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오일쇼크' 산유국 정치 불안…세계 경제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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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주식 중개인이 주가가 내려가는 장면을 단말기로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원유가격 내림세가 이어지는 '역오일쇼크'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올해만 30% 정도 떨어졌다. 2014년 7월에 배럴당 90달러였는데 21일(현지 시각)엔 28달러대에 거래됐다. 북해 브렌트유도 배럴당 27달러대를 기록했다.

텍사스산 올해만 30% 하락
산유국 재정 악화 정권 위태
오일머니 유출 우려 가중
각국 주식시장 연일 하락세

일부 지역에선 마이너스 유가라는 현상도 벌어졌다. 2년 전 노스다코타산 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47.6달러였다. 한데 최근 한 미국 정유회사는 노스다코타산 중질유 구매가격으로 배럴당 -0.5달러를 책정했다. 석유생산업자가 중질유를 판매하려면 오히려 배럴당 0.5달러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중질유는 유황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정제비용과 저장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유 공급 과잉으로 유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원유 수요 증가세는 둔화하는데 국제 원유 공급은 늘어날 수 있어서다.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 공급을 늘린다면 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 하락은 산유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경기가 침체하면서 정치도 불안해지고 있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좌파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해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불황으로 치안이 나빠지고 국민 불만도 높아졌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15일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60일간 입법권을 단독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 상황이 급속하게 악화했다.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 대비 15%까지 늘어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 예산 세출을 14% 줄이고 전기와 연료 가격도 인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머니를 보조금으로 지급해 왕정체제에 대한 국민 불만을 잠재우고 있다. 한데 원유 수입 저조로 재정이 어려워지면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쿠웨이트와 바레인도 재정 긴축에 나섰다.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세입의 50%를 차지하는 러시아도 세출 삭감에 들어갔다.

유가 하락은 일반적으로 원유 수입국엔 호재다. 한데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각국 주식시장은 '산유국이 선진국에 투자한 거액을 빼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지난해 7월에서 9월에만 오일머니 190억 달러(약 22조 8천억 원)가 산유국으로 돌아갔다. 산유국이 재정 보충을 위해 그동안 세계에 투자했던 자금을 환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세계 각국 주식시장에선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면보다 주가 약세와 에너지 관련 기업의 실적 악화라는 부정적인 면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유가 환경에 세계 경제가 적응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은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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