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 모인 시민들이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단합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테러 배후로 밝혀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미 테러 대원 400여 명을 유럽에 침투시켰다고 AP통신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기동성이 좋고 반 독립적인 조직이며 IS로부터 테러에 적합한 장소와 시간, 방식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정보 관리들은 "IS가 서방 국가 공격 훈련을 전담하는 특별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훈련받은 조직원은 400∼6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 유럽 정보 관리는 "2014년 이들 조직원은 2주 정도 훈련받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특별 부대가 구성됐고 훈련도 더 길다"고 밝혔다.

서방 공격 전담 캠프 운영
인력 갖춘 반 독립적 조직
테러 적합 장소·방식 물색
브뤼쉘 테러범 3명 사망

이라크 고위 정보 관리는 "파리 테러를 저지른 IS 조직원들이 독일, 영국, 이탈리아, 덴마크, 스웨덴 등에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사살된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도 90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그룹의 한 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IS 조직원 2만 2천 명 가입신청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던 영국 스카이 뉴스는 이 명단을 바탕으로 자살폭탄 공격을 자원한 IS 조직원이 123명이라고 전했다. 이 중에서 벨기에 국적자가 25명에 달한다고도 했다.

이는 IS가 유럽에 상당한 규모의 테러 인력과 자원을 갖추고 조직적으로 테러를 저지르고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파리 테러 주범 중 혼자 살아남은 살라 압데슬람은 벨기에 몰렌베이크에 숨어들어 다시 조직망을 구축해 새로운 테러를 계획했다. 그러던 중 압데슬람이 체포되자 다른 조직원들이 브뤼셀 테러를 긴박하게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디스트 네트워크를 추적하는 나탈리 굴레 프랑스 상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압데슬람 체포에 대한 IS의 응답은 '그래서 어쩔 거냐. 바뀌는 것은 없다'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브뤼셀 국제공항 자살 폭탄 테러범 중 신원이 확인된 두 명 이외에 한 명이 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의 폭탄 제조범인 나짐 라크라위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은 브뤼셀 국제공항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에서 라크라위의 DNA 일부가 채취됐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로써 브뤼셀 국제공항 자폭 테러범으로 확인된 벨기에 국적 이브라힘·칼리드 엘바크라위 형제를 비롯해 이번 폭탄 테러로 숨진 범인은 3명으로 늘었다. 라크라위는 파리 테러에 사용된 폭탄 조끼를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벨기에 당국은 압데슬람을 체포한 뒤 그를 공개 수배해왔다.

벨기에 경찰은 이번 브뤼셀 테러에 최소한 4명이 가담한 것으로 보고 살아서 도망간 네 번째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또 파리 테러 폭탄 제조범 라크라위와 당시 테러범에 은신처를 제공한 칼리드가 브뤼셀 테러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테러가 IS 내 같은 조직 소행이라는 추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