, 편법 증여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이에 대해 모색 폰세카 측은 "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ICIJ가 공개한 자료로 각국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의 역외 탈세 의혹이 불거지자 각국은 후속조치에 나섰다. 아이슬란드에선 현직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와 조기 총선 같은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한국 국세청도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넘겨받아 관련 인물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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