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산유국… 알짜 자산 매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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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들이 최대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 유가 폭락으로 알짜 자산을 매각하고 세계은행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처지가 됐다.

석유 수출국 세계 2위인 러시아는 2일(현지 시각)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대형 국영기업 민영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부 장관은 이날 "재정 상황이 위기 수준이며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불안정성은 반등이나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에 긴급자금 요청
러, 국영기업 민영화 방침
사우디 등 투자 자금 회수도

민영화 대상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다이아몬드 광산기업 알로사, 러시아 철도 등 7개다. 러시아는 정부 예산의 약 절반을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나, 유가 급락으로 곳간이 텅 비었다. 러시아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주식을 매물로 내놓을 예정이다. 아람코가 보유한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2천600억 배럴과 500억 배럴이다. 이는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위였던 석유기업 엑손모빌보다 12배나 많은 양이다.

사우디에서는 항공사에서 공립병원까지 민영화는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같은 산유국도 국유 에너지기업 등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사우디 등 산유국들은 부채가 급증하자 국부펀드를 통해 세계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국부펀드의 80%는 산유국의 잉여 자산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나이지리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사정도 좋지 않다. 유가 하락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자 외환 보유액을 이용해 환율을 방어하다 긴급 자금을 요청하게 됐다.

나이지리아는 재정수입의 70%, 수출의 75∼90%를 원유산업에 의존했다. 한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에서 충당하는 재정수입이 33%대로 급감했다. 할 수 없이 나이지리아는 지난 1일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에 35억 달러의 긴급자금 대출을 요청했다.

아제르바이잔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4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재정수입의 75%, 수출의 95%를 원유와 가스에서 충당한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재정적자는 2014년 GDP의 0.4%에서 지난해 9.5%로 급증했다. 베네수엘라도 긴급 자금을 받을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MF는 베네수엘라의 실제 인플레율이 7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 국민의 삶도 팍팍해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브치옴의 설문조사 결과 러시아에서 식품과 의복을 충분히 사기 어려운 가구는 39%로 1년 전의 22%보다 급증했다. 러시아 맥도날드에서는 소고기 패티를 넣은 빅맥보다 가격이 저렴한 돼지고기 패티의 '더블 포크 버거'가 등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80년대 후반부터 국민에게 지급해오던 전기와 수도, 연료 보조금 삭감에 나섰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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