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수감자 교환 '14개월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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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풀려난 미국인들이 17일(현지 시간) 특별 전세기를 타고 경유지인 스위스를 거쳐 독일의 람스타인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사진은 신원 미상의 한 남성이 이날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 도착한 팰콘 제트기에서 내리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교환 협상은 핵 협상과는 별도로 14개월 동안 막후에서 숱한 고비를 넘기며 극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은 16일(현지 시간)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해, 이란은 미국인 4명을, 미국은 이란인 7명을 각각 석방했다. 17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은 2014년 11월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수감자 석방을 위한 국무부의 비밀 교섭 계획을 승인했다.

핵 협상과 별도로
제네바에서 비밀 협상
반대·결렬 여러 차례 고비
양국 외교장관이 해결사로

미국이 요구한 송환자 명단에는 워싱턴포스트(WP)의 기자 제이슨 리자이안, 해병 출신 아미르 헤크마티, 기독교 목사 사에드 아베디니, 이란에서 활동하던 사업가 노스라톨라 코스라비가 있었다.

이란도 미국에 수감된 이란인을 무려 40명이나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협상단은 이 같은 요구를 즉각 거부했으나 수감자를 맞바꾸자는 요구안은 사후 검토 끝에 받아들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나 폭력범죄로 유죄 평결을 받은 이들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대원칙을 일단 설정했다. 그러면서 경제사범 가운데 풀어줄 수 있는 이가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결국 미국이 내린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위반한 이란인 1명과 이란계 미국인 6명이 교환될 수감자 명단에 올랐다.

협상이 결렬 위기에 몰릴 때는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부 장관이 해결사로 나섰다. 작년 12월 협상 타결이 임박했을 때 테헤란에서 페르시아어를 공부하던 미국인 매튜 트레비틱이 체포되는 사태가 돌출했다. 이어 이달 12일에는 미국 해군 경비정이 이란 영해로 떠내려가 장병 10명이 억류되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자리프 장관에게 거듭 휴대전화를 걸어 미군들을 모두 석방하는 데 합의했다. 트레비틱도 수감자 교환 협상과는 별개로 풀려났다.

수감자 교환 협상의 타결은 이란이 핵합의에 따른 유엔 검증을 통과하고 경제제재가 해제되는 '이행일'과 맞아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은 핵합의 이행일에 맞춰 수감자 교환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막판에 또 걸림돌이 불거졌다. 갑작스럽게 이란이 리자이안 기자의 배우자와 모친이 함께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었다.

케리 장관은 다시 자리프 장관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를 받아들여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했다.

리자이안과 그의 부인, 모친, 해병 출신 헤크마티, 아베디니 목사는 이날 독일 람스타인 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코스라비는 스스로 이란에 머물기로 했다.

미국은 이들을 태운 특별 전세기가 이란을 떠나자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기업과 개인을 무더기로 제재했다. 미국이 미사일 제재를 지난달 말에 발표하려다가 수감자 교환협상이 깨질 우려가 있어 시기를 늦춘 것이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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