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아웃" 對 "나치 아웃" 독일 난민정책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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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페기다(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 지지자들이 독일 쾰른 중앙역 일대에서 자국의 난민 수용 정책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했던 독일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독일 쾰른 새해맞이 축제에서 발생한 중동계 남성들의 집단 성폭력 사태를 계기로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여론이 격돌하고 있어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일단 범죄 난민 추방 의사를 밝혔다.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 계기
극우 시위대 목소리 높여
맞불 집회 "파시즘" 비난


9일(현지 시각) 집단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던 쾰른 대성당 주변에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극우 시위대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AFP 통신과 BBC 방송은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을 비롯한 극우 시위대 1천700여 명이 'Rapefugee는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Rapefugee는 '강간(rape)'과 '난민(refugee)'을 합성한 단어다. 집단 성폭력 범인 상당수가 난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뜻이 담겼다.

이들은 난민 수용 정책을 펴고 있는 메르켈 총리도 비난했다. 극우 시위대는 독일 국기를 흔들며 "메르켈 아웃(Merkel out)"을 외쳤다.

시위대는 독일 경찰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들은 경찰에게 "새해 전날 어디에 있었느냐"고 외치며 맥주병과 폭죽 등을 던졌다. 시위가 폭력 양상으로 번지자 독일 경찰은 최루가스, 물대포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 3명과 기자 1명이 다쳤고 시위대 여러 명이 연행됐다.

이날 극우 시위가 펼쳐진 곳에서 이를 비난하는 집회도 열렸다. 페기다 시위에 맞불을 놓은 집회 참가자 1천300여 명은 "나치 아웃(Nazisout)"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파시즘은 대안이 아니다. 파시즘은 범죄'라고 쓴 팻말도 들었다. 한 시위 참가자는 "페기다가 끔찍한 성폭력 사건을 악용해 인종차별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독일 내에서 난민 정책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거세지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범죄를 저지른 난민은 추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이 법률을 위반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면 망명이나 거주권 신청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독일 법률에는 난민 지위를 신청한 경우 징역 3년형 이상을 선고받고 송환 시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어야 모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

BBC는 지난해 난민 110만 명을 받아들인 메르켈 총리가 난민 정책을 바꾸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독일 경찰은 지난달 31일 쾰른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379건이라고 밝혔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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