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 타깃 테러'가 또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 주 주도인 라호르의 한 어린이공원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한 7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은 이날 오후 6시 40분께 라호르의 굴샨-에-이크발 공원 출입구 앞에서 테러범 한 명이 자폭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어린이 공원
72명 사망, 300여 명 부상
희생자 대부분 아이와 여성
탈레반 강경파 "우리 소행"

출입구 인근에는 그네가 있었다. 이 때문에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이었다. 6천700㎡ 규모인 공원은 놀이기구가 많아 평소에도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날에는 기독교도들이 부활절 행사를 열어 평소보다 더 붐볐다.

로이터통신은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의 말을 인용해 "폭발로 불길이 나무 위에 닿을 정도로 높이 치솟았다"라고 보도했다. 폭발 이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공원을 빠져나갔다. 공원 맞은편에 사는 한 시민은 "폭발로 사방이 먼지로 뒤덮였고 공원은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테러 이후 구급차 20여 대가 출동했지만, 사상자가 많아 택시나 삼륜차(오토릭샤)로 상당수 부상자를 병원으로 후송해야 했다.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테러로 무고한 생명이 숨져 비통함과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아심 바지와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트위터에 "무고한 형제·자매와 어린이들을 살해한 범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펀자브 주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흘간을 공식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파키스탄 전국 사립학교 연맹은 28일 하루 동안 휴교하기로 했다.

이번 테러를 비난하는 성명도 잇따랐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여성 교육권을 주장하다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총격을 받았던 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라호르에서 무고한 사람을 무분별하게 살해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번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는 성명을 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끔찍한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을 신속하게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파키스탄에 사는 종교적 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개인의 안전을 확보할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파키스탄 정부, 국민과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기독교 소수자를 겨냥한 광신적 폭력"이라며 이번 테러를 비난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어느 곳에서라도 테러리즘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의 네드 프라이스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파키스탄은 물론 역내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테러 척결을 위한 노력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도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테러 대응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파키스탄 탈레반의 강경 분파인 자마툴아흐랄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자마툴아흐랄 측은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도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의 97%가 이슬람교도이며 기독교 신자는 인구의 1.6% 정도에 불과하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